기업은행, 부실채권 못 쫓아가는 충당금…중기 지원 부작용?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0.10.08 06:00 수정 2020.10.07 10:08

고정이하여신 커버리지비율 100% 밑돌아…6대 은행 중 유일

위기 대응력 개선 난항…코로나19 속 정부 정책 압박에 등골

IBK기업은행이 잠재적 여신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쌓고 있는 충당금 규모가 떠안고 있는 부실채권 규모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6대 은행들 중 유일한 사례로, 그 만큼 상대적으로 위기 시 대응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1년 동안 1000억원에 가까운 충당금을 새로 쌓았음에도 이미 3조원에 달하는 부실채권을 좀처럼 감당하지 못하는 모양새인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와 이에 따른 정부의 정책적 압박이 더해지면서 기업은행의 수면 아래 리스크를 둘러싼 우려는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기업은행 등 6개 은행들의 평균 고정이하여신(NPL) 커버리지비율은 122.3%로 집계됐다. NPL 커버리지비율은 금융사가 보유한 부실채권을 가리키는 NPL 잔액과 비교해 충당금을 얼마나 적립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금융사가 향후 잠재적인 부실에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은행별로 보면 기업은행의 NPL 커버리지비율이 홀로 100%를 밑돌며 최저를 기록했다. 이 수치가 100% 미만이란 것은 금융사가 보유하고 있는 부실채권보다 쌓아두고 있는 충당금이 적다는 의미다. 실제로 기업은행의 NPL 커버리지비율은 91.0%로, 기준점이 되는 100%와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반면 나머지 은행들의 해당 비율은 120~130%대로 나름 여유가 있는 모습이었다. 우선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의 NPL 커버리지비율이 각각 136.4%와 134.5%로 130% 이상이었다. 나머지 은행들의 NPL 커버리지비율은 ▲신한은행 126.3% ▲농협은행 124.4% ▲하나은행 120.9% 등으로 모두 120%를 웃돌았다.


특히 이 같은 부실 대응력을 보강하는데 성공하고 있는 다른 은행들과 달리 기업은행만 관리에 애를 먹고 있는 현실은 염려를 한층 키우는 대목이다. 기업은행의 NPL 커버리지비율은 1년 전(90.5%)과 비교해 0.5%포인트 오르는데 그치며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기업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의 평균 NPL 커버리지비율은 같은 기간 109.7%에서 128.5%로 18.8%포인트나 상승하며 확연히 대비되는 흐름을 나타냈다.


그렇다고 기업은행이 마냥 손을 놓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은행은 1년 새 충당금을 2조4401억원에서 2조5250억원으로 3.5%(849억원) 늘리며 건전성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단순 액수만 놓고 봐도 기업은행의 이런 충당금은 시중은행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조사 대상 은행들의 충당금 적립액은 ▲신한은행 1조4740억원 ▲농협은행 1조3937억원 ▲국민은행 1조3727억원 ▲우리은행 1조3294억원 ▲하나은행 1조1083억원 등으로 1조원 초중반 대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기업은행의 건전성 지표가 다른 은행들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짊어지고 있는 부실채권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의 고정이하여신은 2조7740억원으로, 신한은행(1조1666억원)·농협은행(1조1202억원)·국민은행(1조209억원)·우리은행(9475억원)·하나은행(9170억원) 등과 비교해 규모가 훨씬 큰 편이었다. 더구나 기업은행의 고정이하여신은 전년 동기(2조6966억원) 대비 2.9%(774억원) 늘며 사정이 더 나빠졌다. 나머지 은행들이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을 총 6조4778억원에서 5조1994억원으로 19.7%(1조2784억원) 줄인 것과 반대 상황이다.


더욱 문제는 이런 추세가 앞으로 더 심화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기업은행은 코로나19 이후 정부의 정책 기조에 발맞춰 중소기업들에 대한 자금 공급을 크게 확대해 왔다. 그런데 코로나19 장기화로 차주들의 경제적 여건이 나빠지면서 관련 여신을 둘러싼 불안도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기업은행의 여신을 둘러싼 리스크는 지속적인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기업은행은 정책 금융 기관이란 특성 상 코로나19 금융 정책에 보조를 맞추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더 늦기 전에 정부가 나서 속도조절에 들어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특정 은행에서 대규모 여신 부실이 가시화할 경우 금융권 전체로 리스크가 전이되면서 은행들의 자금 공급이 일시 축소되는 악영향이 생길 수 있다"며 "코로나19 국면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는 만큼, 장기 지속성을 고려한 금융 정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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