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도 '코로나 블루'…활동제한에 영업도 채용도 '빨간불'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입력 2020.09.02 06:00
수정 2020.09.01 16:46

시중은행 1시간 단축영업 시작…채용은 '꽁꽁' 영업은 '깜깜'

카드사 신규모집 손발묶여…보험사 실적방어 성공에도 '악재'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금융권 일정과 영업 등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자료사진) ⓒ뉴시스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금융권에서도 영업 차질은 물론 예정된 채용일정을 미뤄야 하는 등 '코로나 블루'가 심화되고 있다. 비대면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는 보험‧카드사의 영업은 크게 위축됐고, 수도권 시중은행이 영업시간 단축을 시작하는 등 금융시장 전반이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은 하반기 공채 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코로나19 여파로 상반기 채용을 축소하거나 미뤘던 은행권이 하반기에도 공채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통상 시중은행은 8월 말에 모집공고를 내고 신입행원을 뽑지만 올해는 공고를 붙이지 못하고 있다. 매년 1000여명의 인력을 뽑던 시중은행들이 아예 신규채용을 내년으로 미룰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재택근무와 인력 분산배치 등까지 겹치면서 인력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인데, 신규채용은 상황을 더 지켜보고 결정하자는 분위기"라며 "공채를 내년으로 미루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은 뽑고 싶어도 못 뽑는 상황"이라며 "그렇다고 비대면으로 뽑긴 아직은 미비한 점이 많다"고 했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금융공기업·기관들은 다음달 12일 하반기 신입직원 채용 필기시험을 치를 예정이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될 경우 시험일정 등이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 주택금융공사의 신입직원 채용 필기전형 응시자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경각심이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긴급재난지원으로 깜짝 실적을 보였던 카드업계는 모집인의 영업 위축으로 울상이다. 온라인 발급 채널 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지만, 대면 영업을 넘어서기 어려운 한계도 뚜렷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카드사들도 채용 일정을 잡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신한·삼성·KB국민·현대·우리·하나·롯데·비씨 등 8개 카드사 중 하반기 대졸 공채 일정을 잡아둔 곳은 신한·삼성·KB국민카드 등 3곳뿐이다.


보험업계는 코로나19 여파로 40만 보험설계사의 손발이 묶인 형국이다. 외출 자제 등으로 인해 자동차보험, 건강 및 질병보험의 손해율이 일시적으로 개선됐지만 상대적으로 대면채널 위주의 영업환경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손해보험사들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조715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306억원(15.5%) 증가했지만, 대부분 일시적·단기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당국도 당초 예정된 금융사에 대한 종합검사를 연기하는 등 코로나 여파로 각종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8월말로 연기했던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는 한차례 더 미뤄져 9월 이후로 연기됐다. 감독당국 직원 수십명이 금융사에 한달가량 상주하면서 조사하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이럴 때일수록 금융회사의 내부통제가 매우 중요하다"며 금융사에 내부통제를 맡겨놓고 손 놓고 있는 형국이다.


금융사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인한 부실이 쌓여 금융권으로 전이되는 경제위기 우려도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변화의 속도에 대응하지 못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권의 특성상 신규채용을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인력편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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