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집권 세력, 또 '공수처 정쟁' 시동 거나
입력 2020.08.23 10:27
수정 2020.08.23 10:28
헌법소원 결과 보고 추천하겠다는 야당 향해
'정기국회 개회 전까지 추천하라' 전방위 압박
코로나 재확산 국난 와중에 '공수처 정쟁' 우려
집권 세력이 제1야당을 상대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선정하라는 압박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국난(國難)이라 일컬어지는 코로나 재확산 위기 속에서 집권 세력이 스스로 '공수처 정쟁 재개'를 선언한 셈이라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출신 박병석 국회의장은 지난 21일 미래통합당에 공문을 보내는 형식으로 '정기국회 개회 전까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추천하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병석 의장은 지난 20일 국회의장실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정례 회동할 때에도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추천하라'고 구두로 요구했다. 그러나 통합당이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자 이튿날 공문 발송을 한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법은 총 11개 조항에서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 사회적 특수계급 창설금지 위반, 평등권 침해, 공무원의 정치중립의무 위배, 입법권 남용, 삼권분립 위배 등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현재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단 공수처장이 임명되고 공수처가 출범하는 '개문발차'가 강행됐다가 추후에 위헌 결정이 나면 정치적·사회적 혼란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통합당은 헌재의 헌법소원심판 결과를 기다린 뒤에 법에 따라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추천하겠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공수처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심판 결과를 지켜본 뒤 (공수처장 후보 추천 절차를) 진행해도 늦지 않다"며, 지난 4일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원칙을 얘기했기 때문에 더 이상 (추천위원 추천 여부를) 묻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일축했다.
이처럼 통합당의 입장이 명료한 상황에서 집권 세력이 다시금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추천하라'는 압박을 시동을 건 것은 사실상 '공수처 정쟁'을 재개하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는 총 7명의 추천위원으로 구성되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조재연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이찬희 대한변협회장 3명은 당연직이다. 이외 4명은 민주당과 통합당이 각 2명씩 추천한다.
공수처장 추천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공수처장 추천 의결은 7명의 추천위원 중 6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야당몫 2명의 추천위원이 선정되지 않고 있는 동안에는 공수처장을 추천 의결할 수 없는 셈이다.
이를 잘 알고 있을 집권 세력이 야당을 향해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선정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코로나 국난 극복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할 올해 정기국회를 '공수처 정쟁'으로 얼룩지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통합당 원내 관계자는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서 헌재의 헌법소원심판 결과를 지켜본 뒤에 공수처장 후보 추천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여당의 압박은 코로나 재확산 위기 속에서도 국론을 쪼개놓을 공수처 출범 절차를 강행하겠다는 뜻"이라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