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히든캐스트⑭] 이효진 “마냥 행복했던 무대, 지금은 감사함 느껴”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07.03 14:43
수정 2020.08.07 14:33

ⓒCJ ENM

2013년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로 데뷔한 배우 이효진은 이후 2016년과 2017년 로레인 역으로, 2018년과 올해 애니 역으로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다. 극중 당당하고 ‘걸크러쉬’한 매력을 보여주고, 실제 모습도 그와 닮았다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


그가 연기를 처음 시작한 것도 성격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내성적인 성격을 바꾸고 싶어 들어간 연극부에서 우연히 본 뮤지컬 공연이 그의 꿈을 이끌었다. 막연하게 ‘저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으로 그치지 않고, 차근히 준비한 끝에 꿈에 한 발짝 가까워졌다. 첫 무대이자 현재까지 참여하고 있는 ‘브로드웨이 42번가’는 그래서 이효진에게 매우 특별한 작품이다.


- ‘브로드웨이 42번가’와 인연이 깊네요.


맞아요. 많은 시즌 참여했고, 가장 많이 땀 흘린 작품이라서 애착이 갑니다. 또 백스테이지 뮤지컬이잖아요. 우리 배우들 이야기라서 그런지 애착이 많이 가는 것 같아요.


- 이번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맡은 역할에 대해 소개 바랍니다.


애니 역할을 맡았어요. 경험이 많고 잔뼈 굵은 앙상블이죠. 도로시의 부상으로 공연을 올리지 못할 위기에 처했을 때, 페기를 도로시를 대신할 여주인공으로 추천해요. 페기의 든든한 친구이자 앙상블을 대표하는 역할입니다.


- 말씀하신 것처럼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산증인이라 할 만큼, 지난 몇 년간 작품에 참여해왔습니다. 그 배경도 궁금합니다.


저는 탭댄스를 참 좋아해요. 발레나 다른 춤에는 소질이 크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탭댄스 만큼은 달랐어요. 처음 탭슈즈를 신고 ‘셔플 스텝’을 배우던 날 부터 재미있고 신이 났죠. 그래서인지 오디션 현장에서 어떤 탭 동작을 시켜도 자신이 있었어요. 재미있었고요. 그야말로 즐기면서 오디션을 봤죠.


- 이전에 맡았던 역할과 이번에 맡은 역할의 차이점, 그리고 처음 작품에 참여할 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로레인 역할로 16, 17 두 시즌을 참여했어요. 페기, 애니와 가까운 친구들 중 한 명이죠. 로레인을 맡았을 때는 좀 많이 가볍게 까부는 연기를 했어요. 대사가 많진 않았지만, 한마디 한마디가 아주 쿨하고 재미있는 캐릭터였거든요. 18년도와 지금 맡고 있는 애니라는 캐릭터는 핫하고 멋진 여자캐릭터에요. 극중에서 중요한 대사들도 참 많이 해요. 도로시를 대신할 여주인공으로 페기를 추천하기도 하고, 앙상블들을 대표하는 가슴 찡한 대사도 하죠. 로레인을 할 때보다 좀 더 속이 깊은 ‘멋진 언니’ ‘걸크러쉬 언니’처럼 보이고 싶었어요. 처음 작품을 참여 할 때는 무대 위에 있는 게 그저 행복하고 신났어요. 그런데 지금은 무대에 있는 게 한없이 감사합니다.


- 작품 속 캐릭터와 실제로 닮은 점이 있나요?


실제로도 걸크러쉬적인 모습이 있는 것 같아요. 강자에게 강하려하고, 약자에게 약하려고 하죠. 하지만 애니처럼 속이 깊고 따뜻하답니다(웃음).


ⓒCJ ENM

- 막바지 연습에 한창일 것 같은데요. 어떤 부분을 염두에 두고 연습에 임하고 있나요.


지금은 체력관리에 힘쓰고 있어요. 영양제도 챙겨먹고, 몸도 더 많이 풀어주고, 정말 쉼 없이 열심히 달려왔거든요. 피, 땀, 눈물 다 흘리며 모두들 전우가 되어 막바지 연습에 임하고 있습니다.


-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앙상블이 주인공입니다. 배우로서 느끼는 감정도 남다를 것 같습니다.


극 중에서 앙상블인 페기가 여주인공이 되죠. 연습실 첫날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모인 자리에서 인사할 때 제가 말했어요. “여기 있는 수 십 명의 ‘페기들’과 열심히 하겠다”고요.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우리 모두가 페기라고! 수많은 ‘먼지’들이 한데 모여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이 작품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 특별히 기억에 남는 대사, 또는 장면이 있나요?


‘Go into your dance’ 장면이 가장 신나고 재밌어요. 그 씬에서 오디션에 떨어져 풀이 죽은 페기에게 메기가 하는 대사가 있어요. “이번엔 아니지만 다음번엔 함께하게 될 거야. 넌 반짝반짝 빛이 나거든”이라는 대사요. 그 대사가 참 위로가 돼요.


-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공연계도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작품 속 배경도 미국의 대공황으로 지금과 비슷한 것 같아요. 공연에 임하는 느낌도 이전과는 다를 거 같습니다.


극중에 “100명의 사람들, 100명의 일자리가 오늘 네가 어떻게 하는 지에 달려있어”라는 대사가 있어요. 코로나 사태로 어려운 상황에 공연을 올리게 된 만큼 정말 절실하게 와 닿는 대사였어요.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어느 때 보다 간절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작은 것도 조심하며 치열하게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극중 대사들이 지금의 우리 상황과 맞닿는 부분이 많아서 이전보다 더 절실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어요.


- ‘브로드웨이 42번가’가 현 공연계에 어떤 메시지를 전해주길 바랄까요?


공연계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줬으면 좋겠어요. 다들 힘든 시기이잖아요.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대사와 가사 속에서 느끼며 공연하고 있어요. 백스테이지 뮤지컬이다 보니 공연계에 있는 분들이 참 많이 공감하실 것 같아요. 대공황이라는 상황도 지금 상황과 비슷하고요. 그래서인지 가사나 대사들이 하나하나 가슴에 와 닿고 희망을 줘요.


- 혹시 슬럼프나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나요?


‘9번 떨어지고 1번 붙으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오디션을 봐요. 근데 정말 계속 떨어지니까 힘들더라고요. 슬럼프가 왔었죠. 요가를 하면서 극복한 거 같아요. 요가수련을 하면서 제 몸 상태, 마음의 상태를 계속 바라봤어요. 이제는 몸과 마음에 좋은 에너지를 채우면서 조급해 하지 않고 기회를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이 된 거 같아요.


- 향후 결정된 작품이나 계획하고 있는 것들이 있나요?


결정된 작품은 아직 없어요. 또 오디션장으로 나가야겠죠! 우선, ‘시카고’ 오디션을 보려고 합니다.


- 10년 후 자신의 모습을 그려볼까요? 배우로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도 듣고 싶습니다.


10년 후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이루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전 삶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것을 먹는 순간이에요. 소소한 일상일 수 있지만 그만큼 행복한 순간도 없는 것 같아요. 그 중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은 가족이니까. 그때쯤이면 저도 제 가정을 이루고 싶어요. 또 요가를 하며 건강한 삶을 살고 무대 위에서 좋은 에너지를 주는 배우가 되어있었으면 좋겠어요. 무대 위에서 뿐만 아니라 삶 자체를 통해서도 좋은 영향을 주는 배우,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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