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압박'에 다시 뜨는 윤석열 등판론
입력 2020.06.21 10:21
수정 2020.06.21 11:12
본격 '윤석열 흔들기'에 가까워지는 정치권 데뷔?
윤석열, 여권에 목 졸릴수록 정치적으로는 힘 받아
진중권 "윤석열 내치면 정권 붕괴 서막 열릴 것"
"윤석열 검찰총장은 정치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것 같다."
한 검사 출신 현직 국회의원이 윤석열 총장에 대해 내린 평가다. 윤 총장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뛰어난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을 타고난 그를 정치권이 가만히 내버려둘 리가 없다는 판단이다.
언젠가부터 정치권에서 윤 총장의 데뷔는 변수가 아닌 '상수'처럼 존재하고 있다. 그의 의지와 관계없이 적당한 명분이 마련되면 그가 정치권으로 불려나올 것이라는 것이다.
이슈가 있을 때마다 들썩이는 '윤석열 등판론' 혹은 '윤석열 대망론'이 21일 정치권에서 다시 한 번 피어오르는 모양새다. 여권에서 윤총장에 대한 노골적인 사퇴 압박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용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공동대표를 지낸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작년 서초동과 여의도는 뜨거웠다. 백만 단위의 시민이 모여 대통령 검찰개혁 의지에 저항하는 윤석열씨에 대한 성토가 거리에 넘쳐났다"며 "이번 총선에서 집권당이 과반을 넘는 일방적 결과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윤석열씨에게 빨리 거취를 정하라는 국민 목소리였다"고 말했다.
지난 19일에는 민주당 최고위원으로부터 '윤석열 사퇴' 주장이 나왔다. 설훈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 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각을 세우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런 상황에서 나라면 그만둘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하루이틀도 아니고 추 장관가 각을 세운지 얼마나 됐느냐"며 "임기 보장과 상관없이 갈등이 이렇게 일어나면 물러나는 것이 상책"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이같은 여권의 '윤석열 흔들기'가 본격화할수록 그의 정치권 데뷔가 가까워진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돈이나 권력에 굴할 사람이 아니다"는 등의 칭찬과 함께 윤 총장을 임명을 강행한 여권이 이제 그의 수사 대상이 되었다고 윤 총장을 내치는 모양새가 국민들에게 좋게 비춰질리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그의 자진 사퇴를 이끌어낼 경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여권이 주장하는 '검찰 개혁'을 수월하게 만들 수 있는 반면, 윤 총장을 압박함으로 인해 정치적으로는 오히려 그에게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는 셈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여권이 일제히 '윤석열 때리기'에 나선 지난 19일 "윤석열을 내치면 정권 붕괴의 서막이 열릴 것"이라며 "상황이 아주 볼만 할 것"이라고 쓴 배경이기도 하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윤 총장이 문재인 청와대와 민주당으로부터 목이 졸리는 그림이 나올수록 정치적으로는 유리해질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여권이 대놓고 윤석열 힘빼기에 들어간다면 '윤석열 대망론'이 다시 불어닥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