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이 넘는다고요?”…규제가 끌어올린 ‘오피스텔’ 몸값
입력 2020.06.04 05:00
수정 2020.06.03 21:44
아파트보다 더 비싼 오피스텔 분양가…“이거라도 사야”
규제 덜한 상품에 수요 쏠려…‘도시형 생활주택’도 인기
“매번 아파트 청약은 떨어지다가 이번에 당첨되긴 했는데, 이 가격에 오피스텔을 계약해도 될지 고민이에요” (‘힐스테이트 청량리 더퍼스트’ 청약 당첨자 A씨)
부동산 규제의 또 다른 풍선효과로 오피스텔 몸값이 뛰고 있다. 통상 오피스텔은 아파트보다 가격 상승이 제한적이라고 인식되지만,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는 청약 당첨과 전매 등 아파트보다 규제가 자유롭다는 장점 때문에 수요자들이 쏠리는 분위기다.
4일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이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옛 성바오로병원 부지에 짓는 ‘힐스테이트 청량리 더퍼스트’ 오피스텔은 평균 14.14대 1, 최고 213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오는 4~5일 이틀간 계약이 진행된다.
주목할 점은 10억원이 훌쩍 넘는 분양가다. 이 단지의 전용 84㎡는 최고 15억2780만원으로 대부분 10억~11억원 선에 분포해있다. 오피스텔의 경우 전용 84㎡는 일반 아파트 전용 59㎡와 비슷한 면적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바로 옆에 분양한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아파트는 전용 84㎡가 8억~10억원 선에 분양된 바 있다.
아파트에 이어 이달 중 분양 예정인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오피스텔’은 현재 조합에서 분양 시기와 분양가를 조정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힐스테이트 청량리 더퍼스트’와 분양가가 비슷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측이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오피스텔의 경우 아파트보다 집값 상승이 제한적인 건 사실이다”며 “하지만 오피스텔 청약은 청약통장을 쓰지 않아도 되고, 당첨된 후에도 아파트 청약을 계속 넣을 수 있어서 수요자들이 오피스텔 시장으로 쏠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격이 높다보니 계약을 망설이는 수요자들도 있다”며 “하지만 아파트 공급이 부족하다보니, 아파트를 대체할 수 있는 면적의 오피스텔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현상은 도시형 생활주택으로도 옮겨 붙는 모양새다.
현재 분양 중인 ‘세운 푸르지오 헤리티시티’는 중구 세운지구에 위치하며, 주택형별로 4억~7억원 선에 분양가가 책정됐다. 3.3㎡당 평균 분양가는 약 3800만원으로, 3.3㎡당 4000만원 대인 강남권 아파트 분양가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도시형 생활주택 역시 청약통장 유무나 주택소유 여부와 무관하게 누구나 청약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는 분석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당분간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문상동 구도 분양대행사 대표는 “정부에서 서울 도심에 재건축‧재개발을 규제해 마땅한 공급이 없다보니, 아파트를 대체할 수 있는 오피스텔 시장이 활성화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그 결과 최근에 오피스텔 가격이 지나치게 부풀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