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더워진 날씨에 개학, 쿠팡 사태까지…"덴탈마스크 없어서 못 팔아요"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입력 2020.05.29 06:00
수정 2020.05.29 05:19

신뢰 안 가는 중국산… 국산 제품 선호해 품귀 현상

비말 차단 규격 곧 제정… 의료용 제품 생산량 100만장까지 늘려

쿠팡 물류센터 확진자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수도권 전체가 불안에 떨고 있다. 이런 가운데 등교, 개학까지 겹치면서 ‘덴탈마스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본격적인 더위를 앞두고 폭발적으로 늘어난 수요에 비해 공급량은 턱없이 부족해 소비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지난 28일 오전 기자가 방문한 서울 동작구의 한 약국에는 덴탈마스크 매대가 텅 비어 있었다. 반면 KF80·94 등급의 공적마스크는 충분하다 못해 재고가 쌓여 있었다. 마스크 대란이 있던 두달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해당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A씨는 “의료인용 덴탈마스크가 약국에도 소량씩 매일 입고되지만, 아침에 약국 문을 열자마자 국산 덴탈마스크는 다 나가고 없다”며 “오늘 오후 4시반쯤 새로운 물량이 들어오는데 그중에 덴탈마스크가 있다는 보장이 없다. 요즘처럼 덴탈마스크 물량이 달렸던 적이 없었는데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인근 다른 약국에서는 아예 덴탈마스크를 팔지 않는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약국마다 공급 계약을 맺는 업체가 다른데, 덴탈마스크 물량이 없어 받지 못 한지 한참 됐다는 것이다. 3중 필터 마스크나 일회용마스크라고 표시된 제품들만 남아 돌고 있었다.


약사에게 덴탈마스크 입고 계획을 묻자 고개를 저었다. 그는 “매일 약국에 찾아와 덴탈마스크를 찾는 분들이 많은데 드릴 수 있는 게 없어서 미안한 마음뿐"이라며 "정부에서 덴탈마스크와 비슷한 마스크를 만들어 생산량을 늘린다는데 그게 언제될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아동용 덴탈마스크는 ‘가뭄에 콩 나듯’ 구할 수 있었지만, 대부분 중국산이었다. 학부모들이 아동용 덴탈 마스크 만큼은 검증된 국산 브랜드로 구매하려고 하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중국산마저도 장당 800원대로, 코로나 사태 이전에 비해 7~8배가량 비싼 가격이었다.


약국에서 만난 한 어린이의 어머니는 “중국산 벌크(대용량)로 사더라도 장당 700~800원은 줘야 하는데 품질을 믿을 수가 없다”며 “국산 덴탈마스크는 마트에서도 살 수 없고 약국에도 품절이다. 개학하면 마스크가 얼마나 많이 필요할지 감이 안 와서 막막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숨쉬기 힘든 KF94보다 덴탈마스크가 적합" 의료진 권고안 공개


덴탈마스크 품귀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최근 환자·의료진이 아닌 일반인들의 경우 침방울을 막는데 덴탈마스크가 더 효과적이라는 의료진 의견이 공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미나 서울아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지난 12일 마스크 선택 시 일반인과 호흡기 증상으로 숨쉬기 힘든 유증상자는 덴탈 마스크가 적합하다는 내용의 권고안을 '대한의학회지(JKMS)' 오피니언면에 게재했다.


김 교수는 침방울에 따른 KF94 마스크와 덴탈마스크의 변화를 비교했다. 두 마스크 안쪽에 각각 메틸렌 블루 용액 5㎕를 떨어뜨렸다. 그 후 필터가 젖은 KF94 마스크는 푸른 용액 자국이 앞쪽까지 비쳤다. 미세입자 차단은 뛰어나지만 습기에 약한 헤파 필터의 단점이 드러난 것이다.


반면 덴탈마스크의 바깥면은 변화 없이 마른 상태를 유지했다. 마스크 필터, 방수 처리된 겉면이 침방울을 안정적으로 막아줘서다.


통풍이 잘되고 숨 쉬기 편한 의료용 마스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정부는 개학 등을 고려해 덴탈마스크 생산을 늘리기로 했다. 현재 하루 50만장 수준인 덴탈마스크 생산량을 100만장까지 늘릴 계획이다.


또 덴탈마스크와 유사한 형태의 비말 차단용 마스크에 관한 규격을 새로 설정해 내달 약국 등 공적판매처에서 일반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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