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시장 개점휴업...상장 타이밍 엉킨 기업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0.03.19 05:00
수정 2020.03.19 00:53

엔피디 등 이달 입성한 상장사들 공모가 대비 40% 넘게 하락

올 공모액, 3년 평균 50%도 못 미쳐... SK바이오팜도 눈치게임

주식시장의 투심이 얼어붙자 기업공개(IPO)에 돌입했던 기업들이 잇따라 상장일정을 철회하거나 미루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증시가 속절없이 무너지면서 밸류에이션을 적절하게 평가 받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금융투자업계는 2분기까지 공모시장의 한파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새로 입성한 기업들 주가도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의 흥행 부담이 더욱 커졌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엔피디 주가는 전장 대비 13.21% 내린 322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16일 상장한 이 업체는 현재 공모가(5400원) 대비 40.4% 급락한 상태다.


앞서 12일 입성한 플레이디는 이날 13.91% 하락한 5200원으로 마감, 공모가(8500원)보다 38.8%% 떨어졌다. 이달 초 상장한 서울바이오시스(-14.3%), 제이앤티씨(-41.4%),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50%)도 공모가 대비 주가가 서울바이오시를 제외하면 40% 넘게 하락했다.


지난달 20일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서남도 공모가(3100원)보다 40.2% 내려앉았다. 올해 증시에 입성한 기업들 주가가 줄지어 공모가를 밑돌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8일 상장한 레몬만 공모가(7200원) 대비 33.2% 급등한 9590원을 기록했다. 이 업체는 방역마스크를 생산하고 있어 코로나19 사태 속 마스크 대란에 따른 수혜를 입었다.


앞서 업계에선 올해 IPO 공모금액이 4조원을 가뿐히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의 IPO 진출이 열기를 띠면서 소부장 패스트트랙을 통한 상장 기업도 잇따랐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여파가 증시를 덮치며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상장한 7개 기업의 공모금액은 총 800억원 규모에 그쳤다. 1월 210억원, 2월 590억원으로 과거 3개년 평균인 1922억원 대비 50% 수준에도 못 미친다. 결국 상장 일정을 철회·연기하는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최근 코스닥 IPO를 추진했던 3개 기업이 상장철회를 밝혔다. LS그룹 계열사인 LS EV 코리아는 지난 13일 철회신고서를 제출하고 수요예측 이후 일정을 전면 중단했다. LS EV 코리아는 이달 11~12일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회사 측은 “최근 주식시장 급락에 따라 기업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을 고려해 잔여 일정을 취소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5일에는 메타넷엠플랫폼과 센코어테크가 상장을 취소했다. 메타넷엠플랫폼은 이달 2~3일 진행한 기관 수요예측 결과가 저조한 것이 원인이 됐다. 코넥스 시가총액 3위의 바이오기업 노브메타파마도 수요예측을 다시 실시한다. 지난 3~4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했지만 결과가 예상에 미치지 못하자 일정을 오는 23~24일로 미룬 것이다.


올해 공모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됐던 대어급 IPO도 연기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SK바이오팜과 호텔롯데, 카카오뱅크, 현대카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이 상장 시점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12월 심사 승인을 받은 SK바이오팜이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당초 상반기 코스피 상장이 목표였지만 현재까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못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11월 상장 주간사를 선정했지만 상장 일정을 굳이 서두르지 않을 전망이다. 카드 업황이 침체를 겪고 있는 데다 코로나19라는 변수가 더해져 청약 등에 불리해진 상황이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역시 예상치 못한 사태로 공연 수입이 줄어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호텔롯데 상장은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열쇠라고 불리지만 업황 불황에 증시 불확실성까지 겹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SK바이오팜의 경우, 일정이 더 지체되면 상장예비심사 승인 뒤 6개월 안에 상장 절차를 완료해야 하는 규정을 어기게 될 수도 있다. 미투젠, 엘이티도 같은 상황이다. 거래소에선 발행회사의 요청이 있을 시 상장 승인 효력 연장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여파로 최근 기업들이 IPO 공모일정을 연기하고, 기존 계획을 철회하면서 점차 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의 주가지수 변동 폭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기업설명회 등이 온라인으로 진행되거나 취소되고 있다”며 “기업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아 기관 수요예측 참가율도 급속히 하락해 기업 가치 반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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