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사외이사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등 5명...전문성 '맞불'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입력 2020.03.04 18:37
수정 2020.03.04 19:04

이사회서 신규 이사진 추천안 의결...지배·재무구조 개선 초점

전자투표제 도입 안하기로 결론...3자연합 제안 안건 채택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이 이달 말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등 5명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그룹 경영권을 놓고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는 가운데 3자 주주연합의 공세에 맞서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이사진으로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개선을 꾀한다는 포석이다. 또 3자연합이 제안한 주주제안을 주총 안건으로 의결한 가운데 전자투표제는 도입을 하지 않기로 결론냈다.


4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한진칼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어 김 전 위원장 등 5명을 신규 사외 이사로 추천하는 안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 보통주 기준 주당 255원 배당안 등을 주총 안건으로 의결했다. 주총은 오는 27일 개최하기로 했다.


한진칼은 현재 총 6명(사내이사 2명·사외이사 4명)인 이사회 구성을 총 11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사내이사는 하은용 대한항공 재무부문 부사장이 신규 추천돼 총 3명으로 늘어나며 사외이사는 임기 만료로 빠지는 이석우 법무법인 두레 변호사가 제외되고 신규 5명이 추가되면서 총 8명이 된다.


한진칼이 추천한 신규 사외이사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을 비롯, 한국자본시장연구원장을 지낸 박영석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 임춘수 마이다스PE 대표, 최윤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동명 법무법인 처음 대표변호사 등 5명이다.


한진칼은 사외이사의 경우, 지배구조 개선, 재무구조 개선, 준법 경영을 이끌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사내이사는 수송 물류 산업의 전문성을 갖춘 인물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사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해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회사측은 "추천된 사외이사 후보 면면을 살펴보면 금융전문가들로 특히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개선에 일가견이 있는 인물들"이라며 "다양성을 감안해 여성 사외이사 후보도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비롯,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주주연합에 맞설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3자 연합은 지난달 13일 전문경영인 제도 도입을 기치로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 등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4명 등 총 8명의 후보를 제안한 바 있다.


왼쪽 위 시계방향으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박영석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 임춘수 마이다스PE 대표, 최윤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동명 법무법인 처음 대표변호사.ⓒ한진칼

김 전 위원장은 재정경제부 차관 등을 역임하며 35년간 자본시장 질서 확립에 애쓴 금융·행정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박 교수는 공적자금관리위원장, 한국금융학회장 등을 역임한 재무·금융 전문가로 임 대표는 골드만삭스,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외 대형 투자은행(IB)에서 전문 업무를 수행해왔다.


한진칼의 첫 여성 사외이사로 추천된 최 교수는 앞서 한국씨티은행의 첫 여성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등 이론과 실무 경험을 겸비한 법률 전문가로, 이 변호사는 서울지법·서울고법 부장판사, 의정부지방법원장 등을 역임한 법조인으로 각각 이름을 올렸다.


한진칼 이사회는 “그룹과 연관없는 독립적인 인사들로 사외이사 후보를 구성하고 이사회의 사외이사 비중을 크게 늘려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했다”며 "조원태 회장은 사외이사후보 선정 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이사회 내 모든 위원회가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되고 위원회가 신설·확대되는 것을 고려해 심도있는 안건 논의를 통해 위원회가 실질적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신규 후보로 추천했다”고 덧붙였다.

이사회는 또 이달로 임기가 만료되는 조 회장을 사내이사 후보로 재추천했다. 그룹 경영 안정화를 위해서는 내부에서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조 회장의 중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와 함께 하은용 대한항공 재무부문 부사장을 신규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하 부사장은 한진그룹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재무·전략 전문가로 그룹 재무 안정성 제고 등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이사회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로 꼽혔던 전자투표제는 결국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전자투표제 도입은 이날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됐으나 이번 주총에서는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전자투표제는 주주 불참으로 인한 의결 정족수 부족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된 제도인데 이번 주총은 주주 참석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시스템 해킹 등 보안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진칼 이사회는 상법 제 363조에 따라 3자 연합의 주주제안을 의결, 주총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들이 제안한 이사회 사내외 이사진 선임, 이사 선임시 개별투표 방식을 채택하도록 명시하는 내용의 주주가치 제고 방안,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고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 중에 선임하는 내용 등을 담은 정관 개정안 등은 주총에서 안건으로 다뤄지게 됐다.


한편 이사회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보통주는 주당 255원, 우선주는 주당 280원을 배당하는 안을 결정했다. 이는 당기순이익의 약 50%로 전년도와 동일한 수준이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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