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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家 경영권분쟁에 소환된 김신배…포스코 주주와의 신의는?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0.02.14 14:51
수정 2020.02.14 15:55

3자 연합, 사내이사에 김신배 전 SK 부회장 추천 "항공 비전문가, 검증 안돼"

포스코 사외이사 임기 남기고 한진行…"거취 먼저 결정했어야" 비판도

조현아 3자연합 측이 한진칼 사내이사로 제안한 인물들. 왼쪽부터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 김치훈 전 대한항공 상무,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이사.ⓒ법무법인 태평양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이끄는 주주연합(이하 3자 연합)측이 전문경영인으로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을 내세워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포스코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김 전 부회장은 3자 연합의 발표 이후에도 거취를 밝히지 않고 혼란 상황을 방치함으로써 주주들과의 신의를 저버린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김 전 부회장은 SK C&C, SK텔레콤 등을 거치며 IT 분야에서는 명망이 높지만 정작 항공업과는 무관한 비(非)전문가로, 위기에 놓인 한진그룹을 정상화할 수 있을 지도 의문시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조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일명 강성부 펀드), 반도건설로 꾸려진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이하 3자 연합)은 전일 한진칼에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주주제안은 대주주 대신 전문경영인을 내세워 그룹 내 위기를 탈피하고 사외이사 중에서 이사회 의장을 선임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함으로써, 경영혁신을 이끌겠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3자 연합은 또 김 전 SK그룹 부회장,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 김치훈 전 대한항공 상무 등을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해 '조원태 중심 경영 체제'에 맞서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업계는 사내이사 후보군이 기대치 보다는 다소 미흡했다고 진단한다. 굴지의 대기업 출신이기는 하나 절반이 항공업과는 무관한 경력이어서 과연 항공사 경영을 잘 할 수 있겠느냐는 반응이다.


특히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은 3자 연합이 사내이사로 가장 먼저 추천한 인물인 만큼 3월 열리는 주총에서 이사로 선임되면 이후 열리는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낙점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항공업 경력이 전무한 그가 항공업계 전반에 대한 통찰을 가지고 전문성을 드러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3자 연합의 추천 인사인만큼 독립성을 유지한채 의사결정을 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3자 연합이 주주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김 전 부회장이 항공·물류 분야의 적임자이며, 검증된 인사라는 것을 객관적으로 입증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김 전 부회장이 포스코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점도 부담요소다. 포스코는 이사회 투명성을 위해 사외이사 중에서 의장을 선출하고 있으며 지난해 3월 사외이사로 재선임된 김 전 부회장을 의장으로 선출했다.


의장 임기가 만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 전 부회장이 거취를 명확히 하지도 않고 한진가 경영진에 합류하겠다고 나선 만큼 상도의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사외이사 임기는 2022년 3월까지로 임기는 2년 이상 남아있다.


상법 (시행령 제34조)에 따르면 사외이사는 해당 상장사 외에 2개 이상 타사 이사를 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어 법상으로는 2개 회사 이사 겸직이 가능하다. 그러나 상장회사에 대한 사외이사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2곳 중 1곳만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맥락을 모두 고려했을 때 김 전 부회장이 한진가 경영진 후보군에 입후보할 당시 포스코측에 양해를 구하고 사임 수순을 밟았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3자 연합이 제안한 이사회 구성은 3월 주총에서 당락이 결정될 것"이라며 "조원태 회장측의 우호 지분 확보 경쟁도 만만치 않은 만큼 앞으로 한진그룹 체제가 전문경영인으로 바뀔지, 오너 중심으로 변화를 꾀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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