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성적 나홀로 역성장…KB금융 절치부심 '무색'
입력 2020.03.03 05:00
수정 2020.03.03 09:57
해외 사업 순익 1년 새 21%↓…4대 금융그룹 중 감소 유일
'트라우마 탈피' 윤 회장 특명에도…지지부진한 성과 '부담'
KB금융그룹의 글로벌 사업 성적이 나 홀로 역성장의 늪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뜩이나 해외에서의 성과가 미흡한 KB금융의 실적이 홀로 더 악화되면서 경쟁사들과의 격차는 더 벌어진 모양새다. 특히 과거 글로벌 시장에서 큰 손실을 떠안았던 트라우마를 지우고자 윤종규 회장이 남달리 힘을 실어 왔음에도,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KB금융의 고민은 점점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KB금융이 글로벌 사업에서 거둔 당기순이익은 471억원으로 전년(596억원) 대비 21.0%(125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신한금융그룹은 3228억원에서 3979억원으로, 우리금융그룹 역시 1940억원에서 2240억원으로 각각 23.3%(751억원)와 15.5%(300억원)씩 해외 부문 당기순이익이 증가했다. 하나금융그룹의 해외 실적도 충당금 적립 전 영업이익 기준 4050억원에서 4550억원으로 12.3%(500억원) 확대됐다.
전통적으로 KB금융의 글로벌 사업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편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10여년 전에 겪었던 아픔이 자리하고 있다. KB금융은 글로벌 금융위기 한파가 몰아닥치던 2008년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 인수 과정에서 1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 그 후 10년여 동안 해외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왔다. 이에 리딩뱅크 경쟁을 벌이는 신한금융이 20여국에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과 달리, 지금도 진출 국가 수가 10개국에 그치고 있다.
문제는 윤 회장이 해외 사업 강화를 공식 천명하고 빠르게 보폭을 넓혀 왔음에도 좀처럼 실적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 KB국민은행장에서 KB금융의 수장으로 올라선 윤 회장은 2017년 연임에 성공한 후, 줄곧 임기 2기의 최대 과제로 글로벌 영역 강화를 주문해 왔다. 여전히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는 동남아시아와 안정성이 확보된 북미 등 선진 금융시장 진출을 동시에 노리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해 왔다.
실제로 2017년 KB금융은 주요 계열사인 KB국민카드와 KB캐피탈의 합작을 통해 라오스에 발을 디뎠다. 다음해 7월에는 인도네시아 소매금융 전문기업 부코핀은행 지분 22%를 인수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에 멈추지 않고 지난 3년 동안 베트남과 인도를 비롯해 다양한 국가로 진출을 이뤄냈다.
지난해 말에는 캄보디아 현지 1위 소액대출금융사인 프라삭을 인수하며 주목을 받았다. 프라삭 지분 70%를 7020억원에 인수하는 대형 거래였다. KB금융은 해당 지분 취득으로 프라삭 1대 주주에 오른 후 올해 중 잔여지분 30%를 취득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전체 투자액은 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KB금융은 2022년까지 프라삭을 상업은행으로 전환하고 캄보디아를 글로벌 네트워크 거점으로 삼을 방침이다. 앞서 2009년에 꾸진 KB캄보디아은행과의 합병을 통해 현지 선두 은행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다.
금융권에서는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더라도 당장 결실을 거두기 힘든 사업이 금융의 특성이라고는 하지만, 이제는 KB금융도 뭔가 성과물을 내놔야 할 때라는 평이 나온다. 은행을 중심으로 한 국내 대출 시장이 사실상 포화 상태에 다다르면서 해외 비즈니스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은행 기준금리까지 역대 최저로 추락하면서 국외 사업장에서의 역할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시장 금리가 낮아질수록 은행의 이자 마진이 함께 떨어지는 경향을 띄는 만큼, 이를 메꿀 대안이 필요해서다. 한은은 지난해 7월 1.75%에서 1.50%로, 같은 해 10월에는 1.50%에서 1.25%로 1년 새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렸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2016년 6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기록했던 사상 최저치로 돌아가게 됐다.
아울러 올해 말로 임기가 끝나는 윤 회장으로서는 글로벌 실적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두 번째 임기 내내 역점을 두고 진행해 온 해외 사업이 올해 만큼은 성과를 내야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심화하는 여건에서 금융사가 확실한 이자 이익 성장을 노릴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신흥국 공략뿐일 것"이라며 "덩치에 비해 글로벌 실적이 크게 모자란 KB금융으로서는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새로운 전기 마련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