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가는 통합열차…유승민·안철수, 이별의 플랫폼 남나

정도원 송오미 기자
입력 2020.02.03 05:00
수정 2020.02.02 23:06

유승민, '마지막 승객' 될 가능성 가장 유력

혁통위와는 거리 둔 채 황교안과 담판 시도

장고시 새보수당 일부 의원 선탑승 가능성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 국민보고대회를 계기로 중도보수대통합의 '통합열차'가 기적소리를 울리고 있다. 4·15 총선을 앞두고 이달 20일 이전에 중도보수 대통합신당이 출범할 예정인 가운데, 아직까지 플랫폼에 서성이고 있는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과 안철수 전 의원, 일부 보수 세력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통합열차' 마지막 탑승객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정객은 유승민 새보수당 의원이라는 관측이다. 이미 열차에 올라탄 중도보수 정치권 인사들이 앞다퉈 유 의원에게도 올라타라고 손짓을 보내고 있지만, 유 의원은 '차표'를 들고서도 '통합열차'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유 의원은 지난달 31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통위 국민보고대회에도 불참했다.


유 의원은 혁통위에 참여하면 자신의 위상이 'N분의 1' 정도로 격하된다고 봐서, 혁통위가 주도하는 중도보수통합 움직임을 탐탁치 않게 바라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오전 당대표단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유 의원은 "혁통위가 무슨 회의인지 모르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여과없이 노출했다.


대신 유 의원은 이번 주중으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만나 보수통합 문제에 관한 담판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중도보수 통합 절차에 관여하고 있는 정치권 관계자는 "황교안 대표와 유승민 의원 사이에서 단수(單數)의 인사가 '메신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안다. 어느 정도 사전 조율이 이뤄지면 회동이 성사될 것"이라면서도 "추상적 원칙은 천명됐지만 구체적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에 유 의원의 '통합열차' 탑승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유 의원에게 있어서 '통합열차' 탑승의 최대 불안 요소는 중도하차 우려라는 분석이다. 유 의원이 생각하는 자신의 종착역은 대권 도전이다. 당장은 총선을 앞두고 표 분산 방지가 급하기 때문에 '대권행 차표'를 가진 유 의원을 태워줬다가, 총선을 치른 뒤에 중도하차를 강요하는 상황을 맞는 것을 방지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유 의원이 최근 합당 대신 선거연대나 후보단일화를 선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객차는 좀 적더라도 독자적인 차편으로 2022년 '대권역'까지 가고 싶은 심경을 내비쳤다는 분석이다.


다만 새보수당 내에서도 선거연대나 후보단일화로 기호 후순위를 달고 출마하는 것보다는, '기호 2번'으로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선호하는 기류가 뚜렷하다. 의원들 사이에서도 통합에 적극적인 의원들과 소극적인 의원들로 나뉘어져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지난달 30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새보수당 일부 의원들은 한국당으로 오고 싶어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유승민 의원의 좌고우면(左顧右眄)이 필요 이상으로 길어지면 4~5명의 의원이 '통합열차'를 타고 출발해버리는 분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차표' 받은 안철수, 동승은 물건너가는 분위기
"보수통합 왜 자꾸 질문하냐…'러브콜' 안 들려"
3일 신당추진위 출범…실용신당 창당 본격화


반면 안철수 전 의원은 '차표'를 받았으되 '통합열차'에 탑승하지 않을 것이 확실시된다. 플랫폼에 남은 안 전 의원은 자신의 열차를 만들어 총선 정국을 돌파하고 대권으로 향하려 할 것으로 관측된다.


안철수 전 의원은 이날 의원회관에서 독자적인 신당 창당의 비전을 제시했다. 3일에는 신당추진위원장 발표를 예고했다. 중도보수 '통합열차'와 관계없이 '중도실용'이라 명명한 자신만의 열차를 발차시키겠다는 의지다.


'통합열차' 차창 너머에서 계속되는 손짓도 지겹다는 반응이다. 안 전 의원은 이날 비전 발표 이후 여의도에서 기자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또 중도보수대통합이 거론되자 "내가 궁금한 것은 왜 자꾸 질문하느냐는 것"이라며,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 등의 '러브콜'에 대해서도 "요새 기사 검색을 하지 않아서 들리지도 않는다"고 일축했다.


'통합열차'에 올라탄 황교안 한국당 대표도 안 전 의원과의 동승은 단념한 듯한 모습이다. 황 대표는 비공개 의총에서 "안철수 전 의원과는 함께 하고 싶지만, 본인이 아니라는데 어쩌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국당 일각에서는 '개문발차'한 '통합열차'에 나중에라도 안 전 의원이 뛰어오를 극적 가능성에 여전히 기대를 놓지 않고 있다. 김병준 한국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1일 국민보고대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안 전 의원이 귀국할 때 말한 것을 보면 박형준 위원장이 이야기하는 새로운 가치들, 공화·자유·자율 이런 것들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서로 간에 작은 이해관계나 가치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현재 문재인정부의 폭정을 막아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공통지점을 형성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큰 틀에서 안 전 의원도 독자적인 창당보다는 통합의 움직임에 같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안철수 전 의원이 국민의당을 창당할 때 핵심 역할을 했던 김영환·문병호 전 의원이 '통합열차'에 먼저 올라타서 자리를 잡은 점도 여운을 남기는 요소다.


김영환 전 의원은 국민보고대회에 참석해 "수도권 5선의 길을 버리고 안철수 전 의원을 따라 국민의당을 창당했다"면서도 "이번 총선에서 무조건 승리해 민주당의 독주를 막고, 다음 대선에서 민주당의 재집권을 막는 일이 지금 필요한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중도보수) 통합신당 말고는 이 나라에서 민주당의 폭주를 막을 길이 없더라"고 토로했다.


문병호 전 의원도 "우선 무능하고 무도한 문재인정권을 심판하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라면서도 "모이더니 '도로 새누리당'이라면 이것으로는 국민에게 지지받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보수 분열 우려에도 일부 세력은 '플랫폼' 잔류
후보단일화 가능성은 전무, 총선 때 정리될 듯
"文정권 연명 돕는 정치세력 생겨나 좌절감"


자유통일당을 창당해 보수 분열 우려를 야기하고 있는 소수 세력은 '차표'도 없거니와, 스스로도 플랫폼에 남은 채 '통합열차'에 탑승하려는 생각은 전혀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은 국민보고대회에서 "말로는 '문재인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면서도 정치행보로는 문정권의 연명을 도와줄 정치 세력들이 오히려 생겨나는 모습을 보면서 좌절이 크다"고 꼬집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등은 후보단일화를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원외정당을 하나 만들어내서 단일화를 요구하면 응해줘야 한다는 나쁜 정치적 선례를 남겨서는 안되기 때문에, '통합열차'에서도 이러한 조건으로 '차표'가 발급될 가능성은 전무하다는 분석이다.


중도보수대통합에 참여하고 있는 한 정당의 핵심 관계자는 "통합에 저항하고 통합을 거부하는 세력은 문재인정권과 공동정범"이라며 "이런 자들을 총선에서 살려두면 대선을 앞두고 또 분탕질을 칠 것이기 때문에 다소 출혈이 있더라도 이번 기회에 정리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 핵심 중진의원도 "우리 당 지도부는 더 이상 '한줌 분열세력'의 실명을 거론해가며 '통합했으면 좋겠다'고 구애할 필요가 없다"며 "같은 물잔을 바라보고서도 '물이 반밖에 안 담겼다' '물이 반이나 차 있다'고 할 수 있듯이, 이 정도 규모면 대통합이 된 것으로 보고, 잔여 세력들은 '보수 분열세력' '통합 저항세력' '문재인정권 공동정범'으로 구성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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