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 선도하는 정의선…탄소시대 종말 꿈꾼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0.01.19 06:00
수정 2020.01.18 20:15

수소차 뿐 아니라 연료전지시스템 외부 공급으로 수소경제 시대 선도

'脫 탄소'로 '에너지 민주화', '미래 성장동력 확보' 야심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수소위원회 주관 만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수소전기차는 올해부터 차량뿐만 아니라 연료전지시스템 판매를 본격화하고, 관련 인프라 구축사업 협력을 통해 수소 산업 생태계 확장을 주도해 나가겠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밝힌 포부다.


현대차그룹은 수소경제의 핵심 플랫폼인 수소전기차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가진 넥쏘(1회 충전 주행거리 609km)를 개발하는 등 선도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정 수석부회장의 야심은 단지 수소전기차 분야에 그치지 않는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전기차의 동력원인 수소연료전지시스템에서도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양산 능력도 착실하게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12월 수소전기차 중장기 로드맵인 ‘FCEV 비전 2030’을 통해 2030년까지 연료전지시스템 연간 생산량을 70만기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연료전지시스템의 용도는 수소전기차에 그치지 않는다. 기차와 선박 등 시스템의 부피나 무게에 큰 구해를 받지 않는데다 기착지가 한정돼 있는 이동수단은 자동차보다 적용이 더 유리하다. 동선이 일정 공간으로 한정돼 있는 지게차와 같은 장비도 충전 인프라 구축 부담이 덜하다.


기존 배터리 기반으로는 규모 확대에 한계가 있는 드론도 마찬가지다. 드론이 사람을 태울 수 있는 개인용 비행체(PAV) 수준으로 확대되려면 이륙중량이나 항속거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궁극적으로는 연료전지의 힘을 빌어야 한다.


잉여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시 사용하는 발전(發電), 전기저장장치 분야에서도 연료전지가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이같은 점을 감안해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연료전지 연간 생산량 70만기 중 20만기를 외부 판매용으로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연료전지 기차, 연료전지 지게차, 연료전지 선박, 연료전지 발전(發電), 연료전지 드론 등 다양한 판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때까지 현대차그룹이 목표한 연간 수소전기차 생산량은 50만대다. 70만대의 수소연료전지 중 수소전기차에 탑재되는 수량을 제외한 나머지 20만기는 외부 판매용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연료전지시스템 판매 본격화’를 선언한 것은 ‘수소전기차’를 넘어 ‘수소경제’를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수소에너지 분야에서 지금과 같은 지위에 오르기까지는 정몽구 회장의 ‘탈 탄소, 수소경제 시대’에 대한 선견지명이 있었다.


정 회장은 지난 2006년 현대차그룹의 친환경 기술 분야를 담당하는 마북연구소 설립 당시 현장을 찾아 “수소는 민주적인 에너지다. 기름 안 나는 나라도 자동차를 굴려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수소연료전지와 수소전기차 개발에 매진해 줄 것을 당부했다.


수소가 ‘민주적인 에너지’, ‘평등의 에너지’로 불리는 것은 비산유국도 동등한 위치에서 에너지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유국 중심의 탄소 경제 에너지 공급 사슬에서 벗어나 기술력이 있다면 누구나 수소를 생산하고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 평등의 경제 체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맥킨지가 2017년 발표한 보고서(Hydrogen scaling up)에 따르면 2050년 전세계 수소 수요는 연간 78EJ(석유로 환산 시 약 132억6000만 배럴)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보고서는 수소가 지금은 주로 산업용 원료로 활용되고 있지만, 수소 활용 분야의 기술 발전과 함께 수소 소비량이 가파르게 늘어날 것이라 예상했다.


특히, 수소전기차 분야가 수소 수요 확대를 이끌고, 이후 연료전지가 다양한 분야에 보급돼 수소 소비가 점차 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그룹이 구상하는 수소전기차 보급과 연료전지시스템의 외부 판매 병행 전략과 일치하는 예상이다.


수소에너지 관련 사업은 경제성 측면에서도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진 미래 성장동력이다. 맥킨지는 2050년께 세계는 수소 경제 활성화로 인해 수소에너지가 전 세계 에너지 수요의 약 18%를 차지하며, 연간 2조5000억달러(약3000조원)의 시장가치와 함께 30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최근 수소 분야 글로벌 CEO 협의체인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와의 인터뷰에서 “수소 생산, 유통, 활용이 이뤄지는 수소 생태계가 진정한 무탄소사회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수소 모빌리티의 선도업체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일반 대중에게 합리적인 가격의 수소전기차를 개발하고 공급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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