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염정아 "아이돌도 아닌데…폭발적 관심 신기"

부수정 기자
입력 2019.02.13 09:03
수정 2019.02.19 09:34

JTBC 'SKY 캐슬' 한서진 역

"매회 감정 연기 힘들어"

배우 염정아는 최근 종영한 JTBC 'SKY 캐슬'에서 한서진 역을 맡아 사랑받았다.ⓒ아티스트컴퍼니

JTBC 'SKY 캐슬' 한서진 역
"매회 감정 연기 힘들어"


최근 종영한 JTBC 'SKY 캐슬'에서 단연 돋보인 배우를 꼽노라면 염정아(47)다. 염정아는 한 인간이 품은 감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밉지만 끌리고, 연민이 가는 인물이었다.

염정아는 딸 예서(김혜윤)의 서울의대 진학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극성 엄마 한서진으로 분했다.

한서진은 배우 염정아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었다. "염정아가 이렇게 연기를 잘했나"라는 극찬이 잇따랐다.

그가 주연한 JTBC 'SKY 캐슬'은 비지상파 최고 시청률인 23.8%(닐슨코리아·전국 유료 방송기준)로 최근 종영했다.

7일 서울 강남에서 만난 염정아는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며 "축하 인사를 많이 받아서 행복하고, 얼떨떨하다"고 미소 지었다.

4회까지 대본을 보고 참여했다는 그는 "대본이 워낙 재밌었는데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줄 몰랐다"며 "전 연령층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아서 특히 기쁘다. 아이돌도 아닌데 궁금해하는 게 신기하다"고 했다.

조현탁 감독에 대한 신뢰로 출연을 결정했다. '마녀보감' 때 호흡한 바 있는 염정아는 "이렇게 신사인 감독님은 없을 것"이라며 "타인을 배려하는 모습에 반했고, 이런 면모가 연출에 묻어났다"고 말했다.

방송이 끝나면 지인들의 축하 메시지가 쏟아져 힘이 났단다. 그는 "주변에서 드라마 얘기를 하는 걸 많이 봤다"며 "뜨거운 인기를 느꼈다. 내겐 인생작이 될 듯하다"고 했다.

JTBC 'SKY 캐슬'을 마친 염정아는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줄 몰랐다"고 했다.ⓒ아티스트컴퍼니

'SKY 캐슬'은 19회~20회에서 등장인물들이 개과천선했다는 비판을 들었다. 결이 달려졌다는 얘기다. 배우 역시 이런 반응에 공감한단다. 염정아는 마지막회 몇주 전에 결말을 미리 알고 있었다.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그는 "한서진의 감정 변화를 떠올리며 연기를 준비했다"고 고백했다.

클로즈업 신도 많았다. 엄청난 부담감이 밀려왔다. "클로즈업 신에서는 주름, 모공 등에 신경 쓸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그것보다는 연기를 집중해 주셔셔 감사했죠."

가장 힘들었던 점을 묻자 인물들을 마주 쳤을 때 표현해야 하는 감정 연기다. "매회 많은 인물과 연기하면서 다른 감정을 해야 했어요. 원래 대본에 메모하지 않는데 이번엔 상황마다 감정을 메모했습니다. 상대 배우와 어떤 감정으로 연기했는지 체크해야 연기할 수 있었거든요. 이런 적은 처음이에요."

배우는 한서진은 외로운 사람이라고 했다. 혼자 짊어지고 가야 하는 인물이라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란다. 염정아는 "그래도 김주영만큼은 하겠냐?"고 웃은 뒤 "서형 씨가 참 잘해줬다"며 "첫 촬영 때부터 자기 캐릭터를 확고하게 잡아준 배우"라고 했다. "서형 씨랑 함께하면서 가장 긴장하면서 찍었어요. 기가 쫙 빨렸는데 무언가 해냈다는 쾌감이 들죠. 김주영을 믿지 않으려 해도 김주영을 믿을 수밖에 없게 연기한 배우죠."

이 드라마는 염정아 외에 김서형, 오나라, 이태란, 윤세아 등 40대 여배우들이 활약한 작품이다. 그는 "처음부터 파이팅 넘치게 연기하자고 했다"며 "이런 드라마가 잘 돼야 한다고, 우리가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저와 이태란 씨 외에는 기혼자가 없는데도 잘하더라고요. 진심으로 그 인물이 되려고 노력하면 경험하지 않아도 연기를 잘할 수 있는 듯해요."

JTBC 'SKY 캐슬'을 마친 염정아는 "좋은 드라마에 출연하게 돼 기쁘다"고 했다.ⓒ아티스트컴퍼니

2006년 12월 결혼한 그는 슬하에 1남 1녀를 둔 '워킹맘'이다. 실제론 윤세아가 맡은 노승혜 같은 엄마라는 그는 "칭찬을 많이 해주려고 한다"며 "이 드라마를 통해 교육관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앞으로 어떤 교육관을 가져야 할지 고민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극 중 한서진처럼 염정아의 남편도 의사다. 염정아는 "강준상은 엄마 치마폭에 쌓여 세상 물정 모르게 자란 남자라면, 우리 남편은 남자답다"고 미소 지었다.

자녀들도 드라마를 재밌게 봤다. 눈만 마주치면 드라마 OST인 '위 올 라이'(We all lie)를 따라 불렀단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를 묻자 '아갈 머리'를 꼽았다. 배우 역시 '아갈 머리'라는 대사를 보고 깜짝 놀랐단다. "한서진은 우아한 척하는 여자인데, 수임이랑 있을 때만 '아갈 머리'를 쓰거든요. 나름 신났어요. 하하."

화제가 된 '아갈 대첩'신에 대해선 "정말 재밌게 찍었다"며 "나라가 예쁘게 나왔다"고 웃었다.

한서진 패션도 화제였다. 염정아는 '염드리 햅번'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레이스 켈리보다 진주가 더 잘 어울리는 여자'라는 설정에 신경 쓰며 스타일링했다.

후반부에 들어 서진은 예서에 대한 모성애를 보여준다. 가장 마음에 와닿은 장면을 꼽자 시험지 유출 사건을 안 뒤 예서에게 "엄마가 알아서 할게. 너는 걱정하지 말아라"라고 한 장면, 흔들리는 예서에게 "우리 딸이 잘 먹고 잘 자는 게 제일인 것 같아서 이런 결정을 했다"라고 한 장면을 꼽았다. "한서진은 앞만 보고 달려서 예서도 그런 아이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근데 나중에 뭐가 중요한 건지 깨달았죠. '엄마가 사랑해'라는 대사를 할 땐 눈물이 나더라고요."

JTBC 'SKY 캐슬'을 마친 염정아는 "40대 여배우들이 주축이 된 작품이 잘 돼서 기쁘다"고 했다.ⓒ아티스트컴퍼니

지난 1991년 제35회 미스코리아 선으로 연예계에 입문한 염정아는 1991년 MBC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으로 데뷔한 염정아는 '모델'(1997), '야망의 전설'(1998), '장화, 홍련'(2003), '범죄의 재구성'(2004), '여선생 VS 여제자'(2004), '소년, 천국에 가다'(2005), '로열 패밀리'(2011), '내 사랑 나비부인'(2012), '네 이웃의 아내'(2013), '카트'(2014), '마녀보감'(2016), '장산범'(2017)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 개성 강한 연기를 보여줬다.

그간 도시적인 이미지를 주로 선보인 그는 최근 작품을 통해선 친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염정아는 "뾰족한 부분이 많이 없어졌다"며 "실제로 털털한 편이다"고 전했다.

20대 때는 '미스코리아 출신'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화려한 캐릭터만 들어와서 불만이었다. 꾸준히, 열심히 하다 보니 그런 수식어는 없어졌다.

데뷔 30년차를 앞둔 그는 "예전엔 너무 밝았는데 지금은 좀 차분해졌다"며 "이런 부분이 배우로서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소름 돋는 연기로 찬사를 얻는 그가 힘들어하는 점은 무엇일까. "감정신을 앞두면 힘들어요. 장면이 정확하게 말하고자 하는 걸 표현하는 게 배우인데 그게 참 어렵죠. 이번 작품을 찍을 땐 잠꼬대를 할 정도로 표현하기 힘들었습니다. 세트장 촬영은 스스로 예민해질 정도였죠. 세트장 들어가기 전에는 대본을 여러 번 봐도 어려웠습니다."

여전히 아름다운 미모 관리 비결을 묻자 "첫 애 낳고 온몸에 살이 붙었다"며 "운동을 싫어하는데 필라테스 하며 몸매 관리를 한다"고 했다.

염정아는 지난해 '완벽한 타인'부터 올해 'SKY 캐슬', '뺑반'까지 다채로운 역할을 매끄럽게 해냈다. 그는 "작품이 없어서 괴로웠을 때가 있어서 지금 연기를 하는 순간이 행복하다"며 "준비를 철저히 했을 때 좋은 기회가 오는 것 같다. 처음 시작하는 배우들은 가리지 말고 도전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푸껫으로 포상휴가를 가는 그는 "정말 신나게 놀 계획"이라고 웃었다.

올해는 '미성년'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한서진과는 완전히 다른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액션이요? 구강 액션만 합니다. 하하."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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