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호남계' 분당수순 밟나?

이동우 기자
입력 2017.11.09 17:07
수정 2017.11.09 17:12

동교동계 고문들 "안 대표 누구와 소통하는지 몰라"

지도부 vs 호남계 설전 오간후 봉합 이뤄지지 않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을 정치보복으로 규정한 발언과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 시도당위원장 일괄사퇴 등 당 운영방식에 문제제기를 하는 유성엽 의원과 장외 설전을 벌이는 등 당내 호남 중진의원들과 내분에 빠져든 가운데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유성엽 의원이 안 대표와 거리를 두고 멀리 떨어저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민의당 지도부와 호남계 의원들 간 내홍이 장기화되면서 당 원로격인 동교동계 고문들까지 지도부에 대한 불만과 우려를 드러냈다.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당의 뿌리 깊은 정체성을 무시한 지도부의 제왕적 결정들이 양측 갈등의 주요 원인이 됐다면, 깊어진 감정의 골로 당내 일부 의원들의 탈당 가능성마저 거론되는 극단의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9일 국민의당 동교동계 고문들은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오찬 회동 자리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 가능성에 대해 "오늘이 있기까지 노력해왔던 사람들이 그걸 보고 그대로 같이 할 수 없다는 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고문단 대변인 역할을 한 이훈평 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단, 지금 얘기가 아닌 그때 가서 얘기"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안철수 대표가 누구와 소통을 하는지 모른다. 분위기가 이런 저런 것을 따지기 어려울정도로 실망스럽다"고 최근 당내 갈등이 소통의 부재에 있음을 꼬집었다.

이 전 의원은 "당 고문들이 바라는 것은 통합이나 연대문제 등은 당 내에서 여러 가지 논의기구를 통해 논의하고, 의원들과 충분히 대화를 통해 앞으로 대처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당 고문들의 바람과는 달리 지도부와 호남계 일부 의원들은 여전히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특히 안철수 대표와 유성엽 의원 사이에 '끝까지 같이 못할 분', '초딩수준' 등의 원색적인 설전이 오간 상황에서 표면적인 봉합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지원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가지난 2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성평등 정책 중장기 비전수립을 위한 토론회 '우리시대 성평등 정책 재편을 말한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안 대표와 유 의원은 거리를 두고 앉은 채 불편한 모습으로 서로를 외면했다.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총회에서 두 의원 사이에 최근 일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고 전했다.

국민의당의 내분으로 민주당과 바른정당 측의 통합을 위한 물밑 작업 또한 보다 노골화되고 있다. 실제 민주당 측은 국민의당이 '같은뿌리'임을 강조하며 여권의 전열강화를 위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이제는 서로 손을 잡을 때가 됐다"며 "그래서 당장은 못 해도 물밑에서 대화가 필요하지 않느냐"고 손을 건넨 상태다.

당 지도부가 바른정당과의 연대를 지속해 나갈 경우 호남계의 불만도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어서 일부 의원들의 이탈 가능성이 내년 지방선거를 전후한 구체적인 '시기'만을 남겨두고 있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예상보다 이른 정계개편 움직임 속에서 호남계 일부 의원들이 안철수 당 대표의 자질문제까지 노골적으로 드러낸 상황에서 더 이상의 봉합이 어렵다는 이유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 전후로 국민의당 호남계 의원들이 개별적인 이동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고 말해 향후 국민의당의 분당 혹은 일부 의원들의 탈당 여부에 지속적인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

이동우 기자 (dwlee99@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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