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강경화 '강공 예고'…'고유권한에 압박 불허한다'
이충재 기자
입력 2017.06.15 17:40
수정 2017.06.15 17:53
입력 2017.06.15 17:40
수정 2017.06.15 17:53
회의서 준비 원고 읽으며 '작심 발언'…주말쯤 임명 강행
"임명 국민지지 훨씬 높다"…야당과 정면충돌 불가피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가 열린 여민1관. 회의장에 들어선 문재인 대통령의 손에는 A4용지 크기의 원고가 들려 있었다. 문 대통령은 자리에 앉아 "오늘은 제가 몇 마디 먼저 말씀 좀 드리고 싶다"며 작심한 듯 준비한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야당이 반대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을 선언하는 자리였다.
문 대통령, 17일 '최후통첩'…이르면 이번 주말 임명
문 대통령은 이날 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오는 17일까지 재송부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사실상 '최후통첩'이다. 대통령은 국회가 인사청문요청안을 제출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청문보고서를 송부하지 않을 경우 10일 이내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17일까지 국회가 '응답'하지 않으면 문 대통령은 즉각 강 후보자를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이번 주말 강 후보자가 임명장을 받게 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절차적으로는 18일부터 임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국민들 지지가 훨씬 높다"…여론으로 임명 강행
역시 여론의 힘이다. 지난 13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 강행으로 정치권의 후폭풍이 거세지만, 한번 더 밀어붙이기를 할 수 있는 '든든한' 배경이다. 문 대통령은 "검증 결과를 보고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또 "(강 후보자 임명에) 국민들 지지가 훨씬 높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임명 강행 명분과 절차적 하자가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헌법과 법률은 정부 인사에 관한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을 분명하게 정하고 있다"며 "장관 인사는 대통령의 권한이므로 국회가 정해진 기간 안에 청문보고서를 송부하지 않으면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할 수 있게 돼 있다"고 말했다.
한미정상회담을 비롯한 산적한 외교 현안을 이유로 강 후보자 임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이 보름밖에 남지 않았고, 이어서 G20 정상회의와 주요 국가들과의 정상회담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며 "외교부장관 없이 대통령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야당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여야 관계 파국으로
특히 문 대통령은 야당을 겨냥해 "반대를 넘어서서 더 이상 협치는 없다거나 국회 보이콧과 장외투쟁까지 말하며 압박하는 것은 참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고 비판했다. 또 "정부의 노력이 마치 허공을 휘젓는 손짓처럼 허망한 일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라고 개탄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이례적인 대야(對野)강공은 새 정부의 핵심 동력인 인사문제부터 야당의 반대로 지체될 경우 향후 정치공세에 계속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행간엔 인사권을 비롯한 대통령 고유권한에 대한 '압박'을 허용치 않겠다는 뜻도 녹아있다.
여야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을 전망이다. 여론을 등에 업은 문 대통령과 이에 맞서 스크럼을 짠 야3당의 정면 충돌양상이다. 야권은 강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을 '선전포고'로 규정하고 반발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향후 추가경정예산안, 정부조직법 개정안, 후속 인사청문회 등에 협조할 수 없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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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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