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재판]"정상적 의견전달도 위법?" 특검, 혐의입증 연거푸 실패
이호연 기자
입력 2017.05.25 18:26
수정 2017.05.25 23:55
입력 2017.05.25 18:26
수정 2017.05.25 23:55
공정위 석동수 이어 곽세붕 증언 확보 못해..."주식처분 규모 공정위 자체 판단"
김종중 사장 공정위 접촉 트집잡는 특검..."공정위 중대오류 바로잡는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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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슈를 놓고 펼쳐진 재판에서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의 경영권 승계 목적에서 이뤄졌다는 기소 혐의 입증에 연거푸 실패했다.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삼성물산 주식 처분 규모 축소 의혹을 입증할 만한 증거와 증언은 나오지 않은 채 특검과 변호인단간 공회전만 지속됐다. 특히 특검은 전날 증인과 거의 동일한 질문을 반복하면서 유사 증인 채택으로 인한 효율적인 재판 진행을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25일 서울 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제 18차 공판에서는 곽세붕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전 경쟁정책국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하지만 이 날 역시 특검의 공소사실을 입증할 만한 증언이 나오지 않으면서 특검은 기소 혐의 입증에 실패했다.
곽 상임위원은 특검이 '김종중 전 삼성 사장이 (주식처분규모로) 1000만주가 많으니 삼성SDI 500만주로 줄여달라고 김학현 당시 공정위 부위원장에게 얘기했다고 하는데 들은 적 있냐'라고 묻자 “없다”고 답했다.
곽 위원은 이어 “삼성 관계자를 만난 적이 없다"며 "관련 사실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부위원장이 순환출자 고리 관련 보고서를 받아보고 의사를 피력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특검은 이 날 재판 내내 전날 증인으로 출석했던 석동수 공정위 사무관에게 했던 질문을 다시 반복하는 등 재판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모습이었다. 이틀 연속 공정위 관계자를 출석시키면서도 전날과 다른 내용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질문으로 동일한 답변을 양산하며 재판이 지루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특검은 혐의 입증이 어느 정도 이뤄진 것으로 자평하는 아이러니를 연출했다. 합병이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한 것으로, 순환출자해소 과정서 주식처분 규모 축소도 청탁에 의해 이뤄졌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특히 김종중 전 삼성 사장이 공정위 인사들과 접촉한 부분을 트집잡았다. 주식 처분 규모가 1000만주에서 500만주로 줄어드는 과정에서 김 전 사장이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을 만나 청탁이 이뤄졌고, 이후 김 전 부위원장의 지시로 결국 500만주로 결정됐다는 것이 특검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기업인으로서 지극히 정상적인 비즈니스활동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으로, 변호인단은 "특검측이 오히려 정당한 의견개진을 부정한 청탁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강력반발했다.
이에 변호인단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공정위에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왜 위법이 되냐"며 "김 전 사장이 적법한 절차에 의해서 의견 개진을 한 것은 위법사항이 아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전 사장이 김 전 부위원장을 만난 것은 공정위 실무 관계자들이 공정위 실무자들이 삼성 실무자들의 의견개진 기회를 봉쇄한 탓에 그보다 높은 분들(김 전 부위원장)에게 의견 개진 기회를 얻고자 한 것으로, 이 때문에 김 전 부위원장이 중대한 오류를 찾아내 바로 잡을 수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김 전 부위원장이 최종 결재가 되고도 갑자기 결과를 수정한 것은 삼성의 외압이 아니라 본인(김 전 부위원장)이 오류를 발견하고 자체적으로 수정했다"고 강변했다.
이어 "주식처분 규모 축소도 공정위가 여러 차례 해석 기준을 변경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최종 판단은 공정위 내부 의견 수렴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틀간 증인으로 출석한 공정위 관계자들이 특검의 공소장 내용을 한 번도 거론한 적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편 특검은 이 날 재판에서도 질문 전에 장황한 설명을 이어가다 재판부로부터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재판 재개 직후 특검이 이왕익 삼성전자 전무가 장충기 전 삼성 사장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내용을 장황하게 설명하려 하자, 재판부는 "설명이 너무 길다. 곧바로 질문해라"며 일침을 가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특검은 곽 상임위원을 상대로 "삼성측에서 공정위에 주식 처분 규모가 500만주가 아닌 400만주라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하려 한 것 아니냐"며 유도신문하자 재판부로부터 “설명하는건 좋은데 정도가 심하니 사실 확인만 해 달라”라고 연거푸 제지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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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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