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2장 결론 못내리는 박 대통령, '설'만 무성
이충재 기자
입력 2016.11.25 14:42
수정 2016.11.25 18:26
입력 2016.11.25 14:42
수정 2016.11.25 18:26
김수남 총장 수사 결과에 대한 불만 표시인가?
사의(辭意) 워낙 강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나?
박근혜 대통령이 장고에 들어갔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 민정수석의 사표를 받아든지 닷새째 사표 수리나 반려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어 그 배경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전날까지만 해도 청와대 내에선 박 대통령이 사표를 반려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했다. 한광옥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청와대 참모들이 사표를 반려해야 한다는 뜻을 박 대통령에게 건의하기로 하는 등 움직임에 나섰기 때문이다.
정연국 대변인도 전날 "알려드릴 게 있으면 알려드리겠다"며 박 대통령의 '결심'이 임박했음을 시사했지만 25일엔 "사표 수리 여부는 박 대통령이 결정할 사항으로, 결심하면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시기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얘기다.
검찰 압박용? 꿈쩍 않은 검찰…권력누수에 여론악화 우려만
사정라인 공백이 장기화 될 경우, 결심을 하지 못하는 박 대통령을 향한 여론 악화도 우려된다. 당장 탄핵정국에 몰리는 와중에 정권유지의 핵심축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가 권력누수의 한 단면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박 대통령이 법무장관과 민정수석의 사표를 쥐고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구체적으로 "김수남 검찰총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사표다", "검찰 수사결과 발표에 대한 불만 표시다"는 등의 관측이다.
현재 김 총장이 물러날 뜻이 없다고 못박은 만큼 '검찰 압박용'이라는 해석은 설득력이 낮다. 이에 박 대통령이 당분간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검찰에 일정한 경고 메시지만 보낸 뒤 특검 수사 등을 명분으로 반려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사표 2장 되돌릴 명분 찾기 어려워 '장고'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사표를 반려하는 게 시국을 돌파할 '정공법'이지만, 김 장관과 최 수석의 사퇴 의사가 워낙 강해 반려하기도, 수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해석도 있다.
김 장관과 최 수석이 강경모드인 청와대와 '통제불능' 검찰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무력감 속에 사퇴를 결심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같은 자리에 다시 앉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결국 박 대통령이 두 사람의 발길을 돌려 세울 마땅한 명분이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장고 배경에 대해 이렇다할 설명을 하지 못하는 것도 또 다른 관측을 낳게 만드는 배경이다. 청와대는 '갈등설'이나 '항명설'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박 대통령의 장고가 이어지면서 이래저래 억측만 커지고 있다.
여권 한 관계자는 "사표를 쥐고 있는 것은 검찰을 향한 메시지다. 그런데 검찰에서 반응이 없으니 시간이 필요한 것"이라며 "사표를 반려하거나 새로 후임자를 찾거나 타이밍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김 장관과 최 수석은 사표 제출 후 현재까지 정상적으로 출근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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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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