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비대위원장설' 누가 왜 흘리나?

고수정 기자
입력 2016.11.22 16:33
수정 2016.11.22 21:11

비박계와 거리둔 유 의원 내세워 '최순실 정국' 타개 모색

유승민 "오해 혹은 음해", 친박계도 "신빙성 전무"

새누리당 친박계가 비박계 대권주자 유승민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원한다는 설(說)이 돌고 있다. 유 의원에 비판 일색이었던 친박계의 태도 변화가 감지되면서다. 하지만 유 의원은 ‘음해’라고 단정 지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비박계와 거리둔 유 의원 내세워 '최순실 정국' 타개 모색
유승민 "오해 혹은 음해", 친박계도 "신빙성 전무"

새누리당 친박계가 비박계 대권주자 유승민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원한다는 설(說)이 돌고 있다. 유 의원에 비판 일색이었던 친박계의 태도 변화가 감지되면서다. 하지만 유 의원은 ‘음해’라고 단정 지었다.

21일부터 새누리당 내에서는 친박계가 비박계에 대한 ‘대응 카드’로 유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민다는 설이 퍼졌다. ‘보수 혁신’의 대표 주자로, 탈당이나 분당 등 비박계가 내놓은 ‘강경책’에 대해 일찌감치 선을 그어온 유 의원을 당 전면에 내세워 ‘최순실 정국’에서 벗어난다는 시나리오다.

특히 유 의원이 서청원·최경환 의원 등 친박계 핵심 인사들과 자주 접촉하고 있다는 말이 돌았고, 친박계가 유 의원에 대해서는 ‘유화책’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면서 단순한 ‘설’이 아닐 거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이정현 대표도 유 의원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으며, 이장우 최고위원은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래도 당과 관련해 상당히 무겁게 행동하고, (김무성 전 대표와는) 상황이 다른 것 같다”고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 최고위원은 같은 회의에서 김 전 대표를 향해 “하늘에 떠 있는 깃털 구름같이 행동과 말이 너무 가볍다”고 비난한 바 있다.

그동안 유 의원이 위기 때마다 친박계의 ‘대안론’으로 거론돼 왔다는 점에서도 이 같은 설에 힘을 실었다. 유 의원은 지난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 확보 실패 후 차기 대권 주자들이 ‘추풍낙엽’ 신세가 되면서 대안으로 떠올랐다. 당시 유 의원은 공천 파동과 관련해 탈당, 외부 인사였다. 국민의 새 정치 열망에 부합하고, 여권 성향의 중도층을 재결집하기 위해선 유 의원을 내세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번 비대위원장 지원설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유 의원은 ‘음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재선 모임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저는 소위 친박들과 이런 문제를 가지고 뒤로든, 전화통화든, 만남이든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며 “좋게 말하면 오해고, 나쁘게 말하면 음해”라고 말했다. 또한 “비대위원장에 욕심이 전혀 없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며 “비대위원장은 국민과 당원이 납득할 수 있는 가장 공정하고 민주적인 방법으로 선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 측도 본보와 통화에서 “전혀 사실이 아니다. (친박계 핵심 의원들과) 전화도 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부인하는 데도 설에 대해 믿는 사람이 많다”고 반박했다.

친박계 내에서도 비박계가 ‘최순실 정국’ 이후 ‘딴 살림’을 차린 모양새가 된 만큼, 비박계 인사를 굳이 지원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나온다. 친박계의 한 중진 의원은 본보에 “친박계와 비박계의 간극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벌어지고 있고, 유 의원에 대한 신뢰도 없는 상황에서 이 같은 설이 나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친박계 핵심 인사가 유 의원과 물밑 접촉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는데 전혀 신빙성 없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최경환·김무성 의원의 추천으로 친박계 3인(정우택·홍문종·원유철 의원), 비박계 3인(나경원·주호영·김재경 의원) 등 중진 6인 모임이 구성됐고, 여기에서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당 수습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만큼 유 의원에 대한 친박계 지원설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유 의원이 결국 친박계의 추천으로 ‘화합’을 명분으로 내세워 비대위원장을 맡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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