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본격 대권 행보...한계와 가능성은?

문대현 기자
입력 2016.10.11 00:20
수정 2016.10.11 09:06

울산 태풍 피해현장 방문 등 광폭 행보

전문가들 "원외 한계 있지만 가능성도 상존"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지난주 사실상의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울산 태풍피해 지역을 방문하는 등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총선에서 떨어져 원내 진입에 실패한 그가 내년 대선에서 활약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의 시선이 존재한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지난주 사실상의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울산 태풍피해 현장을 방문하는 등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 총선에서 낙선해 원내 진입에 실패한 그가 내년 대선에서 힘찬 레이스를 펼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불안한 시선이 남아 있다.

김 전 지사는 지난 9일 태풍 '차바' 피해 현장인 울산 태화시장 수해지역에서 봉사단체인 '사랑의 짜장차'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짜장면 무료 봉사활동을 벌였다. 푸드 트럭에 올라 직접 면을 삶고 주민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으며, 가재도구와 생활용품 등에 묻은 진흙을 물로 씻어 내는 등 수해 복구에도 힘을 보탰다.

앞서 7일에는 구조활동에 나섰다가 순직한 고 강기봉 소방교 빈소가 마련된 울산 영락원을 찾아 조문했고, 태풍 피해현장인 태화시장을 방문해 복구 상황을 살피고 피해 상인들의 고충을 청취했다. 김 전 지사는 최근 경주 지진 당시에도 세차례나 경주를 찾아 봉사활동과 함께 현장을 직접 모니터하기도 했다. 지난 4월 총선 당시 대구 수성갑에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패한 뒤 한동안 두문불출하던 김 전 지사가 최근 민생 현장을 많이 찾는 것은 대권 도전에 어느정도 자신감을 회복했다는 방증이라는 평가다.

김 전 지사는 지난 5일 한 방송사와의 토론 인터뷰에서 사실상 대권 도전을 선언한 바 있다. 그는 "작지만 강한 정부, 따뜻하고 공정한 시장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어떤 리더십을 뽑아야 되겠느냐"며 "나라가 워낙 위기인데 누가 과연 이 위기를 제대로 돌파할 수 있겠느냐. 국민들이 다음 대선에선 위기를 돌파할 줄 아는 대통령을 뽑을 것"이라고 사실상 대권에 나갈 뜻을 밝혔다. 특히 그는 미르. K스포츠재단에 관련된 각종 의혹에 대해 제대로 밝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뿐만 아니라 "청와대가 확 바뀌어야 한다. 수석이라는 사람이 (장관과) 대통령 사이에 인의 장막을 치고 있다. 장관 자체가 대통령 비서인 만큼 수석 비서관이나 비서실을 대폭 줄여야 한다"며 "대통령은 여소야대의 작금의 상황을 인정하고 국정 성공의 무한 책임자로서 양보와 희생, 협치의 리더십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와 그 주변, 각종 인사 등의 문제에선 리더십을 잘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국민들이 굉장히 실망하고 있다"면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산업화를 성공시킨 점은 등소평도, 베트남도 박정희 모델을 배우는 등 정말 세계적인 모범 사례"라고 말했다. 이는 정권 후반기 여론이 좋지 않은 박근혜정부에 대해선 거리를 두면서도 보수표를 잃지 않으려는 의도가 담긴 발언으로 보인다.

김문수가 보여줄 콘텐츠는 무엇?

대권 행보를 펼치는 김 전 지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다른 주자에 비해 출발이 늦었다는 지적과 함께 원외 인사라 조직 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 적잖다. 김 전 지사는 자신만의 콘텐츠를 내놓아 이런 시선을 불식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김 전 지사는 10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북한 핵문제와 경제 위기 등 지금 나라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극복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내 경험과 비전을 토대로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 전 지사는 "SNS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내 콘텐츠를 계속해서 전달하고 있다"며 "원외 인사라 굉장히 불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현실 정치권의 밖에서 국민의 눈높이로 정치를 바라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지난 총선 이후 매우 어려운 상황을 경험했다"며 "내년 8월이 경선이라 10개월 정도 밖에 안 남았으니 그 전에 (기존 주자들과의) 격차를 좁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실정치와 멀어진 김문수, 가능성과 한계는?

그렇지만 김 전 지사가 나아갈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전문가들은 김 전 지사가 경기도 이외 지역의 취약함을 갖고 있고 브랜드 이미지 구축이 부족하다는 것을 이유로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김 전 지사가 원내에 있지 않아 다른 정치인들의 지지를 받기 어렵고 그러다 보니 당내 경선에서 불리한 측면이 있다"며 "또한 경기도와 인연이 있지만 그 외의 다른 지역에서는 취약함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치인이라면 자신을 대표할 수 있는 좋은 호감의 브랜드 이미지 구축이 돼 있어야 하는데 '김문수'하면 떠오르는 콘텐츠가 아직은 없다"고 덧붙였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김 전 지사가 관심을 많이 끌기 위해 노력은 하지만 현재 지지율이 5%도 안 되는 등 힘들다. 현재 전략을 잘못 세운 것 같다"며 "또 지난 2012년 대선 때 당시 박근혜 후보를 향해 심한 말들을 많이 했던 것도 지금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출마의 뚜렷한 명분을 확보하지 못 했다는 게 가장 큰 한계"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가능성을 함께 언급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김 전 지사가 금수저 출신이 아니라 서민적 이미지를 갖고 있어 민생 광폭행보를 하면 국민들과 폭넓게 교류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며 "서민경제정책을 집중적으로 잘 추진한다면 대다수 70%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엄 소장은 "영남권 주자가 뚜렷하게 부각되지 않는데 김 전 지사가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과거 대선을 보면 여당이 이겼던 선거는 영남권 후보가 나섰을 때였지 않냐"며 "또 반기문 UN 사무총장 말고는 뚜렷한 여권 주자가 부각되지 않다는 점도 하나의 가능성"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여권 주자 중에서는 개혁성이 있는 인물로 꼽혀 표의 확장성을 노릴 수도 있다는 것도 긍정적인 면"이라고 덧붙였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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