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추진잠수함, 무한 잠항 가능..."최적의 방비"

박진여 기자
입력 2016.08.31 06:05
수정 2016.08.31 06:14

전문가들 "농축 우라늄 구매·IAEA 사찰 허용하면 문제없어"

"핵추진잠수함보다 '원자력추진잠수함'…핵무기 아닌 방비책"

SLBM을 탑재한 적의 잠수함을 추적·파괴하기 위해서는 무제한의 잠항능력을 보유한 해당 무기가 ‘최적의 방어책’ 이라는 데 국방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우리 해군의 손원일급 잠수함 김좌진함(1천800t)과 미국 해군의 버지니아(Virginia)급 잠수함 노스캐롤라이나함(7천800t).ⓒ연합뉴스

전문가들 "농축 우라늄 구매·IAEA 사찰 허용하면 문제없어"
"핵추진잠수함보다 '원자력추진잠수함'...핵무기 아닌 방비책"

북한의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발사시험 ‘성공’ 이후 여권을 중심으로 우리 군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핵추진 잠수함) 도입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는 가운데, SLBM을 탑재한 적의 잠수함을 추적·파괴하기 위해서는 무제한의 잠항능력을 보유한 해당 무기가 ‘최적의 방어책’ 이라는 데 국방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국방부는 현재 북한의 SLBM에 대한 우리 군의 현존 대응능력이 불충분하다고 인지하면서도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에는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국방부는 30일 정치권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보유 주장에 대해 “결정된 바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재확인했다. 앞서 전날인 29일, 한민구 국방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를 통해 “SLBM이 실전 배치될 경우 우리의 방어력으로는 대응이 불충분하다”면서도 원자력 추진 잠수함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처럼 국방부가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는 것은 해당 무기체계의 동력원이 되는 농축 우라늄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점이다. 원자력을 동력으로 삼는 해당 무기체계는 20~90%로 농축된 우라늄을 필요로 한다. 지난해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우리가 20%까지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다고 해도 협정문이 ‘어떠한 군사적 목적도 포함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상당한 논란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또한 사드에 이어 해당 무기체계를 도입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의 반발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방 전문가들은 북한의 SLBM이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응하기 위한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일단 물속으로 들어가면 탐지가 어려운 잠수함의 특성상 잠항 능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현재 인류가 가지고 있는 추진체 가운데 수중에서 가장 오랜 기간 작전이 가능한 무기체계가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라는 것이다.

해당 무기는 한 차례 연료 공급으로 지구 한 바퀴를 돌 수 있어 잠항 기간이 사실상 무제한인 것으로 평가된다. 기존 디젤엔진 잠수함과는 다르게 충전 등을 위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도 돼 탐지가 불가능하고, 이렇게 되면 적의 기지를 24시간 감시할 수 있어 유사시 선제 타격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재 우리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장보고-Ⅰ(1200t) 잠수함은 잠항기간이 최대 3일로, 3일에 1번씩 충전을 위해 부상해야 하고, 손원일급(1800t) 잠수함은 이보다 긴 2주간 잠항이 가능하나 이마저도 연료를 아끼기 위해 최소 5노트 이하의 속력으로 미속 항진해야 해 작전지까지 이동 시간이 오래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다. 또 최근 우리 군이 개발 중인 장보고-Ⅲ(3000t) 잠수함도 최대 3주간 잠항이 가능하나 주기적으로 충전을 위해 부상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30일 본보에 “우리가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에 대한 의지만 있다면, 북한의 SLBM 등 실질적 위협에 가장 확실한 대응수단이 될 수 있다”면서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도 있듯, 장기간 잠항이 가능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적의 기지를 24시간 집중 감시하며 유사시에는 선제타격을 가하는 등 적의 공격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장보고급, 손원일급 잠수함 등 디젤 잠수함은 각 잠항시기 별 주기적으로 충전을 위해 부상해야해 적에게 들킬 위협이 있다”면서 “디젤 잠수함은 우리 항구 앞에서는 작전 수행이 가능하지만, 연료 특성상 적의 기지 앞에 가서 작전을 수행하는 것은 모습이 드러날 수 있어 역으로 공격당할 위협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발 중인 장보고-Ⅲ(3000t) 잠수함도 잠항 기간이 3주라고 하지만, 연료를 아끼기 위해 미속 항진을 하다 보면 작전 기지까지 이동 시간만 1~2주 이상 걸려 실제 작전 기간은 일주일이 채 안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도 같은 날 본보에 “북한 잠수함을 집중 감시하고 SLBM 발사 직전 선제타격이 가능하려면 장기간 수중 항해가 가능해야한다”면서 “현재 인류가 가지고 있는 추진체 가운데 수중에서 가장 오랜 기간 작전이 가능한 무기체계가 원자력 추진 잠수함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디젤 잠수함보다 월등한 잠항능력으로 은밀성을 잃지 않을 수 있고, 수상함정과 맞먹는 속력을 낼 수 있다”면서 “북의 SLBM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SLBM을 탑재한 북의 잠수함을 무제한으로 추적할 수 있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이 사실상 국내 핵연료 재처리 승인권을 보유한 미국의 의중에 달려 있어 우리 정부의 결정사안이 아니라는 지배적 시각에 대해서는 ‘협의’가 필요하긴 하나 국제 조약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핵무기를 실은 잠수함이 아닌 원자력 에너지를 이용하는 잠수함으로, 한미 원자력 협정과 핵확산금지조약(NPT),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신인균 대표는 “원자력으로 핵무기를 만드는 게 아닌 추진체로 사용하는 것이고, 한미 연합 차원에서 우리 군의 작전 상황을 미국도 알 수 있기 때문에 한미 원자력협정이나 NPT, IAEA 등과 아무 관계가 없다”면서 “우리가 우라늄을 농축하는 것이 아닌 농축된 우라늄을 구매해 사용하고, 미국의 IAEA 사찰을 언제든 허용하겠다는 신뢰성을 보여주면 되는 것으로, 미국이 무조건 반대할 것이라고 지레 겁먹지 않아도 된다”고 지적했다.

양욱 연구위원도 “한미 원자력 협정상 20% 미만으로 농축된 우라늄이라도 사실상 미국과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도 헤쳐 나가야 될 문제”라면서도 “국가안보는 국민의 생명으로 협의 과정에서 미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한반도에 설치하지 않는 이상, 우리 무기체계 개발에 반대하지 말라는 강력한 입장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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