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효과'에 속수무책? 예민해진 국민의당

전형민 기자
입력 2016.05.31 05:08
수정 2016.05.31 05:14

안철수 지지층 이탈…겉으로는 "예상한 일" 속으론 대책마련 부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9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6 국제로타리 세계대회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마친 뒤 손을 흔들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반기문 뜨자 안철수 지지층 이탈 보여…국민의당 대응 전략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권 도전 시사가 즉각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면서 국민의당 등 야권이 대책마련에 고심이다. 이번 조사에서 지지층의 일부를 빼앗긴 국민의당은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필요 없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반 총장을 향한 공세의 수위를 높이는 등 예민한 모습이다.

반기문 총장이 지난 25일 제주도 관훈토론에서 "임기 후 한국인으로서 어떤 일을 할지 고민하겠다"며 대권 도전을 시사한 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은 하락하고, 반기문 총장의 지지율은 상승했다.

30일 중앙일보의 긴급 여론조사에 따르면 반 총장은 28.4%의 지지를 얻어 야권의 유력 차기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대표를 가볍게 제쳤다. 문재인 전 대표는 16.2%, 안철수 대표는 11.9%였다. 반기문 총장의 지지율이 보수층(40.2%)은 물론 중도층에서도 25.4%로 1위를 기록한 점은 유의미한 점으로 보인다. 그동안 중도를 대표한다는 이미지의 안철수 대표가 중도층에서 12.7%의 지지를 얻는 것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국민의당과 안철수 대표의 지지층 이탈 현상은 지지정당별 지지율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반 총장은 새누리당 지지자 47.4%의 지지뿐만 아니라, 지지정당에 대해 '모름' 또는 '무응답'한 무당파층에서도 31.9%의 지지를 얻었다. 그동안 무당파층에서 지지율 1위를 차지해왔던 안 대표는 9.5%에 그쳤다.

안 대표의 지역기반도 흔들거렸다. 반 총장이 방한한 지난 25일 데일리안과 알앤써치의 조사에 따르면 반 총장은 언제나 '캐스팅보트' 지역으로 분류되는 대전·충청·세종에서 32.4%로 17.6%에 그친 안 대표의 지지율을 크게 웃돌았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당의 텃밭인 호남에서조차 16.2%로 14.9%의 안 대표를 근소하게 앞섰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캐스팅보터인 중도·40대의 반 총장 지지가 계속 유지될지지는 각종 정책 이슈에서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가 변수"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반 총장이 국가·사회통합을 내세워 중도층 포섭에 성공한다면 양극화 해소와 경제민주화를 내세운 야당 후보와의 대결에서 우위를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가 20대 국회 개원 첫 날인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국민의당은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는 반응이지만 견제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김영환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당에서 논의된 바는 전혀 없다"며 "그것도(대권주자 여론조사) 얼마나 많은 부침이 있는데 지금은 논평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아직 대선까지 많은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지켜보겠다'는 반응이다.

이상돈 의원도 "뾰족한 대책이란 게 있겠냐"면서도 "예상했던 변수고, 우리는 우리대로 의정활동을 충분히하고 당이 수권할 수 있는 자질을 꾸준히 보이면 될 것"이라고 말해 '대수롭지 않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이어 "조금 지나가면 가시는(없어질) 흥미"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전날까지 반 총장의 국내 행보와 발언에 대해 대응을 자제했던 모습과 달리 이날 여론조사 보도후엔 강경어조로 반 총장을 비판하는 모습을 보여 '뚜렷한 대책이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감스럽다", "반 총장은 꽃가마를 탄 기분일 것"이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박주현 최고위원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방한 일정은 성공한 유엔 사무총장을 갖고 싶은 우리나라 국민의 열망에서 벗어났다"며 "반 총장에 대한 성원은 특정 계파의 대선 주자가 아니라 흠결 없이 유엔 사무총장직을 끝마쳐 국익을 지키라는 것임을 깊이 새겨야한다"고 강조했다.

1997년 이인제, 2002년 정몽준, 2012년 대선 당시의 안철수 후보처럼 중도층의 새인물에 대한 기대는 대선을 앞두고 늘 부풀어올랐다. 지난 4·13 총선에서는 그 기대가 '안철수'와 '국민의당'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던만큼 중도층 새인물에 대한 기대와 파급력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국민의당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국민이 관심 깊게 보고 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지난 27~28일 지역·성·연령 기준 할당추출법에 따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 대상으로 유선(415명)·무선(585명) RDD(임의전화걸기)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조사했다. 유·무선 평균 응답률은 19.4%였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3.1%포인트였다.

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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