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분열에도 과반 못지킨 새누리 '회초리 맞다'

고수정 기자
입력 2016.04.13 23:29 수정 2016.04.14 13:55

‘막장 공천’ 후유증…정부·여당 심판론 작용

박근혜 정부 후반기 국정 운영 차질 불가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공천자대회에서 경북 경산시 후보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공동선대위원장인 김무성 대표, 서청원 최고위원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이 붕괴됐다. 2000년 16대 총선 이후 16년 만에 ‘여소야대’ 정국이 됐다. 새누리당은 야권 분열이라는 대형 호재에도 불구하고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했다. ‘막장 공천’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13일 오후 9시께 KBS 자체 분석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129석(지역구 112석·비례대표 17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115석(지역구 102석·비례대표 13석), 국민의당도 36석(지역구 23석·비례대표 13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며 야권 분열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선전했다는 평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19대 총선에서 야권 연대라는 변수에도 불구하고 과반(152석)을 넘겼다. 하지만 반대의 상황이 된 이번 총선에서는 ‘참패’했다.

당초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은 ‘망국법’으로 규정한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하기 위해 개헌선인 180석(국회의원 총수의 3분의 2) 확보를 목표로 내세운 바 있다. 정부·여당을 심판할 대형 이슈 없이 ‘일여다야’ 구도로 치러져 ‘쉬운 선거’로 예측했다. 하지만 진박(진실한 친박근혜계) 공천, 특정 인물 찍어내기 등으로 극심한 공천 내홍을 겪으며 새누리당 지지층까지 고개를 돌리는 상황을 자초했다.

특히 여권의 ‘철옹성’인 영남의 상당 지역에서 야권 후보에게 자리를 내주는 상황도 초래했다. 새누리당이 선거 유세 과정에서 과반 붕괴 위기론을 내세우며 저자세 읍소 전략에 나선 것이 단순한 ‘엄살’이 아니였다는 것이다.

여소야대 정국이 되면서 박근혜 정부의 후반기 국정 운영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박근혜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도 불가피하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여권 전반이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도 커졌으며, 19대 국회에서 계류된 노동개혁 4법, 경제활성화법안 등 쟁점법안 처리도 어려워지면서 ‘식물 여당’이라는 비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본보와 통화에서 “새누리당의 공천이 국민을 무시하는 ‘막장 공천’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고, 청와대가 선거에 개입하는 모양새가 되는 등 공천을 둘러싼 여러 가지 잡음이 국민의 분노를 산 것”이라며 “여권의 대표적인 텃밭에서 여당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비전도 보여주지 못하고 집안 싸움만하는 새누리당을 향해 회초리를 쳐야 한다는 민심이 작용됐다. 상대 진영에 표를 몰아주면서 정부·여당에 경고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새누리당 지지층 가운데 부동화된 표심을 다시 불러들이는 데 실패했다. 공천 파동 때문”이라며 “그 바람에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오히려 반사이익을 보게 된 것”이라고 했다.

호남 지역을 국민의당에 내줄 것으로 예상되면서 침울한 분위기였던 더민주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면서 제1야당으로써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당초 더민주는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탈당을 시작으로 현역 의원들의 ‘탈당 러시’가 벌어지면서 흔들렸다.

이후 구원 투수로 나선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현재 의석인 107석을 얻지 못하면 대표직·비례대표 사퇴라는 배수진을 쳤다. 이는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 영향력을 미쳤다고 분석된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김 대표가 들어서면서 상당히 교통정리가 됐고, 돌아섰던 유권자들이 강한 야당이 있어야 집권 여당의 독주를 막을 수 있다 라는 부분에 표를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문재인 전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우리 당이 아니더라도 정당은 지지정당을 찍고, 후보자 투표는 설령 다른 당이라도 무소속이라도 될 사람을 찍어 달라”며 ‘전략적인 투표’를 읍소했지만, 사실상 문 전 대표의 지지 기반이었던 호남에서 전세를 역전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엄 소장은 “비례대표 지지율에서 국민의당이 더민주를 앞지른 것으로 볼 때 유권자가 새누리당이 미워서 당선 가능한 1위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 것”이라며 “국민의당에도 경쟁력을 갖춘 후보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 더민주의 선전이 문 전 대표의 리더십의 작용보단 성난 민심의 수혜를 의도치 않게 받았다고 봐야한다”고 했다.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최대 수혜자가 됐다. 호남 민심을 끌어안으면서 제3당으로써 자리매김했다. 향후 입법 과정에서 ‘완충지대’ 역할을 하면서 각 당과 전략적 공조·연대를 통해 정국 흐름의 중심에 설 수도 있다. 특히 안 공동대표가 ‘대안 정치인’으로 다시금 떠오르면서 대선주자로서의 영향력을 넓힐 수 있게 됐다.

이 평론가는 “안 공동대표는 대권주자로서 탄력 받게 됐다. 본격적으로 대권 행보에 나서면서 정치 개혁을 열망하는 민심의 결집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엄 소장도 “안 공동대표가 호남 지지를 많이 끌어냈기 때문에 당에서 확실하게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에게 가장 큰 기회가 주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