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군분투’ 양동근과 과도기에 선 모비스

이준목 기자
입력 2016.03.14 13:53
수정 2016.03.14 13:55

울산 모비스, 고양 오리온에 3연패로 챔프전 진출 실패

세대교체 마주한 모비스, 양동근 대체자 발굴 시급

고양 오리온과의 4강 플레이오프에서 분전하고 있는 양동근. ⓒ KBL

‘KBL의 살아있는 전설’ 양동근이 그 어느 때보다 힘겨웠던 한 시즌을 마쳤다.

울산 모비스는 ‘2015-16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에서 고양 오리온에 시리즈 전적 0-3 완패하며 탈락했다. 이로써 챔프전 3연패를 달성했던 모비스 왕조의 독주도 막을 내렸다.

베테랑 양동근은 올 시즌도 변함없이 고군분투했다. 비시즌 국가대표 차출로 1라운드 잠시 자리를 비웠지만 복귀와 동시에 매 경기 풀타임에 가깝게 활약하며 강철체력을 과시했다.

문태영과 리카르도 라틀리프의 이적으로 전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던 모비스는 리빌딩을 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올해도 정규리그 준우승을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하며 명가의 자존심을 세웠다. 양동근도 그 공을 인정받아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MVP에 오르며 여전히 KBL 최고 선수임을 증명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모비스의 리빌딩에 발목을 잡은 것은 바로 양동근의 건재 때문이었다. 젊은 선수들을 발굴하며 세대교체를 준비하려던 유재학 감독도 생각보다 계속되는 모비스의 승승장구와 양동근의 맹활약 속에 성적에 대한 욕심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 부작용은 양동근의 과부하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우리 나이로 35세를 넘긴 양동근이 몇 년째 매 경기 풀타임에 가깝게 소화하고 있다. 올 시즌도 혹사 논란을 피할 수 없었던 양동근이지만 그가 있을 때와 없을 때 모비스의 경기력은 너무나 큰 차이를 드러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이런 한계가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오리온은 풍부한 선수층을 활용해 여러 선수를 번갈아가며 매치업 시키는 인해전술로 양동근 봉쇄에 나섰다. 공격과 수비에서 너무 많은 부담을 짊어진 양동근은 플레이오프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모비스는 4강 플레이오프 직행의 이점을 살리지 못한 채 스윕이라는 굴욕적인 결과를 받아들여야했다.

양동근은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모비스는 물론이고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기둥으로서 오랜 시간 활약해왔다. 모비스와 국가대표팀의 흥망성쇠가 양동근의 농구인생과 일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양동근에게 쏠린 무거운 짐을 어느 정도 내려줄 시기도 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정규리그 준우승으로 가려졌지만 모비스에게 리빌딩과 세대교체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특히 모비스는 김시래의 이적 이후 몇 년째 변변한 양동근의 백업 가드 하나도 발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대표팀 역시 마찬가지다. 대표팀은 지난해 창사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 6위에 그치며 리우올림픽 본선행에 실패했다. 2006년부터 대표팀 붙박이 멤버로 이름을 올려왔던 양동근도 사실상 마지막 태극마크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변화의 과도기에 와있는 한국농구에서 언제까지 양동근만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을 농구계가 직시해야할 시점이 왔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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