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현 조혜정 부녀, 금수저 연예인 세습 논란은 왜?
김헌식 문화평론가
입력 2015.10.20 15:26
수정 2015.10.20 15:38
입력 2015.10.20 15:26
수정 2015.10.20 15:38
<김헌식의 문화 꼬기>불공정 '캐스팅 프로그램'에 분노하는 시청자들
SBS '아빠를 부탁해'는 아빠와 딸의 관계 회복을 추구하는 포맷으로 눈길을 끌어왔다. 육아 예능이 좀 더 확장된 형식이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곧 세습 프로그램이라는 비판을 받기 시작했다.
왜 세습프로그램이라는 말인가. 비약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이는 최근 배우 조재현의 딸 조혜정이 드라마의 주연 배우로 캐스팅 되면서 더욱 논란의 도마에 오르게 되었다.
일단 여기에서 세습이라는 것은 당장에 유산이나 벼슬을 받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명성 때문에 좀 더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연예인 스타들의 자녀들이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문제는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여성들이 연예인이나 스타 지망생들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일반인들처럼 보통 생활인을 지향하는 이들이었다면 세습 논란은 덜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꼭 연예인은 아닐지라도 작품활동을 하고 싶어했다. 이런 소망은 그대로 방송 내용 가운데 포함이 되기도 했다. 오디션에 떨어져 괴로워하는 심정이 담긴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이런 내용들은 애초에 세습 논란을 일으킨 이유이다. 그것은 단지 의구심차원이 아니라 이제 현실이 되었다. 사실상 '아빠를 부탁해'는 아빠를 부탁한 것이 아니라 딸을 부탁해였다. 아빠가 딸의 장래를 위해 나온 것은 다름 아닌 작품활동의 기회를 잡아 주기 위한 셈이기 때문이다. 즉, 캐스팅 오디션과 다름이 없어 보였다.
캐스팅 오디션은 특정 작품의 배역을 위해 실시하는 선발심사이다. 딸의 장래와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분투하는 아빠의 모습은 결국 딸의 작품 오디션을 위한 활동인 셈이었다. 대개 방송 오디션 프로는 대중적인 화제를 낳고, 그것을 통해 지명도를 올려 음악 활동을 안정적으로 지원해주는 기획사를 잡도록 도와준다. '아빠를 부탁해'는 이와 비슷한 맥락에 있게 되었다.
하지만 불공정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개인적으로 보면 동정의 여지가 있지만 비판은 당연한 일이었다. 다른 일반 지망생들은 지상파 방송에 출연하기도 힘들다. 그것도 일주일에 한 번씩 장기간에 걸쳐 고정적으로 출연하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다.
하지만 '아빠를 부탁해'에서는 그것이 가능한 일이었다. 단지 연예인들의 자녀라는 것이 이유가 작용 하였다. 그것도 시청자들이 알 수 있는 유명한 연예인 아빠를 두어야 가능했다. 사실상 아빠가 제대로 아빠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모습을 보이려면 유명해야 했다.
조혜정의 드라마 주연 캐스팅 소식은 본래의 목적에 대한 순수성이 더욱 훼손될 수 밖에 없었다. 지상파 방송에서 장기간 노출이 된다는 것은 대중적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데 결국 캐스팅이 이루어진 것이다. 다른 지망생들은 수많은 오디션을 보고도 제대로 작품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불공정하다는 인식을 줄 수 있었다.
제작진은 애초에 이런 세습 논란에 대해서 입장을 밝힌 바가 있다. 연예인 지망생들을 걸러내기 힘든 측면을 토로하기도 했다. 애초에 힘들다면 중간에라도 다른 조치가 있어야 하지만 이런 조치를 취할 의지는 없어 보였다.
시청률과는 별개로 애초에 부녀간의 관계회복이라는 좋은 기획의도는 훼손되고 말았다. 이는 단지 연예인 세습 논란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사회의 모순이 반영된 현상이기 때문이다. 가족주의가 좋은 점이기도 하지만 부정적인 측면이 바로 세습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영화 '베테랑''의 흥행은 이같은 대중적인 심리를 잘 보여주었다. 자신의 노력과 경력활동과는 관계없이 이미 주어진 지위와 위치를 통해 우위를 점하는 세습에 공분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잘 반영되어 큰 흥행 성적을 낳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의 반영은 현재에 해당하는 면도 있지만, 앞으로 더욱 이러한 일이 많아질 지도 모른다는 미래의 공포감이 드리워진 것이기도 하다. 자수성가가 불가능해지고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때 개인의 노력보다는 가족의 토대가 성공을 좌우하는 일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불안과 공포감, 두려움은 분노로 연결될 수 있다. 이런 분노의 일부가 연예인에게 쏟아지고 있다.
사회전체적인 분위기가 이럴 때 방송이 해야할 일은 명확하다. 그러한 분위기를 확대 재생산하기보다는 그렇지 않은 면을 보여야 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큰 인기를 끌고 사회적 가치 차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였다. 누구나 공정한 경연 무대를 통해 그 능력과 잠재력에 따라 객관적인 평가를 받고 활동의 기회를 잡을 수 있게 하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빠를 부탁해'와 같은 가족 솔루션 프로그램은 결국 연예인이라는 한계를 스스로 넘지 못하고 기획 취지를 스스로 붕괴시키며, 많은 이들에게 무력감, 좌절감을 주기에 이르렀다. 개인들은 캐스팅이 이뤄져 좋은 결과를 얻을지라도 그간 이뤄진 예능 프로그램이 이로써 한참 퇴행의 이뤄진 셈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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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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