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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혼다 어코드, '재미없는 하이브리드'에 익숙해진 이들을 위한 구원자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4.11.10 06:00
수정 2024.11.10 06:00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시승기

쉽고, 편하고, '재밌는' 하이브리드차… 연비는 기본 옵션

'덜어냄의 미학' 실현한 디자인… 요즘 신차 대비 아쉬울 수도

어코드 하이브리드 ⓒ혼다코리아

높은 연비로 떠오르기 시작해 이제는 자동차 구매 시 기본 옵션 격으로 가치가 높아진 하이브리드차. 가솔린 단일 트림으로 출시되는 신차에 하나같이 붙는 질문이 '하이브리드는 없나요?'가 됐을 정도다. 하이브리드차를 구매하는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연비가 좋아서', '전기차는 부담스러워서', '초기 대비 이질감이 줄어서' 등이 대표적이다.


하이브리드차가 만연해진 지금, 이제는 하이브리드차에 또 다른 가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혼다는 대표 모델인 어코드 하이브리드에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옵션을 던졌다. 국산차만큼 편하고, 전기차 못지않게 뻗어 나가고, 가솔린처럼 '재밌는' 하이브리드를 통해서다.


수많은 경쟁자들이 판치는 시장에서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감성을 직접 찾아봤다. 서울에서부터 대구를 찍고 돌아오는 약 500km의 코스로, 고속도로, 막히는 시내, 정리되지 않은 거친 시골길까지 고루 달려봤다. 시승모델은 어코드 하이브리드, 가격은 5340만원이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잘 빠졌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외모. 긴 본닛과 부드럽게 넘어가는 루프라인이 비유하자면 매끈한 돌고래같다. 그러면서도 정면에서 보면 일자로 쭉 찢어진 헤드램프가 좀체 다가가기 어려운 인상을 만든다. 너무 잘나서 말 걸기도 망설여지는 아우라 같은 것이 느껴진다.


전면 디자인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정돈됐다. 양쪽으로 길고 가늘게 찢어진 헤드램프와 이를 이어주는 그릴, 그 중앙에 자리한 혼다 엠블럼이 사실상 전부다. 하지만 날렵하게 떨어지는 보닛과 함께 전면부가 얇게 압축되면서 늘씬하고 섹시한 느낌을 낸다. 대단히 특별한 디자인 포인트가 있는 것이 아닌데도, 부족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후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적당히 절제한 디자인은 후면에서도 이어진다. 혼다 엠블럼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길게 뻗은 리어램프는 전면과 매치되면서 통일감을 준다. 날렵하게 빠져 부족함이라곤 없었던 전면보다 후면에서는 빈 공간에 크게 느껴지는데, 다소 올드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내부로 들어서면 외관에서 봤던 '덜어냄의 미학'이 또 한 번 고스란히 느껴진다. 눈을 번쩍 뜨이게하는 포인트는 없지만 부족함 없이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정제된 것이 특징이다. 최근 정신사나울 정도로 화려한 앰비언트 라이트로 점철된 차량들이 출시되면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지만, 정석의 매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실내 ⓒ혼다코리아

심심하다고 해서 구시대적인 것은 아니다. 특히 중앙 디스플레이가 눈에 들어왔는데, 최신 모델 치고 작다 싶은 12.3인치 화면이 기대 이상으로 노다지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제공하는데, 필요한 기능을 굳이 이곳 저곳 뒤져 찾지 않더라도 될 정도로 매우 직관적으로 설계됐다.


디지털 계기판, 디지털 디스플레이 등이 최신의 느낌을 잔뜩 살려주면서도 공조 및 음량 조절과 같은 필수 기능은 물리 버튼으로 남겼다. 자주 사용하는 기능은 운전 중 언제라도 손 닿을 거리에 있어야 한다는 신념 같은 게 느껴진다. 물리버튼을 싹 치우고 커다란 디스플레이에 모든 기능을 욱여넣은 차량들보다 배려심이 넘친다.


럭셔리 브랜드는 아니지만, 꽤 고급스러운 디자인 포인트도 존재한다. 1열 송풍구를 마치 그물망처럼 디자인 했는데, 큰 포인트가 아닌데도 볼 때마다 눈이 간다. 다만, 국산차를 포함한 최근 신차들이 화려하고 밝은 실내 디자인을 들고 나오는 만큼, 어코드에 처음 올라탔을 때 조금은 서운한 마음이 들 수는 있겠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디스플레이에 표시된 에너지 흐름도ⓒ혼다코리아

하지만, 가속 페달을 밟고 나니 이런 생각은 온데 간데 사라지고 들뜬 기분에 사로잡혔다. 눈에 보이는 것들이 감점 요인이 되더라도 주행에서만큼은 경쟁사를 압도한다. 오랜 하이브리드 역사의 정점을 맛보는 듯 했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저속 주행에서부터 부드럽고 경쾌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속도를 높이고 나서야 부드럽게 달려내는 차량들과는 밟는 느낌에서부터 차이가 있다. 가속 페달이 아주 가벼운 편인데, 잘 닦인 대리석 바닥을 달리는 것처럼 부드럽게 나아간다.


고속도로를 내달릴 때는 하이브리드차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경쾌하다. 일반적인 하이브리드차들이 힘에 있어선 어딘가 모르게 한계가 있는 듯 답답한 가속력을 보여주는데, 어코드는 전기차를 타고 있는 듯 부드러우면서 힘이 좋다. 보통 하이브리드차들이 작은 엔진 하나와 모터 하나로 힘을 내는 것과 달리 어코드에는 두개의 모터가 달린 덕이다.


지난해 11세대로 진화한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4세대 2모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됐다. 신규 개발된 2.0L 직분사 앳킨슨 엔진과 e-CVT 조합이 하이브리드 답지 않은 주행감을 만들어내는 비결이다. 최고출력은 147마력, 최대토크는 18.4kg∙m의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혼다코리아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는 '쉬운' 운전은 초보 운전자에게도 용기를 줄 정도의 매력 포인트다. 코너링 구간에서 알아서 속도가 줄어들면서 차선을 이탈하거나 차체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을 방지해주는데, 고속도로와 같은 고속 구간에선 굉장히 감사한 기능이다.


운전자가 의도한 대로 차를 제어할 수 있게 도와주는 '모션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탑재된 덕인데, 스티어링 휠 조작에 따라 파워트레인과 브레이크를 제어해 코너링과 같은 구간에서 발생하는 감속도를 '알아서' 제어해준다. 타이어의 그립력을 높이기 위해 자동으로 감속을 하기도 한다.


자비없이 내달리고도 시승 후 확인한 연비는 17.9km/l. '연비'라는 큰 산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만 했던 짜릿한 펀 드라이빙을 어코드에서는 함께 챙길 수 있다. 재밌게 몰아도 충분히 경제적이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혼다코리아

시승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 나름 하이브리드차를 끄는 오너라고 자부했건만 어코드 하이브리드에서 맛본 주행감이 내내 맴돌아 불쑥불쑥 찾아오는 구매 욕구를 애써 눌러야했다. 외모만 보고 평가하지 말라는 어른들의 충고는 역시 틀린 말이 없다.


▲타깃

-"하이브리드는 재미없잖아" 치부했던 당신


▲주의할 점

-“왜 어코드를 샀냐”는 주변의 물음을 감당해야 할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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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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