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끝나니 괜찮다" 집주인 살해한 세입자에 중형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80대 집주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60대 세입자 여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손흥수)는 24일 이 같은 혐의(살인)로 기소된 유모 씨(62)에게 징역 13년과 치료감호를 선고했다.

유 씨는 지난 6월 16일 오후 5시 30분께 충남 천안 자신이 세들어 살던 집 주인 김모 씨(83)를 찾아가 60여차례 이상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4년부터 김 씨의 집에 세들어 살던 유 씨는 "김 씨가 음식에 약을 타서 나를 죽이려 한다"며 자신의 방에 CCTV를 설치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여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에는 "밥과 국에 약을 뿌렸다"며 김 씨를 폭행해 입건됐으나, 김 씨가 유 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아 검찰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 씨는 "피해자를 8회 가량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은 인정하나,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범행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곧 끝날 거니까 괜찮다'며 전혀 흔들리지 않는 등 잔혹한 모습을 보인 점, 죽일 생각이 없었다며 책임을 회피하려 하는 점 등에 비춰 엄중한 처벌을 가함이 마땅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다만 범행 당시 조현병(정신분열병)으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던 점 등을 참작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