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신임 철회, 신중히 고려하겠다" 문재인 속내는?
이슬기 기자
입력 2015.09.18 11:28
수정 2015.09.18 11:41
입력 2015.09.18 11:28
수정 2015.09.18 11:41
3선 의원 '정치적 재신임' 추인하겠다지만, 비주류 못 믿어 '딜레마'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8일 재신임 투표를 철회해달라는 당내 요청에 대해 “신중히 고려해보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문 대표의 ‘새로운 고민’이 깊어졌다. 3선 이상 의원들과 지도부 일각의 요청이라는 점에서 재신임을 대체할 명분은 섰지만, 앞서 자신의 공언과 부딪쳐 향후 비노계에게 공세할 틈을 내어준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이석현 국회부의장과 박병석 의원을 약 50분 간 만나 재신임투표 취소와 당내 통합에 힘써달라는 중진 모임 측 요청에 대해 “신중히 고려해보겠다”고 답했다. 전날 중진 모임에서는 문 대표가 재신임투표 철회로 가닥을 잡을 경우, 오는 21일 당무위원회 및 의원총회를 소집해 문 대표에 대한 ‘정치적 재신임’을 추인하는 절차를 거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지도부 내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나온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전날 중진 간담회에서 "당의 중진과 대표가 살신성인의 자세로 당의 대동단결에 총력을 모아나가는 것이야말로 지금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고, 오영식 최고위원도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내 다른 의견이 있을지라도 중앙위 결과를 존중하는 테두리안에서 이뤄져야한다"며 "더이상 당에 생채기내고 논란과 분열을 가져올 수 있는 언행을 중단하라"고 재신임투표 철회에 공감을 표했다.
물론 문 대표로서도 재신임이라는 리스크 대신 이에 준하는 명분을 얻고 가능한 한 빨리 총선 준비에 돌입하는 것이 최선이다. 문 대표 측 관계자도 “일단 본인이 재신임을 묻겠다고 확언을 한 상태라서 부담이 커도 강행하겠다는 의지가 굉장히 확고하다”면서도 “예를 들어 3선 이상 의원들 전원이 성명서 형식으로 ‘문재인 리더십을 인정한다’는 식의 입장을 단체로 보여준다면, 그런 정도의 명분이라면 (철회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비주류에 대한 문 대표의 신뢰 문제다. 재신임 정국이 끝난 후 비주류 측에서 또다시 문 대표의 리더십 문제를 제기하며 ‘대표가 재신임 묻겠다는 약속을 어겼다’는 공세를 퍼부을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6일 열린 중앙위원회의에서 혁신안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만장일치로 가결된 것을 고려할 때, 문 대표가 불신임을 받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럴 경우 문 대표는 혁신안 가결과 재신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얻게 되는 반면 비노계로서는 문 대표를 공격할 명분을 잃게 되는 셈이다. 실제 최재성 사무총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다들 아시겠지만, 재신임 투표를 강력하게 반대하는 사람들 논리는 ‘재신임 통과되면 안된다’ 이거다. 혁신안의 다른 내용을 제시했나, 재신임투표 외 다른 대안을 제시했나”라며 “결국 ‘문재인 물러나라’ 말고는 아무것도 제시한 게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설사 재심임투표를 해서 재신임을 받더라도 그 후에 또 반박하는 사람들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당과 국민이 재신임을 판단해줬다면, 그렇게 반발하는 에너지는 확연히 줄어들 것”이라며 “그게 그 사람들이 재신임투표를 결사반대하는 이유다. 그냥 ‘물러나라’말고는 내놓을 말이 없기 때문이다. 그건 온당한 방식도 설득력 있는 주장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호남·비주류계인 주승용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동지들을 인정하지 않고 배척하는 패권정치 망령이 엄습하고 있다”며 또다시 문 대표를 정면으로 공격하고 나섰다.
그는 또 "조선시대에도 재신임 같은 선위파동이 여러 차례 있었는데, 항상 비극의 서막이었다. 세자가 죽고 정치는 극단으로 분열했다"며 "그 분열은 피비린내 나는 당쟁으로 치달았다. 대표의 재신임 문제는 우리 당 역사에 비극의 서막이 될 수도 있다. 그래도 강행하겠다면 저를 밟고 가시란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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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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