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합병 포기설 정면 반박..."합병 방해 의도"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포기할 것이라는 설이 등장한 가운데 삼성 측이 낭설이라며 정면반박에 나섰다. 엘리엇이 제기하고 있는 금융지주회사법 위반에 대해서도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삼성 측은 15일 한화투자증권의 합병포기 가능성 제기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의 반대와 막대한 소송 비용 등 벌어지지도 않은 일에 대해 기정사실화했다”며 정면 반박했다. 특히 어떠한 논리적 근거도 없이 시장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합병 추진을 방해하는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격양된 반응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날 오전 보고서를 통해 "삼성 측의 우호 지분이 19.8%인데 비해 7.1%를 소유한 엘리엇 측에 우호적일 것으로 보이는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은 26.7%나 있다"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엘리엇의 관여로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삼성 측은 “네덜란드연기금 외에 어떠한 외국인 투자자도 엘리엇에 동조해 반대 의사를 표시한 기관이 없는데도 외국인 투자자 전부가 반대하는 것으로 사실상 매도한 보고서”라면서 “향후 합병무산 공식화를 전제로 향후 주가의 방향을 섣불리 예측해 주가 변동성을 지나치게 키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총회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사실상 금융지주회사인 제일모직이 비금융회사인 삼성물산과 합병해서는 안된다"며 금융지주회사법 위반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지주회사가 비금융사의 주식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한 금융지주회사법 위반이라는 것으로 자산총액이 1000억원 이상이고 보유하고 있는 금융 자회사의 지분 총 가치가 자산총액의 50%가 넘으면 금융지주회사가 되는데 제일모직이 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삼성 측은 제일모직이 법상 금융지주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합병에 제약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현재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19.34%의 가치는 3조7411억원으로 제일모직 자산총액(8조1833억원)의 약 46% 수준이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현재도 법 위반이 아니며 삼성물산과 합병하면 삼성생명의 지분가치는 더 하락해 법 위반과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삼성 측은 "엘리엇이 문제를 삼고 있는 합병 비율도 문제가 없다"며 "삼성물산 주가가 낮은 것은 건설업 전체의 업황 부진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건설업체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모두 1배 미만일 정도로 업황이 안 좋았기 때문에 삼성물산 주가만 저평가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편 양측은 다음달 17일 주총에서의 표 대결을 앞두고 먼저 법리 싸움을 벌일 전망이다. 엘리엇은 지난 8일 주총 결의 금지 가처분 신청에 이어 11일 자사주 매각 가처분 소송을 연이어 제기하는 등 소송 공세에 나선 상태다. 오는 19일부터는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이 두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문이 시작된다.

전문가들은 엘리엇이 소송의 달인답게 소송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국내법 상 하자가 없는 만큼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국내 상법에 따라 주가를 기준으로 산출된 합병비율인 1(제일모직) 대 0.35(삼성물산)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엘리엇은 양사간 합병비율을 1대 1.6으로 5배 재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합병비율이 자산가치에 따라 결정되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주가를 기준으로 삼는 국내에서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