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가처분소송 "법적효력 약해 기각될 것"
입력 2015.06.11 16:00
수정 2015.06.11 17:15
삼성물산 "자사주 매각, 주주이익 최우선한 적법한 결정"
엘리엇 무차별 소송전 대비·우호지분 확보 총력 … 장기전될지 '촉각'
아르헨티나를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로 내몰았던 악질적 투기꾼인 미국계 벌처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11일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각은 불법이라며 가처분 소송제기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 삼성물산은 "주주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적법하고 정당한 결정"이라며 반박했다.
삼성물산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자사주 매각은 사업 다각화 및 시너지 제고 등 당초의 합병 목적을 원활하게 달성하기 위한 조치로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적법하고 정당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엘리엇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물산이 KCC에 자사주를 매각한 것은 불법적인 행위로 자사주 매각에 대해 가처분 소송 제기 의사를 밝혔다. 지난 8일 주주총회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 제기에 이은 두 번째 법적대응을 시사한 것이다.
이는 전날 삼성물산이 자사주 전량(5.76%)을 KCC에 매각한 데 따른 대응이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소유권이 타사로 넘어가면 의결권이 부활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KCC를 백기사로 삼아 우호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는 것을 저지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이에 삼성물산은 법률대리인을 맡은 김앤장을 통해 엘리엇의 무차별 소송전에 대비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는 한편 우호지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삼성과 법조계 등에서는 엘리엇의 가처분 신청은 법적 근거가 약해 기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국내 판례상 신주 발행시에는 주주평등원칙을 엄격히 적용하지만, 자사주를 매각할 때는 큰 제약이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면서 "자사주 매각을 위한 이사회 소집과 결정이 적법하게 이뤄졌다면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삼성물산은 엘리엇의 소송전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우호지분 확보를 통해 엘리엇의 경영권 간섭 시도를 차단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IR팀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에 이어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설득에 나서고 있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점점 유리해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현재 약 10%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선택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지만 자사주 매각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은 성사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것이 증권가의 중론이다.
삼성물산이 20%에 육박하는 우호 지분을 확보한 반면 엘리엇은 아직 뚜렷한 우군이 나타나지 않고 있어 7.12%에 불과한 상황이다.
또한 엘리엇을 제외한 외국인 지분이 27%에 달하지만 각자의 이해관계가 달라 단일대오의 형성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다. 각자의 투자 목적이 다른데다 수익성 극대화를 꾀하는 이들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엘리엇의 우군이 될 가능성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삼성물산은 자사주 매각으로 7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하게 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대한 대응력도 높인 상태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각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 성사 가능성은 매우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면서 “현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보다 훨씬 높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엘리엇이 합병이 성사되기 전까지는 우호지분 확보와 함께 법적대응으로 계속 논란을 일으키는 전략을 추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소송의 달인’이라는 악명답게 엘리엇이 ISD(투자자-국가간 소송)나 외국법원에서 소송제기로 끝까지 물고 늘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삼성물산 다음으로 삼성전자까지 타깃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엘리엇은 소송을 통해 장기전으로 끌고 가면 갈수록 불리할 것이 없다는 분석이다.
김영우 HMC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엘리엇이 연이어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지만 국내 법원에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면서도 "그러나 엘리엇이 향후 ISD 독소조항을 활용할 경우, 삼성도 대응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