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카드-현대차 복합할부 싸움에 소비자 등 터진다

윤정선 기자
입력 2014.11.11 12:01
수정 2014.11.11 12:09

현대차 "적정 수수료율 합의 전까지 조건부 연장"

카드업계 "현대차 복합할부 취급하지 말라고 도장 받고 다닐 것"

복합할부 수수료 인하시 소비자 혜택 축소 불가피

현대차는 11일 국민카드와 복합할부 수수료율 협상 시한을 오는 17일까지 일주일 연장한다고 밝혔다.(자료사진) ⓒ연합뉴스

국민카드와 현대차가 번갈아가며 가맹점 계약을 또다시 연장했다. 특히 현대차는 국민카드에 사실상 카드 복합할부상품을 취급하지 말라는 속내까지 드러냈다.

이에 따라 현대차가 카드사에 터무니없이 낮은 수수료율을 내세우며 복합할부를 판매하지 말라는 도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결국, 이들의 수수료 셈법 다툼에 카드로 자동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만 피해를 볼 전망이다.

11일 카드업계와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차는 복합할부 수수료율 협상 시한을 오는 17일까지 조건부로 연장하겠다는 의사를 국민카드에 통보했다.

현대차가 내세운 조건부는 사실상 복합할부금융 폐지에 가깝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민카드가 적정 수수료율 합의 전까지 카드 복합할부상품 취급을 일시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수수료율 협상을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협상이 이뤄지기 전까지 일반 카드결제를 허용할 계획"이라며 "이는 고객 불편을 없애기 위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현대차는 가맹점 계약 연장시한이 만료되는 17일까지 '협상 지속여부'를 회신해달라고 요청했다. 여기서 말한 협상 지속여부는 복합할부상품 취급 문제다. 만약 국민카드가 복합할부상품을 계속해서 판매한다고 하면, 가맹점 계약 해지도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앞서 가맹점 계약 연장을 요청한 주체는 국민카드였다. 김덕수 국민카드 사장은 지난달 31일 현대차 양재동 사옥을 방문해 가맹점 계약기간 연장(지난 10일까지)을 요청했다. 당시 국민카드는 가맹점 계약 연장을 밝히면서 '소비자 선택권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국민카드와 현대차 모두 한 차례씩 '소비자 피해'를 운운하며 가맹점 계약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모양새다.

복합할부 수수료 낮추면 혜택도 축소…소비자 피해 '예고'

현대차가 요구한 복합할부상품 취급시 카드 수수료는 1.0~1.1%다. 반면 국민카드는 현 수수료보다 1%P 낮춘 1.75% 이하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태도다.

복합할부는 신용카드로 차를 살 때 캐피탈사가 먼저 카드사에 돈을 갚고, 고객은 캐피탈사에 할부금을 갚는 방식을 말한다. 이 때문에 카드사는 일반적인 신용카드 결제와 달리 신용공여기간을 거의 갖지 않는다.

대신 카드사는 가맹점이 되는 현대차로부터 받은 수수료를 고객과 자동차 딜러, 캐피탈사에 나눠 준다. 카드사가 챙기는 몫은 결제금액의 0.2~0.3% 수준이다.

만약 복합할부 수수료가 1% 수준으로 떨어지면 금리 인하나 포인트 적립과 같은 고객에게 떨어지는 혜택도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시장에서 복합할부를 선호할 이유도 사라지게 된다. 이는 복합할부 폐지를 주장해온 현대차의 속내이기도 하다.

카드사는 복합할부로 얻는 이익이 그리 크지 않더라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자동차 결제 금액 대부분 1000만원을 훌쩍 넘기 때문에 시장점유율과 같은 카드사 외형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

소비자 관점에서 보면, 문제는 뚜렷해진다. 현대차를 포함한 자동차업계의 강력한 요구에도 금융당국이 복합할부를 폐지하지 않게 된 이유는 소비자 선택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차를 구매할 때 현금으로 결제하느냐, 카드사를 이용해 캐피탈을 쓰느냐(복합할부)는 소비자가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복합할부시장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그만큼 소비자 손에 쥐어 주는 혜택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수수료 인하로 복합할부 혜택이 사라지면 최종 피해는 소비자 몫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카드와 현대차가 진행하는 협상은 소비자 혜택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복합할부 구조상 현행 수수료보다 1%P 낮춘다는 것은 소비자에게 주는 혜택을 그만큼 더 줄이겠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복합할부 협상을 진행하면서 소비자 피해를 운운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차는 내년 신한카드(2월)와 삼성카드(3월), 현대카드(5월)와 가맹점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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