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 아닌 내 것 인듯" 카드포인트 썸 못타는 이유

윤정선 기자
입력 2014.07.16 15:30
수정 2014.07.16 18:34

카드포인트 통합 단기적으로 봤을 때 어려워

1포인트=1원 가치통일 외에도 마케팅 효과 떨어질 것 우려

연도별 카드 포인트 규모(금융위원회 자료 재구성) ⓒ데일리안

각 카드사 포인트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 통합 방안이 합의점을 보지 못한채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분위기다. 카드 포인트 통합에 앞서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1포인트=1원' 가치통일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카드사 주장이다. 금융당국도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할 수 없다는 이유를 내세워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좌불안석이다.

16일 금융당국과 카드업계에 따르면, 애초 정부는 지난달 카드 포인트 가치가 카드사별로 다르다며 포인트 가치를 '1포인트=1원'으로 통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카드 포인트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카드사 간 포인트 통합을 둘러싼 이견과 기술적 어려움을 이유로 합의에 난항을 겪으면서 이르면 오는 8월이나 9월에 개선방안이 나올 예정이다. 이 또한 1포인트=1원으로 가치를 통일하는 방안은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우선 현대카드의 경우 가치통일이 사실상 어렵다는 반응이다. 현대카드 M포인트는 △기프트카드 교환 △신세계 상품권 교환 △M포인트 100% 사용 가능한 제휴 쇼핑몰 △SMS 문자서비스에서 1.5포인트가 1원의 가치를 가진다. 포인트가 현금과 거의 같은 역할을 하는 곳에서 가치의 차등을 둔 것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모든 사용처에서 포인트 가치를 1포인트=1원으로 맞추면 운영상 어려움이 있다"면서 "포인트 가치를 통합한다고 해서 포인트 활용도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카드 포인트를 통합해서 사용하게 되면 포인트가 갖는 마케팅 효과도 줄어 업계 간 경쟁도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롯데카드도 포인트 통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롯데카드의 경우 카드사에서 적립되는 포인트 외에도 롯데멤버스 제휴점에서 쌓이는 포인트가 또 있다.

롯데카드 포인트는 유효기간이 5년이다. 반면 롯데멤버스는 2년이다. 따라서 롯데 계열사 내부에서도 카드 때문에 포인트 체계 전체를 뜯어고쳐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아울러 일부에선 포인트 통합이 장기적으로 소비자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규제의 역설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포인트는 고객을 유치하고, 카드사용을 유도하는 마케팅 수단"이라며 "포인트를 현금과 같다 보고 카드사별 포인트를 통합해서 사용하게 하면 마케팅 가치는 훼손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르게 보면 '통합'은 '차별화'의 반대"라며 "결국 카드사 간 경쟁이 사라지면 회원의 포인트 혜택이 줄어들고, 가맹점도 카드사와 제휴를 맺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효과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항공사마다 포인트가 다르고, 통신사마다 포인트 적립이나 사용처, 사용 요건 등이 다르다"면서 "기업의 경쟁력이 될 수 있는 포인트 제도를 정부가 금융회사라는 이유만으로 지나치게 통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도 한발 물러서 우선 카드 포인트 통합보다는 적립이나 사용 요건 등에 초점을 맞춰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포인트 통합은 단기적으로 어렵다고 본다"며 "이르면 다음 달에 발표되는 개선안에 포인트 가치통일 내용이 들어갈지는 아직 논의 중이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선 카드 포인트를 쌓기 위한 최소 적립기준이나 5000포인트 이상부터 사용할 수 있다는 요건 등을 완화해 소비자가 쉽게 포인트를 적립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지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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