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다! 장보리', 막장 소재인데 막장은 아니다?

부수정 기자
입력 2014.04.06 09:31 수정 2014.04.06 09:34

또 다시 '출생의 비밀' 코드 앞세운 막장극 예고

제작진 역시 전작 '막장 논란' 속 신 가족극 표방

MBC 새 주말극 '왔다! 장보리'는 '출생의 비밀'이라는 자극적인 설정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 MBC

"막장 소재인데 막장은 아니다."

MBC 새 주말극 '왔다! 장보리' 출연진과 제작진은 1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약속한 듯 이같이 말했다.

'왔다! 장보리'는 '출생의 비밀'이라는 자극적인 설정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드라마는 어렸을 적 친엄마의 악행을 목격한 후 사고를 당해 모든 기억을 잃은 장보리(오연서)가 야반도주 중인 도씨(황영희) 모녀에 의해 길러지다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는 내용을 담는다. 한국 드라마, 특히 일일극과 주말극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스토리다.

이날 제작진은 엄마와 딸이 화해하고 진짜 가족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따뜻한 가족극이라고 했다. 과연 그럴까.

먼저 제작진의 조합에서부터 막장의 냄새가 난다. 대본을 맡은 김순옥 작가는 '아내의 유혹', '천사의 유혹' 등 주로 막장 드라마를 썼다. 김 작가의 작품에는 자극적인 소재와 말도 안 되는 우연이 남발된다. '아내의 유혹'에서는 남편에 대한 복수로 점 찍고 돌아온 민소희를 부각시켰고, '천사의 유혹'에서는 복수를 위해 전신성형을 감행한 남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웠다.

연출은 맡은 백호민 PD 또한 '욕망의 불꽃'과 '메이퀸'을 통해 자극적인 소재로 시청률에선 재미를 봤지만 '막장'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막장 시너지'가 과연 얼마나 클지 짐작이 가는 부분이다.

이날 공개된 맛보기 영상에서는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주인공 장보리(오연서)와 그의 상대역인 검사 이재화(김지훈)가 등장했다.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에서 막장이 아닌 드라마의 밝은 분위기를 전하려는 제작진의 의도가 엿보였다.

백 PD는 막장 논란에 대해 "드라마 전개를 위해 필요한 극적인 장치들이 많다. 이런 것들을 조금 완화시킬 계획이다. 아이를 잃어버린다는 요소 때문에 막장이라는 오해를 받는데 아이는 금방 찾을 것이고, 그 아이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가족애를 그리고자 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가장 중요하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가족간의 사랑"이라며 "가족이라는 이유로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기획의도를 전했다.

지난해 '막장의 끝'이라는 비난을 받은 '오로라공주'에 출연했던 오창석은 이번 드라마에서 냉철하고 야심 있는 이재희를 연기한다.

오창석은 '오로라공주'에서 연기했던 황마마는 주변 환경에 따라 캐릭터가 많이 바뀌는 스타일이지만 이번 역할은 주관이 있는 인물"이라며 "전작과는 다른 모습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드라마가 막장이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할 생각이 없다"며 "연기에만 최선을 다하고 싶지, 외적인 것들에 대해서는 신경 쓰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막장 드라마는 유독 주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다. 네 명의 주인공 중 유일하게 주부인 이유리는 이번 드라마에서 장보리(오연서)와 연적 관계를 이루는 악역 연민정을 연기한다. 주부인 그에게 막장 논란은 어떻게 비쳐질까.

이유리는 "호흡이 긴 주말드라마라 따뜻한 내용도 있는 반면, 스토리 전개상 필요한 극적 장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주부 입장에서 막장 드라마, 특히 불륜 드라마를 보면 솔직히 놀란 적도 있지만 '왔다! 장보리'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MBC 새 주말극 '왔다! 장보리'는 '출생의 비밀'이라는 자극적인 설정으로 출발한다. ⓒ MBC

'막장'이라는 논란을 잠재울 핵심인물은 주인공 장보리(오연서)와 상대역 이재화(이재훈)다. 두 사람은 밝고 낙천적인 성격으로 극의 활력소가 될 예정이다.

오연서는 극 중 가난하게 살다가 하루 아침에 부잣집 친딸이 되면서 운명이 바뀌는 장보리 역을 맡았다. 데뷔 후 첫 타이틀롤을 맡은 그의 얼굴에는 설렘과 부담감이 공존했다.

"타이틀롤이라 부담스럽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한다"고 말문을 연 오연서는 "이전 작품에서는 새침한 이미지가 있는 역할을 많이 했지만 이번 작품에서 맡은 보리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캐릭터다. 억척스럽거나 털털한 모습,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온몸을 불사르며 연기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시청률 부담에 대해서는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가 무조건 좋다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한 뒤 "하지만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사랑해주면 힘이 저절로 난다"고 말했다.

오연서의 상대역을 맡은 김지훈은 재벌 아버지 밑에서 자란 검사 이재화로 분한다. 이재화는 계모와 동생에게 구박을 받지만 낙천적 성격으로 가정의 평화를 지켜내고, 또한 장보리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인물이다.

김지훈은 "막장이라는 우려를 갖고 드라마를 시작했다"며 "(막장 논란)은 감수할 사항이고 크게 문제가 일어날 만큼 막장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작가의 막장 시리즈인 '아내의 유혹'이나 '천사의 유혹'과는 색깔이 다르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막장 논란'이라는 우려를 떠안고 출발하게 된 '왔다! 장보리'가 안방극장의 사랑을 받을지는 시청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5일 방송된 첫 회는 9.8%(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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