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 1000조 시대…구원투수로 나선 체크카드

윤정선 기자
입력 2014.02.26 10:56
수정 2014.02.26 17:31

정부 체크카드 활성화 정책 힘입어 체크카드 발급장수 신용카드 추월

전업계 카드사, 체크카드 성장으로 수익 악화 우려

연도별 신용·체크카드 발급 장수(한국은행 자료 재구성) ⓒ데일리안

가계 빚 1000조원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질 나빠진 가계부채가 우리경제의 부실 폭탄으로 위협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1년을 맞으면서 내수 부진을 위한 가계부채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실질적인 부채 감축에 올인하고 있는 분위기지만 쉽지 않은 해결과제로 부상하면서 정부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다행히 가계부채의 원인이 되는 신용카드 사용과 발급율이 떨어지면서 반사이익을 얻은 체크카드의 선전이 예상돼 위안거리가 되고 있다.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정책과 카드사의 부가서비스 축소 등으로 체크카드 발급수가 신용카드 발급수를 추월했다. 1999년 체크카드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소비자의 소비계획에 따라 절제할 수 있는 체크카드의 부상은 정부로서는 다행스런 일이지만 카드사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26일 카드업계 따르면, 지난해 체크카드 발급 장수는 1억701만장으로 신용카드 1억202만장을 넘어섰다. 체크카드 발급 장수는 지난 2005년 1960만장과 비교했을 때 5배 넘게 늘어났다.

카드업계는 체크카드의 성장은 예견된 일이었다며 원인으로 정부의 체크카드 활성화 정책을 꼽았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금융당국이 '체크카드 활성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체크카드 결제한도나 이용시간, 결제취소 절차 등이 개선돼 사용자 편의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금융당국뿐만 아니라 과세당국도 체크카드 소득공제율을 유지해 체크카드 사용이 크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소득공제율은 2배 이상 벌어졌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은 지난 2012년 20%에서 지난해 15%로 축소했다. 반면 체크카드 소득공제율 30%는 그대로 유지했다.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둘 다 갖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면서 "신용카드로 결제했던 사람이 소득공제율 때문에 체크카드를 꺼내는 경우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정책 외에도 카드사의 부가서비스 축소로 체크카드 사용이 늘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풍선효과가 발생했다는 얘기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가맹점 수수료 체계 개편으로 수익 악화를 우려한 카드사는 부가서비스를 대폭 축소했다"면서 "결과적으로 신용카드 사용 유인책이 떨어져 체크카드 사용이 늘어난 것"이라고 전했다.

카드업계는 체크카드 성장을 마냥 반가워하지 않는다. 특히 신용카드 위주로 카드를 발급하고 있는 전업계 카드사는 울상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체크카드는 신용카드보다 가맹점 수수료가 적다"면서 "같은 금액을 쓰더라도 체크카드를 사용했을 때 카드사가 챙기는 수익은 신용카드보다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카드사 입장에선 다양한 부가혜택으로 신용카드 사용을 유인하고 싶지만, 수익악화로 이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체크카드의 경우 카드사가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수수료는 결제금액의 대략 1.5%다. 신용카드는 2% 초반이다.

또 전업계 카드사가 체크카드를 발급하려면 시중은행과 계약을 맺어야 하고 이용 수수료도 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계가 아닌 전업계 카드사는 체크카드 발급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전업계 카드사 관계자는 "체크카드와 연동된 은행에 수수료를 지급하고 밴(VAN)사에도 수수료를 내면 남는 게 거의 없다"며 "전업계 카드사는 체크카드 성장이 반갑지만은 않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가계신용 잔액은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해 102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정부의 체크카드 활성화 정책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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