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안받는 대학 총장님들, 자제분 등록금은 내셨나요?
입력 2014.02.25 10:33
수정 2014.02.25 11:47
전국 대학 4곳 중 3곳 카드 결제 거부
대학에게 카드 수수료 부담 강요하는 것도 모순
카드사 아닌 학생에게 이득 가는 정책적 대안 필요
#A씨(남, 19)는 부푼 꿈을 안고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지만 아버지가 등록금을 마련하는 모습에 미안한 마음부터 든다. A씨 아버지는 두 자녀를 대학에 보내고 있어 400~500만원의 등록금을 한꺼번에 마련하는데 빠듯한 월급으로 감당하기 힘들어했다. 음료수 하나도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시대에 수백만원의 등록금을 현금만 받겠다는 학교의 정책을 A씨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A씨는 대학 입학도 전에 세상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려운 서민 경제 속에서도 국내 대학 4곳 중 3곳은 등록금의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고 있다. 이를 두고 여론에선 대학의 '등록금 장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반대로 대학 측은 등록금 수수료를 노린 카드사의 '언론플레이'라며 강하게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누가 봐도 밥그릇 싸움이다.
2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국내 카드사 8곳에 신용카드로 등록금 납부가 가능한 대학은 109곳이다. 이는 전국 대학 431곳(대학알리미 기준) 중 25.3%에 그친다. 대학 4곳 중 3곳은 등록금을 현금만 받는다는 얘기다.
대학이 카드결제를 꺼리는 이유는 수입에 있다. 학생이 등록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대학은 카드사에 1% 중후반에서 2% 초반대 수수료를 낸다.
예컨대 연 1000만원(2학기)의 등록금을 카드로 결제하면 카드사는 약 20만원을 대학으로부터 챙긴다. 연간 수천억원의 등록금을 카드로만 결제한다고 가정하면 대학은 수십억원의 수수료를 카드사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내야 한다.
매년 대학은 카드결제 거절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대학 측은 카드결제를 허용했을 때 오히려 수수료로 등록금이 인상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대학 관계자는 "등록금 카드결제는 카드사만 돈 버는 구조"라며 "학생 편의를 위해 카드결제를 도입했지만, 수수료 부담으로 오히려 등록금 전체를 올려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해마다 등록금 카드결제 관련 기사가 나오는 것에 대해 '카드사의 여론몰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카드결제를 거부하는 대학을 비난하기 위해 카드사가 의도적으로 자료를 뿌린다는 것이다.
이에 카드사는 등록금 카드결제 수수료 수익률이 높다고 인정하면서도 언론플레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등록금 카드 결제는 사실상 카드사의 단기대출"이라며 "한 번에 목돈이 들어가는 만큼 현금보다 카드를 선호하고 카드사 수익에도 도움이 된다"고 시인했다.
이어 그는 "카드결제를 거부하는 대학이 비난을 받아 여론도 카드사 쪽에 기울지만 언론플레이는 아니다"고 강변했다.
등록금 부담으로 대학생들이 시름을 앓고 있는 사이 카드사와 대학은 카드결제를 위한 깊은 고민 없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모양새다. 수백만원의 대학 등록금을 두고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이유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법적으로 대학에 카드결제를 강요할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수백만원의 등록금을 현금으로만 내도록 하는 건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카드결제 외에도 등록금 분할납부 제도를 손봐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 제5조 제3항에 따르면 신입생은 등록금을 분할납부할 수 없다. 또 재학생이 납부연기신청을 하는 경우 분납 가능 개월 수는 2개월로 제한된다. 카드결제를 대안할 수 있는 분할납부 제도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카드사와 대학이 신용공여 기간을 조정하고 정부가 의지만 보인다면 등록금 카드결제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등록금을 카드로 결제하면 카드사는 대학에 3일 안에 그 금액을 지불한다"면서 "만약 카드사가 조금 더 늦게 주고, 대학이 조금 더 늦게 받는다고 계약을 맺으면 수수료율은 많이 떨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또 정부가 등록금 카드결제에 대해서 보증을 서주면 카드 수수료는 많이 줄어들어 대학이 카드결제를 거부할 명분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