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쟁이 누구야" 산으로 가는 카드사태 진실게임
입력 2014.02.24 12:50
수정 2014.02.24 14:47
<정보유출 국조>검찰 '기소여부' 중점 VS 야당 '내부직원 공모여부 파헤쳐야'
카드 3사 고객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지 두달이 넘도록 유출 경로와 과정을 밝히지 못한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유출 사태의 진실 규명을 위해 국회 국정조사까지 나섰지만 카드사와 피의자 박모 차장의 진술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진실게임이 장기화되는 형국이다.
이런 사정에 검찰의 부실수사 논란까지 번지면서 법무부 기조실장까지 국정조사에 나와 해명에 나섰지만 진실에는 한 발짝도 다가가지 못했다.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조사에서 정호준 민주당 의원은 안태근 법무부 기조실장에게 "박 차장은 보안프로그램을 농협카드가 해제 해주었다고 하고, 농협카드는 해지해준 사실이 없다고 한다"며 "각각 진술이 다른데 어떻게 고객정보가 유출된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실장은 "공소제기 당시 박 차장 진술을 토대로 공소장을 작성했다"면서 "하지만 농협카드는 그렇게 유출되지 않았다고 주장해 현재 확인조사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사실상 검찰이 박 차장의 진술에만 의존해 범행을 재구성했다고 시인한 셈이다.
이어 그는 "유출 시점이나 방법을 알 수 있는 기록이 삭제돼 기술적으로 확인이 어렵다"며 "현재 양쪽 진술을 종합적으로 따져보고 있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 18일 국회 청문회에서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전 직원 박 차장은 "농협카드에 보안프로그램 해지를 꾸준히 요청했고, 어느 순간 해지돼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를 두고 김신형 농협카드 전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는 "박 차장에게 디스크 증설 요청은 받아서 작업은 해줬지만, 보안 해제는 해주지 않았다"며 "박 차장이 착각하고 있다"고 말해 양측의 진술이 엇갈렸다.
금융감독원의 중간 조사결과, 정보유출이 확인된 카드 3사 모두 정보 유출 당시 로그(log) 기록이 삭제됐다. 정보 유출 시점이나 범행 방법을 유추할 수 있는 자료가 지워진 것이다. 따라서 검찰은 박 차장의 진술에만 의존해 범죄를 재구성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 진술이 엇갈리는 농협카드 정보 유출의 경우 지난 2012년 연말에 발생해 카드 3사 중 유출 시점이 가장 오래됐다.
이를 두고 야당의원은 검찰의 '부실수사'라며 수사당국을 거세게 비난했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종합적으로 판단해 사실관계를 파악했다고 하는데 카드사와 박 차장의 주장이 다르다. 이게 종합적인 수사가 맞느냐"고 수사당국을 몰아세웠다.
안 실장은 "검찰이 구속한 다음에는 20일 모두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짧은 시간에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추가 유출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게 가장 우선적이었다. 농협에서 어떻게 유출됐는지는 구속요건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항변했다.
야당 의원들은 검찰의 부실수사를 추궁하는데 주력했고 기소여부에 초점을 맞춘 수사라며 맞섰다. 카드사와 박 차장의 진실게임은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만지듯' 서로 다른 주장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한편, 일부 의원은 검찰이 내부 직원의 공모 여부를 집중적으로 수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기식 민주당 의원은 "공소유지와 관련해서 박 차장이 시인했기 때문에 수사의 초점이 될 수 없다"며 "이 사건의 핵심은 박 차장의 범행이 아닌 내부직원의 공모 여부"라고 따졌다.
이어 그는 "검찰은 박 차장이 시인한 범죄를 수사하는데 20일을 다 보냈다"며 "참고인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이것도 수사 방법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