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화장실 발 들였다가 벌금형 '남성들 뿔났다'

이충재 기자
입력 2014.01.26 10:08 수정 2014.01.26 10:14

재판부 "불안감 조성 범죄" 남성연대 "실수로 인한 무고피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 남성에게 법원이 성폭력범죄특별법을 적용해 벌금형을 선고한 것과 관련해 남성단체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에 대해 과도한 법적용을 한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DB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 남성에게 법원이 성폭력범죄특별법을 적용해 벌금형을 선고한 것과 관련해 남성단체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에 대해 과도한 법적용을 한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법원은 “여성용 공중화장실의 평온을 깨뜨리고 불안감을 조성하는 범죄”라고 판단했지만, 남성단체에선 “여자화장실에 한 발 디딘 것이 어떻게 성폭력이냐”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특히 남성단체에선 최근 성폭행을 당했다고 허위 고소당하는 ‘성폭행 관련 무고사범’이 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실수로 인한 무고 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울산지법은 24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성적목적 공공장소 침입)으로 기소된 회사원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하고 성폭력치료강의 수강 40시간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주상복합 건물 4층 남자화장실에서 나와 자신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바로 옆 여자화장실에 침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범죄 의도를 부인하고 여자화장실에 들어간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당시 화장실 안에 있었던 여성의 증언으로는 피고인의 신체 일부가 화장실 경계선 내부까지 들어온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A씨의 행위는 여성용 공중화장실의 평온을 깨뜨리고 불안감을 조성하는 범죄로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화장실 입구에서 발각되어 즉시 도주한 점,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벌금형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남성연대’ 김동근 공동대표는 “해당 남성이 성폭력의 의도가 없는 상태에서 실수로 여자화장실에 들어 간 것이라면 과도한 처벌”이라며 “성폭행과 성추행 등은 엄벌해야 마땅하지만, 작은 실수를 성추행으로 몰아가는 것은 남성을 옥죄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남성의전화’ 관계자도 “서로 다른 성별의 화장실에 들어가는 것은 순간적으로 누구라도 그렇게 할 수 있지 않나”라며 “여자들도 마찬가지로 남성화장실에 한 발짝 정도는 디딜 수가 있다. 실수와 착각으로 여자화장실에 들어간 것은 성추행과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놓고 남자화장실 들어오는 여성은 어쩌라고?"

여론은 화장실 사용을 둘러싼 ‘남녀성차별 문제’로 확산돼 들끓고 있다. “남자화장실에 들어오는 여자는 어떻게 처벌해야 하냐”, “여자가 잘못 들어가면 실수이고, 남자가 잘못 들어가면 성범죄 목적인가”, “나도 이런 실수를 하는데, 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너무하다”는 등의 의견이 쏟아졌다.

특히 고속도로 휴게소 등 여자화장실이 부족한 공공장소에서의 ‘여성의 남자화자실 출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용객이 몰리는 명절이나 주말 고속도로 주요 휴게소에서 여성의 남자화장실 출입을 ‘허용하는 문화’가 자리잡은 상황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고속도로 휴게소 남자화장실에 여성들이 길게 줄을 사고 있는 장면이 담긴 사진을 올린 뒤 “여성들이 아예 대놓고 남자화장실에 들어오지만, 남자들도 수치심을 느낀다. 실수라면 서로 이해해 주자”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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