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추락?’ KIA 선동열 인적쇄신 실패론
김윤일 기자
입력 2013.08.17 08:16
수정 2013.08.17 11:03
입력 2013.08.17 08:16
수정 2013.08.17 11:03
우승후보 평가받았지만 7위로 급전직하
구단 측의 투자와 트레이드 모두 실패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지금 KIA의 상황이 딱 그러하다.
시즌 초반인 4월만 해도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던 KIA는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강력한 우승 후보다운 면모를 선보였다. 하지만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더니, 후반기에는 아예 5승 16패(승률 0.238)에 그쳐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고 말았다. 4강 마지노선인 4위 넥센과의 승차는 어느새 7경기 차로 벌어져 가을야구의 꿈은 사실상 물 건너가고 말았다.
KIA 추락에 대해 여러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눈여겨 볼만한 점은 영입과 방출 등으로 인한 선수들 간의 ‘캐미스트리’ 즉, 화학작용이 어떻게 이뤄졌는가다.
먼저 올 시즌 KIA가 우승후보로 손꼽힌 이유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시즌 탄탄한 선발진을 보유했던 KIA는 외국인 투수 앤서니를 마무리로 돌리며 투수진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했다.
부상으로 인해 제대로 조합 한 번 이루지 못했던 LCK포(이범호-최희섭-김상현)는 스프링캠프서 최고의 몸상태를 선보였다. 그리고 FA 최대어였던 김주찬이 합류하며 KIA의 테이블세터진은 9개 구단 가운데 최고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이만하면 우승후보로 손꼽아도 문제없을 전력이다.
그러나 선동열 감독과 KIA 구단 측이 선택한 선수 기용 및 영입은 결과적으로 패착이 되고 말았다.
일단 FA 김주찬의 합류는 KIA 타선에 큰 보탬이 되지 못했다. 김주찬은 올 시즌 타율 0.304 28타점 23도루를 기록, 준수한 성적을 남긴 듯 보이지만 팀 전체 경기 수의 절반이 조금 넘는 47경기 출장해 그쳤다.
역대 FA 사상 두 번째로 많은 액수를 받은 것은 물론 KIA 선수들 중 최고 연봉(5억원)임을 감안하면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김주찬은 허벅지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가 있어 시즌이 끝나기 전 돌아올지도 미지수다. 5억원짜리 2번 타자. 더욱이 김주찬은 계약 전부터 부상 위험성이 높았던 선수였다.
기대했던 이용규와의 시너지 효과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당초 이용규-김주찬으로 이뤄진 테이블 세터진은 180득점-100도루를 합작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용규까지 연쇄 부진에 빠졌고, 이 둘은 84득점-42도루라는 초라한 기록만을 남겼다.
앤서니의 보직 이동도 의문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선발로 활약한 앤서니는 171.2이닝동안 11승 13패 평균자책점 3.83으로 KIA의 실질적 에이스 역할을 맡았다. 그러자 선동열 감독은 뒷문 단속을 위해 그를 마무리로 기용하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앤서니는 20세이브를 거뒀지만 평균자책점 4.50과 4차례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퇴출 수순을 밟았다. 결국 앤서니의 기량도 문제였지만 마무리라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힌 선동열 감독에게도 비난의 화살이 쏠렸다.
올 시즌 KIA의 추락은 지난 5월 트레이드를 기점으로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투수진 보강을 원했던 선동열 감독의 요청에 의해 김상현+진해수를 내주고 송은범+신승현을 받는 SK와의 2:2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이적 후 신승현이 불펜의 양념 역할을 해주며 성공적 트레이드가 되는 듯 싶었지만 결과는 역시 실패였다. 애매한 보직의 송은범은 등판 때마다 믿음직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이다 2군행을 명받았고, 상대로부터 분석이 끝난 신승현도 실점 횟수가 늘어가고 있다.
특히 김상현을 떠나보낸 부분은 팬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김상현은 누구보다 타이거즈에 대한 애착이 컸던 선수로 2009년 팀을 우승시킨 뒤 MVP를 수상한 화려한 경력을 지니고 있다. 김상현의 신데렐라 스토리는 많은 감동을 불러 일으켰고, 최근 몇 년간의 부진에도 KIA 팬들은 비난보다 격려와 박수를 보냈다.
김상현의 이적은 남아 있는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잘해도 조금만 부진하다면 언제든 트레이드 명단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KIA는 지난해 정신적 지주였던 이종범이 반강제적으로 은퇴하며 팀 분위기가 뒤숭숭해진 바 있다.
올 시즌 개막 직전 KBO가 발표한 구단별 선수 평균 연봉에 따르면, KIA는 지난해 9427만원에서 10.8% 상승한 1억 447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LG에 이어 인상률 2위(NC 제외)에 해당하며 평균연봉에서도 삼성과 SK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액수다.
코칭스태프 역시 2억 900만원(평균 9567만원)으로 9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연봉을 수령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팀 성적은 7위로 떨어져있으며 이제 8위 추락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구슬을 꿰지 못한 선동열 감독과 KIA 구단 운영에 책임이 쏠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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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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