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떠난 '연기돌'은 이제 옛말…배우·아이돌 모두 쥔 멀티 엔터테이너 시대 [D:가요 뷰]
입력 2025.12.05 08:29
수정 2025.12.05 08:29
연기자로 전향한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다시 가요계로 돌아오고 있다. 일명 '연기돌'들은 노래 실력이 부족해 짧게 가수 활동을 하고 연기로 전향하는 흐름을 보여줬지만, 이제는 노래와 연기 어느 하나도 놓지 않는 멀티 엔터테이너로서 커리어를 설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4일 SM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임시완은 오는 5일 오후 6시 첫 솔로 미니앨범 '더 리즌'(The Reason)을 발매한다. SM 산하 새 뮤직 레이블 '스마트'(SMArt)의 첫 주자로 나서는 임시완은 이번 앨범에 동명 타이틀곡을 포함해 총 5곡을 담았다. SM엔터테인먼트는 "그간 OST와 프로젝트곡으로만 맛볼 수 있었던 임시완의 음악적 취향을 온전히 담았다"는 설명이다.
2009년 제국의아이들로 데뷔한 임시완은 그룹 활동 당시에도 MBC '해를 품은 달', KBS2 '적도의 남자', 영화 '변호인' 등에 출연하며 연기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최근까지도 가수 활동보다는 JTBC '런 온', 쿠팡플레이 '소년시대',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시즌2·3 등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배우로 자리잡았는데, 그런 그가 솔로 아티스트로 어떤 색을 보여줄지 관심이 쏠린다.
11월 27일에는 크리스탈이 데뷔 16년 만에 첫 솔로 싱글 '솔리터리'(Solitary)를 발표했다. 에프엑스의 리드보컬로 노래 실력을 보여주는 한편 MBC '하이킥3', SBS '상속자들'로 감초 연기까지 병행한 크리스탈은, 2015년 '포 월즈'(4walls) 활동 이후 음악 활동을 하지 않았다.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KBS2 '경찰수업', 영화 '거미집' 등을 통해 오랜 시간 드라마와 영화로 배우 정수정을 쌓아온 그는, 그룹 시절 호평 받은 특유의 음색을 사린 알앤비(R&B) 장르의 ‘솔리터리’를 통해 다시 가수 크리스탈을 내세웠다. 이번 싱글은 향후 발매될 첫 솔로 앨범의 선공개 격으로 연기와 음악 활동을 병행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돌 출신이 연기자로서 첫 전환을 할 때부터 본업인 음악활동을 완전히 놓지 않으며 이미 멀티 엔터테이너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경우도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엑소 디오와 수지다. 디오는 데뷔 2년차에 SBS '괜찮아 사랑이야'와 영화 '카트'에 출연, 배우 도경수로서 연기 활동을 시작해 팬들을 놀라게 했다. 그룹의 메인보컬이 데뷔 후 단기간에 연기에 도전한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고연차가 됐을 때에도 그룹 활동에 참여했으며 2021년 첫 솔로 미니앨범 '공감'부터 올해 발매한 정규 1집 '블리스'(BLISS)까지 솔로 앨범도 꾸준히 발매했다. 동시에 tvN '백일의 낭군님', 디즈니+ '조각도시',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등에서 연기력까지 인정받으며 가수 디오와 배우 도경수, 두 얼굴을 동시에 키워왔다.
수지 역시 미쓰에이 데뷔와 동시에 KBS2 '드림하이'를 통해 연기자 배수지로도 이름을 알렸다. 영화 '건축학개론'의 흥행으로 단숨에 연기자로서 입지를 굳혔으나 신인으로서 그룹 활동에도 빠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2015 '다른 남자 말고 너' 이후 사실상 그룹 활동을 종료해 팬들은 가수 수지로서의 모습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수지는 2017년과 2018년 연이어 솔로 미니 앨범을 냈다. 이후에도 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 tvN '스타트업', 쿠팡플레이 '안나',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다 이루어질지니' 등에서 연기력을 늘려가는 와중에도 OST와 싱글 발표, KBS2 음악 여행 리얼리티 '나라는 가수' 독일 편에 합류해 버스킹과 라이브 무대를 선보이며 가수 수지를 잊지 않는 모습이다.
이 같은 흐름은 후배 아이돌에게도 모델이 되고 있다. 레드벨벳 조이는 그룹 활동과 연기를 병행해온 데 이어, 올해 8월 첫 미니앨범 '프롬 조이, 위드 러브'를 발매하며 본격적인 솔로 행보에 나섰다. 한편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로맨스 드라마 '유일무이 로맨스'의 여주인공으로 4년 만에 안방극장 복귀를 앞두고 있다. 연기 활동으로 대중성과 연기력을 쌓는 동시에, 솔로 앨범으로 음악적 취향을 드러내며 가수·배우 두 영역을 나란히 확장하는 셈이다.
'연기돌'이라는 말이 무색해질 만큼 아이돌 출신 배우들의 행보가 다층적으로 변하고 있다. 특히나 현 세대의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은 아이돌, 배우 그 어떤 것으로도 확실히 정의하지 않고 모든 방면에서 자신만의 색으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연기와 음악을 병행하는 멀티 엔터테이너들이 많아지는 가운데, 솔로 데뷔를 앞둔 임시완과 데뷔 16년 만에 마이크를 다시 잡은 크리스탈이 어떤 성과를 낼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