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뿌리고 자갈던지고 3.1절 난동


입력 2009.03.01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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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시청 등지서 보수우파 집회에 좌파 단체 ´행패´

미디어관계법 놓고 충돌 이어져 경찰 떼놓기만 ´급급´

“미디어법은 방송의 공영성을 지키고 여론의 다양성을 확대하며 대국민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법입니다. 또한 산업으로서의 미디어를 발전시켜 이 나라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나누어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반드시 미디어법이 통과되도록 국회와 김형오 국회의장은 각성해야 합니다!.”

언론관계법으로 보수우파와 진보좌파가 또다시 대척점에 섰다.

1일 3.1절을 맞은 여의도는 언론관계법에 찬성 또는 반대하는 단체들의 집회가 이어지면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는 등 긴장감이 감돌았다.

참여연대, 민변, YMCA, 한국여성단체연합, 여성민우회, 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인권단체연석회의 등 진보좌파 성향의 단체들은 이날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과 함께 3일 동안 밤샘농성에 돌입했다.

이에 맞서 보수우파 성향의 단체들도 언론관계법 처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국가쇄신국민연합은 이날 오후 2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나라사랑 독도사랑’ 음악회와 안보강화 국민대회를 , 200여개 보수우파 성향의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미디어개혁국민운동본부는 서울 여의도 MBC 본사 앞에서 ‘미디어개혁 촉구 국민대회’를 각각 개최하고 ‘언론관계법 조속 처리’를 재차 촉구했다.

양측은 “MB악법”(진보좌파) “대한민국 선진화의 기초”(보수우파) 등 상반된 주장을 펼치면서 정치권의 ‘결단’을 촉구했다.



“MB악법 결사 저지” VS “기필코 직권상정”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 언론노조)은 한나라당이 언론관계법 직권상정에 강하게 반발하며 ‘전면 파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민영화 등으로 위기감이 가장 팽배한 MBC를 시작으로 CBS, YTN 노조도 제작 거부에 동참을 선언한 상태다.

언론노조는 “언론관계법은 MB악법”이라며 2일부터 1박2일 동안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조합원들까지 참가하는 ‘언론관계법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와 촛불문화제’를 열고 총력 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에 진보좌파 단체들은 ‘밤샘농성’으로 힘을 실어줬다. 참여연대 등 수백여 개 진보좌파 시민단체로 구성된 민생민주국민회의는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 여당이 국민들을 상대로 하고 있는 전쟁수위가 도를 넘었다. MB악법 결사저지를 위해 범시민사회단체가 농성에 돌입한다”고 결의를 다졌다.

이들은 “고흥길 위원장의 미디어법 기습 상정은 기본적인 국회법조차 무시한 날치기로, 원천무효”라며 “언론관계법 저지를 위해 지속적인 반대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반대 움직임에 보수우파 진영이 ‘발끈’했다. “80년대식 5공 체제로 왜곡된 언론계의 병폐를 개선하기 보단 철밥통을 유지하려는 집단 이기주의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보수우파의 비판이다.

이들은 언론관계법 처리를 위해 한나라당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이제라도 제대로 하라”며 직권상정 이후 잇따라 장외집회를 열고 있는 것.

MBC에 대한 견제도 한층 수위를 높였다. “방송통신융합 시대를 맞아 다양한 매체가 생겨나면 고용창출 등 경제적 효과가 기대되지만 MBC 노조가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파업하고 있다”며 전면 파업의 선봉에 선 MBC 노조를 ‘불법파업으로 고발하겠다’며 서명운동에 나섰다.

이날 보수우파 진영에서 주최한 집회는 ‘언론관계법’에 초점을 맞췄다.

“언론관계법을 대기업과 조중동을 위한 법으로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 방송사가 50%에 육박하는 독점을 하고 있느냐” “진정한 발전을 위한다면 이제라도 대승적 차원에서 언론관계법 개정에 찬성하라” 등 언론 노조를 향한 성토가 이어졌다.

특히 MBC에 대해서는 “지난해 광우병 촛불 선동에 이어 또다시 여론을 왜곡하고 편파방송에 나섰다”는 질타와 비판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정부여당에 대해서도 “자신들이 제대로 못한 일을 우리에게 떠맡긴 격이 됐다” “일년동안 끌려다녔으면 이제라도 제대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상훈 전 국방장관은 “이 추위에 우리가 왜 거리에 나섰느냐. 그토록 지지해줬는데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 정부여당때문이 아니냐”며 “언론노조와 MBC노조가 언론관계법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가만있을 순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이 전 장관은 “MBC를 그대로 놔 둔 정부나 170여석의 의석을 국민이 줬지만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각성해야 된다"면서 “제2 연평해전, 북핵, 광우병 촛불집회 때마다 MBC는 ‘우리 국군이 잘못했고 북한은 자위적 차언에서 핵을 개발했으며 미국소를 먹으면 죽는다’는 식으로 대한민국에 반하는 방송을 해왔다. 노조가 주인인 MBC는 사실상 빨갱이 짓을 해왔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또 그는 북한에 대해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싸움을 잘 하는 게 아닌데 부잣집 애를 계속 괴롭히는 깡패가 하나 있었다. 부잣집 아이가 돈을 주기 시작하니 맛을 들여 계속 괴롭혔었는데 지금 북한이 그 격”이라며 “햇볕정책이나 남북정상회담을 했어도 북한은 변하지 않았다”고 현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을 강조했다.

선진화시민행동 서경석 상임대표는 “언론관계법은 반드시 통과되어야 하는 법”이라며 “미디어 환경이 바뀌어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는 시대에 한국이 미디어 강국이 되려면 지금 밖에 시간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상임대표는 “여론 독과점의 폐해를 우리는 이미 촛불집회를 보면서 경험하지 않았나”며 “방송 장악 음모라는 주장은 구시대적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철밥통을 지키려는 집단 이기주의와 정치적 논리로 개정안의 핵심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신문 방송 겸영은 세계적인 추세인 만큼, 더 이상 우리나라도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에 안주하면 안 된다”며 “공영성과 독립성은 공영방송법을 만들어 지킬 수 있다. ‘코드방송’을 원하는 야당이나 기득권을 지키고자 하는 MBC의 부도덕성을 이제 참을 수 없는 수준이 됐다”고 거듭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평균연봉 1억원이 넘는 MBC가 자신들의 철밥통을 지키기 위해 거짓말 시리즈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면서 “민주당은 의회 민주주의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하고 김형오 국회의장은 야당과 대화 및 설득에 최선을 다하되 끝내 합의되지 않을 경우 당당하게 직권상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관계법 찬반 물리적 충돌…떼놓기에 ‘급급’한 경찰

언론관계법에 대한 입장이 첨예한 만큼, 이날 집회 현장에서는 찬반측의 고성과 몸싸움 등 물리적 충돌이 이어졌다.

보수우파 단체의 집회가 시작됐다는 ‘급보’에 달려온 촛불 네티즌 200여명이 언론관계법 찬성 집회 현장 부근에서 맞불집회를 연 것. 4500여명(경찰측 추산, 주최측 추산 1만명)이 모인 보수우파의 집회에 대한 반발은 적극적이었다. 집회 시작과 동시에 “우” 야유를 보내는가 하면 발언이 이어질 때마다 트럼펫 등 악기를 연주하며 맞섰다.

흥분한 몇몇은 고엽제 전우회 등의 차량을 향해 비난하거나 군복을 입은 노인층에게 “부끄럽지도 않느냐” “나도 군대 갔다왔지만 그렇게는 안 산다” “이 나라를 이 꼴로 만들었으면 곱게 늙어라” 등 막말과 욕설이 쏟아내기도 했다. 촛불 네티즌측에서 오물과 빈 물병을 던져 시작된 양측의 몸싸움은 산발적으로 계속됐다.

국회 앞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양측은 서로에 대한 적의를 나타냈다. “니들이 좋아하는 일본으로 가라” “매국노 앞잡이나 하라”(촛불 네티즌) “무조건 반대만 하는 게 좌파지, 별게 좌파냐” “MBC의 왜곡에 속은 것”(보수우파 집회 참가자) 등 삿대질과 고성을 주고 받았고, 이내 얻치락뒤치락하는 육탄전도 벌어졌다. “빨갱이” “좌파”라는 말에 격분한 일부 촛불 네티즌들은 “나도 대한민국에서 몇십년을 살았다” “독재를 옹호하는 당신들이야말로 좌파”라며 보수우파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을 향해 돌진했고, 이 과정에서 멱살을 잡고 주먹질을 하는 등 물리적 충돌이 일었다.

일부 여성 네티즌은 “어디다 대고 좌파(처럼) 생겼다고 하느냐”고 얼굴에 정면으로 에프킬라를 분사하는가 하면 각목을 휘두르고 자갈을 던지며 “경찰이 저들만 보호해주고 우리를 방치했다. 우리야 말로 저들에게 맞은 피해자”라고 격분했다.

경찰은 병력을 투입해 양측을 분리시켰으나 30여분 이상 물리적 충돌이 이어졌다. 경찰 병력이 투입되기 전 한 자리에 있던 찬반 양측의 신경전은 이미 몸싸움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해산 과정에서도 양측의 퇴로를 분리하지 않아 충돌을 계속됐다. 경찰은 곳곳에서 벌어지는 충돌을 갈라놓는 데 급급했고, 각목을 휘두르고 저돌적인 몸싸움을 벌인 몇몇 네티즌에 대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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