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 국가' 후폭풍…MB도 '한덕수 복귀' 외쳤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입력 2025.03.17 15:29
수정 2025.03.17 17:07

MB "감사원장 탄핵 기각했는데, 한 총리 안 해줄 이유 뭐냐"

"외교·경제 공백 메워야"…국민의힘, 헌재·민주당 압박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이명박 재단 사무실에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만나 환담을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 ⓒ연합뉴스


"한덕수 총리 문제는 긴급하니 먼저 판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헌법재판소와 여야 정치권을 향해 윤석열 대통령보다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결론을 먼저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 주무 부서인 에너지부(DOE)가 지난 1월 한국을 '민감 국가'(Sensitive Country)로 지정한 것에 대한 우려 표명이기도 하다.


한덕수 총리는 이명박 정부에서 주미대사를 지낸 이력이 있다. 두 차례 총리를 지내며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과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노무현 정부에서 한·미 FTA 체결지원장 등을 지내며 우리나라 대표적인 통상전문가로 활약해 왔다.


탄핵 정국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시대 대응 등 국가 경제·외교·안보 정책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는 경고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민감 국가' 지정 문제는 이러한 경고 속에서 나온 시한폭탄과 다를 바 없는데, 윤석열 대통령 부재 속 대한민국의 리더십 공백을 '대행의 대행'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메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이명박재단을 찾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에게 "트럼프 정권 이후 환경이 바뀌고 안보·외교·경제가 흔들린다"며 "여야가 협조해서 한덕수 총리라도 빨리 (탄핵심판) 결론을 내서 되돌려보내 줘야 한다. 지금 (최상목) 대통령·총리 권한대행을 세계 어떤 나라도 상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안 의원이 "그래서 민감국가도 지정된 것 같다"고 하자, 이 전 대통령은 "(헌재가)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안)을 (기각)했는데 한 총리를 안 해줄 이유가 없지 않느냐"라며 "주미대사를 오래 하는 등 한미 관계 대응 경험이 있는 한 총리까지 (탄핵으로) 묶여 있는데 이는 여당과 야당의 공동 책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19일 서울 헌법재판소에 진행된 탄핵심판 처음이자 마지막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재는 지난 13일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안을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헌재가 종결된 사건부터 선고하는 '선입선출'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달 19일 진행한 한 총리 변론은 이창수 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 변론보다 닷새 먼저 종결됐는데, 검사 3명 탄핵심판이 먼저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도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론을 빨리 내기 어렵다면 한 총리부터 복귀시켜 그나마 안정적인 '대통령 대행체제'라도 만들어 외교는 물론 경제·안보 문제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조계에선 한 총리 탄핵 사건은 윤 대통령 사건에 비해 쟁점이 단순하고 국회측이 제시한 탄핵 사유도 부실해, 한 총리 복귀를 유력하게 전망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민감국가 지정' 문제에 대해 "급한 불부터 끄는 방법은 먼저 헌재가 한 총리의 탄핵심판 사건을 하루빨리 기각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북·중·러를 적대시했다는, 미국과 서방세계가 경악할만한 사유를 들어 윤 대통령을 탄핵하고 곧이어 주미대사 출신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탄핵했다. 국방장관의 공석도 이어졌다"며 "권한대행의 대행인 최상목마저 탄핵하겠다는 협박도 허구한 날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거대야당의 탄핵 폭주로 인해 우리 정부 인사는 언제 어디서 누가 직무정지를 당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이런 대혼돈 속에서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들은 대한민국 누구와 함께 민감한 문제를 다뤄야 할지 가늠이나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한 총리는 권한대행으로 돌아와 당장 국방장관부터 임명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국민 앞에서 더 이상의 탄핵 발의가 없다고 천명해야 한다"고 했다.


판사 출신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미국 전문가들은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으로 한국의 정치적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고, '친중·반일 정서에 기반한 더불어민주당의 정책은 한미관계에 긴장을 불러올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고 썼다.


그는 "이런 사정에는 눈 감은 채, 대뜸 오직 여당과 정부 탓만 하는 이재명 대표의 발언은 뿌리는 보지 못한 채 잎사귀만 보고 비판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민감국가 지정 문제에 대해 "완벽한 외교 참사이자 정부의 실패"라며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대한민국을 정상 국가로 신속하게 되돌리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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