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의 불' MG손보 노조, 이제와 매각 협조?…'어불성설' 비판

황현욱 기자 (wook@dailian.co.kr)
입력 2025.03.17 14:28
수정 2025.03.17 15:45

메리츠화재 우협 포기…정부 경고장 날려

"예보·산은 인수" 주장도…혈세 낭비 지적

과거와 시장 달라…"PEF 인수 도전 미진할 것"

17일 오전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MG손해보험 노조는 'MG손해보험 정상 매각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데일리안 황현욱 기자

메리츠화재의 매각작업 진행을 방해해 포기로 내몰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MG손해보험 노동조합이 뒤늦게 절차에 협조 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시장에 청·파산 먹구름이 드리워지자 돌연 몽니를 거둬들였지만 보험업계의 시선은 차갑게 식었다.


17일 오전 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MG손해보험 노조는 예금보험공사(예보) 앞에서 'MG손해보험 정상 매각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13일 메리츠화재는 예보로부터 MG손보 매각과 관련해 보험계약을 포함한 자산부채이전(P&A) 거래의 우선협상대상자(우협)로 선정됐지만 우협 지위를 반납하기로 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12월 9일 MG손보 인수 우협로 선정됐으나, MG손보 노조는 '자료 유출 우려'와 '고용 승계' 등을 내세우며 석달간 메리츠화재의 인수 전 실사 진행을 막아왔다.


매각이 무산될 경우 보험가입자들의 막대한 피해가 우려 된다는 여론이 들끓었지만 노조의 방해는 계속됐다. 수개월동안 인수 절차의 첫단추 조차 끼우지 못한 메리츠화재가 최근 인수 포기를 선언하자 노조가 돌연 입장을 바꿔 적극 협조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13일 메리츠화재의 MG손보 인수 포기 선언 후 "정부는 이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이번 사안에 대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예보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경고장을 날린 바 있다.


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MG손보가 매각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노력했지만 모든 책임을 노조 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금융당국은 MG손보를 정상화시킬 수 있음에도 구체적인 방법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대상선을 산업은행이 인수해서 HMM으로 탈바꿈했고, 예보는 서울보증보험을 인수해 지난주 상장하는 등 국고 손실 없이 다시 회수하고 있다"며 "MG손보를 예보 및 산업은행에서 인수 해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17일 오전 김동진 사무금융노조 손해보험업종본부장이 MG손보의 정상적인 매각을 촉구하고 있다. ⓒ데일리안 황현욱 기자

김동진 사무금융노조 손해보험업종본부장도 "금융당국이 강행한 (메리츠화재와의) 수의계약은 애초에 성립할 수 없다"며 "금융위는 시장의 혼란을 잠재우고 보험의 신뢰회복을 위해 MG손보의 정상적인 매각을 선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정상적인 매각을 진행한다면 사무금융노조와 MG손보 노조는 125만 보험계약자를 보호하고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열어놓고 협력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배영진 MG손보 노조 지부장도 "우리 노조는 MG손보를 정상 매각하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금융당국과 소비자, 시장의 흐름 속에서 맡기겠다"며 "예보와 금융위에 적극적 협조·협력해 MG손보를 반드시 정상 매각 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보험업계는 이같은 MG손보의 입장 선회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고용승계만을 주장하며 몽니만 부리다가 이제와서 정상매각을 위해 협조 한다는 노조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그들의 강력한 반발에 우협 대상자 마저 포기한 상황에서 어떤 보험사가 인수전에 참여할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MG손보는 현재 대주주가 사모펀드(PEF)이고 메리츠화재가 인수전에 참여하기 전까지 PEF들이 인수에 참전해왔다"며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가 발생한 만큼 과거처럼 MG손보 인수전에 PEF들이 적극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MG손보의 대주주는 보통주 지분 95.55%를 보유한 제이씨어슈어런스제1호 유한회사다. 제이씨어슈어런스제1호 유한회사의 운용사는 JC파트너스다.


JC파트너스가 사실상 MG손보의 대주주이지만, MG손보가 2022년 4월 금융위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현재 금융당국의 관리를 받고 있다.


현재는 예보가 금융위의 위탁을 받아 공개매각 입찰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홈플러스가 법정관리 절차를 밟으면서 MBK파트너스를 비롯한 PEF들이 시장의 신뢰를 잃은 점도 매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MG손보의 예보 및 산은 인수 요청에 대해서 금융권 역시 차가운 시선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MG손보는 그린손해보험 시절부터 경영 악화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예보나 산은에서 인수를 선언한다면 혈세투입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현욱 기자 (w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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