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5·결산] 화려한 하드웨어 없었다...전시 풍경 바꿔놓은 AI

민단비 기자 (sweetrain@dailian.co.kr)
입력 2025.01.13 14:00
수정 2025.01.13 14:45

4500여개 기업 참가, 14만1000명 방문

삼성·LG AI 가전 경쟁...AI 가사로봇 대결도 눈길

소프트웨어 중심 전시, 중국 카피 우려 때문 분석도

젠슨 황 기조연설로 행사 달궈...최태원과 만남도

CES 2025가 열린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 웨스트 홀 앞. ⓒ데일리안 민단비 기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가 10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올해는 화려한 하드웨어보다는 일상생활에 접목한 AI 기술이 전시의 주를 이뤘다. 휴머노이드처럼 시선을 확 끄는 혁신기술은 없었으나 AI가 우리 삶에 녹아든 모습을 선명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다.


13일 CES 주관사인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에 따르면 올해 CES에는 1400여개 스타트업을 포함한 전 세계 4500여개 기업이 참가했다. 참가국 기준으로 미국이 1500여개로 가장 많았고, 그 뒤로 중국(1300여개), 한국(1000여개)이 뒤를 이었다.


관람객 수는 14만1000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13만5000명보다 약 5% 늘었다. 다만 작년 방문객 수가 전년 대비 17%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한 자릿수 증가에 그쳤다.


올해 CES에서는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혁신기술은 보이지 않았다. 소프트웨어인 AI(인공지능) 기술이 전시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참가 기업들은 자체 개발한 AI 기술을 가전, 자동차, 로봇 등 기성품에 탑재해 소개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6일(현지시간) 진행된 'CES 2025 삼성 프레스 콘퍼런스'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가전 분야에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AI 가전을 앞다퉈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냉장고에 넣고 빼는 식재료를 내부 카메라가 자동 인식해 이미지 기반 식품 목록을 만들어주는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퇴근 전 알아서 바닥 청소와 물걸레 청소까지 대신 해주는 '비스포크 AI 스팀' 등을 전시했다.


가전에 탑재된 AI 음성비서 ‘빅스비’도 업그레이드 했다. 자연스럽고 연속적인 대화가 가능해졌고, 한 문장의 명령어로 여러 기기를 한 번에 제어한다. 가족 구성원 목소리를 인식해 개인별 일정 알려주기도 한다. 냉장고 속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재료를 파악하고 음식 레시피도 제안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 TV에 탑재되는 '비전 AI 컴패니언'도 공개했다. 여행지를 제안해달라고 요청하면 맛집, 여행 일정, 미술작품을 추천하는 등 이용자 요청을 시각화해 보여준다.


LG전자는 가족 구성원 목소리를 식별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136형 차세대 ‘LG 마이크로 LED’, 투명 올레드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문을 열지 않고도 보관 중인 식품의 종류와 양을 확인하는 기술을 한층 업그레이드한 ‘스마트 인스타뷰 냉장고’ 등을 전시했다.


LG전자는 모빌리티 솔루션으로는 ‘인케빈 센싱(운전자 및 차량 내부 공간 감지)’을 선보였다. 비전 AI 기술과 카메라·센서로 수집한 차량 내 정보로 운전자 졸음 감지, 실시간 심박수 측정, 안전벨트 착용 인식 등이 가능해 교통사고 예방에 도움을 준다.


삼성전자 전장(자동차 전자장치) 계열사 하만은 핸즈프리 아바타 ‘루나’를 선보였다. 루나는 운전자와 탑승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기술과 결합돼 한층 안전하고 편안한 탑승 경험을 제공한다. 운전자의 스트레스가 감지되면 루나가 커피숍으로 갈 것인지 묻고 최적화된 경로를 안내하는 식이다.


조주완 LG전자 CEO(최고경영자)가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LG 월드 프리미어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민단비 기자

로봇 분야에선 ‘AI 컴패니언(동반자)’이 트렌드였다. 대기업 중에선 중국 가전업체 TCL가 유일하게 AI 컴패니언을 전시했다. 이름은 ‘에이미’로 유모차 탄 인형같은 모습으로 자유롭게 움직였고, 대화를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제시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6일(현지시간) CES 개막 전 행사에서 각각 ‘볼리’와 ‘Q9(가칭)’을 공개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볼리 출시 일정을 밝히면서 청중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이후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볼리를 올해 5~6월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 Q9는 연내 출시된다. 이외에 AI 컴패니언을 주력으로 내세운 스타트업도 적지 않았다.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소프트웨어 위주로 공개하며 이번 전시에 힘을 뺀 것은 중국의 카피(배끼기)를 피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하만 등 삼성 계열사들은 모두 프라이빗 부스를 꾸려 신기술을 전시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CES 기간 가장 뜨거운 이벤트는 단연 젠슨 황 엔비디아 설립자 겸 CEO의 기조연설이었다. 지난 6일(현지시간) 1만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강연장 앞에는 그를 보려는 그 이상의 인파가 시작 2시간 전부터 장사진을 이뤘다. 황 CEO는 이날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지포스 ‘RTX 50’ 시리즈와 로봇·자율주행 AI 개발 플랫폼 ‘코스모스’ 출시 소식을 알렸다.


이번 CES에 방문한 한국기업 총수는 최태원 SK 회장,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 등이다. 특히 최 회장은 젠슨 황 CEO와 만남을 가지기도 했다. 최 회장은 황 CEO와의 미팅이 HBM의 공급 규모 등을 확인하는 정도의 자리였다고 전했다.


최태원 SK 회장이 'CES 2025' 삼성전자 부스 입구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과 부스 투어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데일리안 민단비 기자

민단비 기자 (sweetra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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