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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의대증원 ‘원점 재검토’?…국민 위해 꼭 필요하다던 2000명 어디로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입력 2025.01.13 18:00
수정 2025.01.13 19:03

국민 피로도 증가·비상계엄

조기대선·내년 지선 등 영향

이주호(오른쪽)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계와 의학교육계에 드리는 말씀' 브리핑에 앞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 건강권 보장을 위해 의대증원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해 온 정부가 갑자기 입장을 바꾼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증원 규모를 원점 재검토(제로베이스)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전공의 복귀를 위해 수련과 병역 특례를 제공한 것에 이어 2026학년도 의대증원과 관련 특정한 숫자 염두 없이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공의 복귀를 위해 여러 차례 유화책을 내놓은 것보다도 한층 더 자세를 낮춘 것이다.


정부가 의대증원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의료 취약 지역의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2000명의 의사 증원이 꼭 필요하다고 정부는 주장해 왔다.


여기서 2000명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오랜 시간 논의한 끝에 내린 정책 결정이라고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렇게 늘어나야 할 의사 인원을 필수인력으로 산출했다. 의대증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의료체계가 붕괴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국민에게 증원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줄곧 호소해왔다.


의료계의 지속적인 반대에 그간 정부가 원점 재검토를 아예 언급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다만 원점 재검토가 가능했던 건 의료계가 협의체 참여나 정부와 대화의 응할 때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의견을 개진했을 경우에 한정됐다.


하지만 이번 원점 재검토는 그동안 정부가 밝혀왔던 입장들과 너무 상반되는 내용이다 보니 비판이 적지 않다. 특히 그간 정부가 호소하던 필요성과 당위성이 의심 받을 수 있다는 기류가 지배적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부가 자꾸만 흔들리면서 계속 후퇴만 하느냐의 비판은 감수하겠다”며 거세질 여론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현재 이렇게 정부가 돌연 입장을 전환한 것에 있어 여러 가지 원인이 제기된다.


먼저 국민 피로도 증가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 발표한 ‘보건의료 개혁 정책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의정갈등으로 스트레스나 피로감을 느끼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70%가 스트레스나 피로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의정갈등 장기화에 대해 전체 응답자 45.4%는 ‘갈등과 문제가 있으므로 의료 개혁안을 수정하거나 추진을 보류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의 정책 동력과 방향성 상실도 의대증원 추진에 제동을 건 것으로 분석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후 국정 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포고령 내용 중 ‘전공의 처단’과 관련된 내용이 있었던 만큼 의료계와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최근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에 참여하던 대한병원협회(병협)와 대한중소병원협회(중소병협), 국립대학병원협회는 참여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또 다른 이유로 꼽히는 건 여당의 압박이다. 올해 치러질지도 모르는 조기대선과 내년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국민 피로도 누적과 비상계엄 여파로 정부와 여당 측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완만한 입장 철회를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정부가 기존 입장을 변경해 의대증원 규모를 원점에서 재검토한다고 하더라도 의료계의 신뢰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의료계에 그동안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추진해 왔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정부와 여당이 협의체 재개 등 의정갈등 해법을 모색하겠다고 노력하고 있는데, 현재 탄핵 정국이나 선거나 앞두고 일부 정치적 판단도 들어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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