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넘어 모빌리티·로봇까지…삼성전기·LG이노텍, '1조 클럽' 재노크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5.01.10 11:06
수정 2025.01.10 11:06

삼성전기·LG이노텍, IT 산업 부진에 지난해 '1조 클럽' 고배

모바일 신규·교체 수요 외 모빌리티·AI/서버 성과 기대

삼성전기 장덕현 사장이 CES2025에서 미디어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삼성전기

전자부품업계 양대산맥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경기침체 우려 파고를 넘고 올해 실적 우상향 곡선을 그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양사는 나란히 모빌리티, AI(인공지능)/서버, 로봇 등 신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본업 외 신사업 시너지 효과로 3년 만에 '1조 클럽'에 재입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 클럽' 달성이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 추정 삼성전기 예상 영업이익은 7677억원이며 LG이노텍은 7665억원이다. 2021~2022년 2년 연속 1조원을 넘어섰던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4분기 실적이 저조한 데 기인한다. 삼성전기의 경우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15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4% 늘어난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일부 증권사에서는 비수기 영향과 IT 업황 부진으로 실제 영업이익은 이를 크게 하회할 것으로 예상한다.


LG이노텍 4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3084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견줘 36.2%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일각에서는 카메라모듈 공급망 내 경쟁 격화, 반도체 기판 및 전장부품 수요 둔화로 3000억원마저 밑돌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올 한해도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저성장이 새로운 경제의 뉴 노멀이 될 정도로 글로벌 경제 상황은 힘겨움이 예상된다"고 말했을 정도다.


특히 주 응용처를 중심으로 성장 둔화가 점쳐진다. 양사 매출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모바일 시장이 대표적이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올해 12억1000만대, 내년 12억5000만대로 성장세가 3.7%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삼성이 글로벌 경제 불황 심화 등으로 올해 선보일 갤럭시 신제품 생산 규모를 축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삼성이 올해 스마트폰 생산량을 작년 목표치였던 2억5000만대 보다 2000만대 축소한 2억3000만대로 책정했다는 주장이다.


PC 교체 수요도 올해 5.0% 내외 성장이 점쳐진다. 주요 IT업체에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카메라 모듈, 반도체 패키지 기판 등을 공급하는 국내 전자부품업체로서는 부담이다.


삼성전기, LG이노텍은 모바일향 제품 대응은 유연하게 대응하되 모빌리티, AI/서버 등 성장세가 뚜렷한 사업 역량은 확대하는 등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 전장용 하이브리드 렌즈ⓒ삼성전기
배터리부터 휴머노이드까지…신사업 포트폴리오 힘주는 삼성전기

각 회사가 집중할 사업은 올해 열린 CES에서 살펴볼 수 있다. 장덕현 사장은 CES 기간 삼성전기의 신사업 프로젝트를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소형 전고체 전지 ▲실리콘 캐패시터 ▲전장 카메라용 하이브리드 렌즈 ▲글라스(Glass)기판 ▲고체산화물 수전해전지(SOEC) ▲휴머노이드로 대표되는 이들 제품군은 모빌리티, 로봇, AI/서버, 에너지 산업을 정조준한 것으로, 불황에 흔들리지 않는 사업 체질 구축에 방점을 두고 있다.


가시권에 들어온 제품군은 실리콘 캐패시터, 하이브리드 렌즈다. 실리콘 캐패시터는 실리콘 웨이퍼를 활용해 만들어지는 캐패시터로 반도체 패키지의 두께를 슬림하게 설계할 수 있고, 고성능 시스템 반도체에 가까이 위치할 수 있어 고속 데이터 전송에 유리하다. 삼성전기는 올해 고성능 반도체 패키지용과 AI서버용 실리콘 캐패시터를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장 사장은 “1~2년 내로 1000억원 이상의 의미 있는 매출을 내보고 싶다”고 했다.


플라스틱과 유리 렌즈의 장점을 결합한 전장 카메라용 하이브리드 렌즈도 강조했다. 하이브리드 렌즈는 고온, 흠집 등에 의한 변형에 강하고, 생산 효율성이 높으며 카메라의 소형화, 경량화에도 유리하다. 올해부터 삼성전기는 하이브리드 렌즈를 대량생산할 예정이다.


전고체 전지의 경우 연내 양산 설비를 투자해 시제품을 공급하고 내년 이후 적용 제품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밖에 차세대 플랫폼인 휴머노이드 분야 대응을 위해 광학설계, 정밀가공, 구동제어 기술을 활용한 신기술도 개발중이다.


LG이노텍이 CES 2025에서 선보인 차량 조명 모듈 ‘넥슬라이드(Nexlide)’.ⓒLG이노텍
LG이노텍, 모빌리티·AI∙반도체 드라이브…높은 모바일 의존도 낮추기

삼성전기가 올해 CES에서 신제품 소개 및 로드맵에 방점을 뒀다면, LG이노텍은 차량 센싱, 통신, 조명 부품 등 모빌리티 핵심 제품에 집중했다.


차량 센싱에서는 500만 화소급 RGB-IR(Infrared, 적외선) 겸용 센서를 장착한 고해상도 카메라 모듈 '고성능 인캐빈(In-Cabin) 카메라 모듈'이 대표적이다. 초소형 카메라 모듈 하나로 보조석 및 2열 탑승자의 안전벨트 착용 여부까지 모니터링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문혁수 대표는 "2030년까지 차량 센싱 솔루션 사업 규모를 2조 이상으로 키울 것"이라고 했다.


무선통신 원천기술이 적용된 차량 통신 부품인 ‘5G-V2X 통신 모듈’, UWB 레이더(Radar) 기술이 결합된 ‘차세대 디지털키 솔루션’, ‘차량용 AP 모듈’도 나란히 공개했다. 차량용 AP 모듈은 ADAS, 디지털 콕핏과 같은 자동차 전자 시스템을 통합 제어하는 차량용 반도체 부품이다. 컴퓨터의 CPU(중앙처리장치)처럼 차량의 두뇌 역할을 담당한다.


차별화된 차량 조명 기술을 강점으로 하는 신제품 ‘넥슬라이드 비전(Vision)’도 전면에 내세웠다. 넥슬라이드 비전은 차량 조명으로 다양한 텍스트와 애니메이션 효과를 구현하는 기존 픽셀 라이팅(Pixel Lighting)에 스마트 필름 기술을 결합한 제품으로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


LG이노텍이 모빌리티에 유달리 집중하는 것은 매출 대다수를 차지하는 모바일향 비중을 덜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애플에 대한 LG이노텍의 의존도는 70%대인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이밖에도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이하 FC-BGA) 등 AI∙반도체 신사업 육성에도 나선다. 문 대표는 신년사를 통해 전자부품을 넘어 모빌리티, 로봇까지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밝혀, 조만간 로봇도 새로운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CES 2025 LG이노텍 인캐빈 카메라 모듈 직원 시연ⓒLG이노텍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힘을 주고 있는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모바일, 차량, 서버 등 본업 성과에 더해 신사업에도 시너지를 내 올해 '1조 클럽'을 재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증권가가 예상하는 올해 평균 영업이익 추정치는 삼성전기 9418억원, LG이노텍 7875억원이다. 교보증권은 IT 교체 주기와 AI 투자 지속, 로봇 산업 성장을 삼성전기 호재로 전망했고 신한투자증권은 AI 수요 개선, 전장·기판 등 고부가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등을 LG이노텍 기대 요인으로 짚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