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vs 한투증권, 리딩 증권사 타이틀 경쟁…글로벌 영토 확장 박차
입력 2025.01.06 07:00
수정 2025.01.06 07:00
자본 격차 6000억 내외…사업 확장 여력 비등
한투證, 운영자금 해외사업 투자에 경쟁 격화
업황 우려 여전…글로벌 수익 기반 확대 주효
미래에셋증권이 거머 쥔 리딩 증권사 지위에 한국투자증권이 도전장을 내밀며 새해 1위 타이틀 경쟁이 한층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사는 나란히 해외사업 확장을 타사와 격차를 낼 차별화된 전략으로 강조하고 나서 글로벌 시장 경쟁에 이목이 향한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투자증권은 모(母)회사 지원으로 자본을 확충해 자기자본이 사실상 9조원을 넘어 미래에셋증권과 체급 차를 줄였다. 미래에셋증권은 작년 3분기 말 별도기준 자기자본 9조7909억원으로 같은 기간 한국투자증권(8조8719억원)을 9190억원 앞서 있다.
한국금융지주는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어 한국투자증권에 3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승인했다. 유상증자는 한국투자증권이 주당 5000만원에 신주 6000주를 발행하고 한국금융지주가 이를 전량 취득하는 방식이다.
신주 배정 기준일은 지난달 26일이고 30일 납입이 완료됐다. 이에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현재 9조1719억원으로 추정돼 미래에셋증권을 턱 밑까지 따라잡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자본확충으로 인해 발행어음 한도까지 늘릴 수 있게 됐다. 회사는 확보한 운영자금을 미래에셋증권이 공들인 해외사업과 퇴직연금 시장 경쟁력 강화에 쓸 방침이라 양사 간 경쟁은 불가피해졌단 관측이다.
특히 양사가 올해 나란히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하겠단 목표를 설정한 만큼 해외시장 확장 경쟁은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미섭·허선호 미래에셋증권 각자 대표이사는 연초 신년사에서 글로벌 자산관리(WM)부문과 연금을 중심으로 회사의 수익 창출 역량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는 글로벌 IB와 견줄 수 있게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한편 해외시장에서 좋은 상품과 딜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해외법인 규모는 글로벌 진출을 먼저 한 미래에셋증권이 앞서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해외지점수는 16곳으로 업계 1위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해외지점수 27곳까지 합하면 국내에선 견줄 상대가 없다.
한국투자증권은 11곳으로 미래에셋증권에 이은 후순위다. 두 증권사의 해외지점수는 국내 증권사 전체 해외지점수(64곳)의 3분의 1을 상회한다.
업계는 올해를 양사 간 해외영토 확장 경쟁이 본격화 될 원년으로 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작년 해외시장에서 거둔 성과를 발판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국내 증권사 최초로 인도 현지 증권사 쉐어칸(Sharekhan) 인수를 완료했다. 이는 인도 자본시장 진출 6년 만에 성과다. 인도법인은 리테일 고객 계좌수 200만 개를 넘어서며 현지 9위 온라인 증권사에 오른 상황에서 경쟁사를 인수하며 퀀텀점프(비약적 도약) 기대감을 키웠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세계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중 하나인 칼라일 그룹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등 글로벌 네크워크 구축의 밑그림을 그려 놓았다. 칼라일이 조성하는 펀드에 3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하는 한편 칼라일이 만든 해외 크레딧(Credit·신용) 관련 상품을 연간 약 40억 달러 규모로 국내에서 단독 판매하기로 합의했다.
업계는 올해도 국내 자본시장을 둘러싼 대내외적 여건이 좋지 않은 만큼 해외사업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춘 증권사의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사업에 뛰어들기 위해선 자본여력이 갖춰져 있어야 하는 만큼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 일부 대형사들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증권사들이 선진국 시장에 새로운 관심을 두며 사업 모델도 국내 고객 대상 해외자산 투자 발굴 및 중개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며 “국내 증권사의 해외진출은 수익 기반 확대와 더불어 국내 가계의 투자 다변화 및 자산 증식과도 연계되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