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자전지株, 점유율 하락·트럼프 리스크에 신음…“내년도 불투명”
입력 2024.12.19 07:00
수정 2024.12.19 07:00
KRX 2차전지 지수, 이달 들어 2.6%↓
전기차 캐즘 등 전방 사업 둔화 악영향
IRA 보조금 폐지 등 정책 불확실성 확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점유율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2차전지주들이 약세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새로 집권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전기차 지원을 축소하는 방안 등 논의 중이라는 소식에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인 18일 기준 국내 주요 2차전지 기업들로 구성된 ‘KRX 2차전지 TOP 10지수’는 3154.54로 이달 들어 85.01포인트(2.62%) 하락했다. 지난 10월(-9.27%)과 11월(-14.23%)에 이어 3개월째 내림세다.
지수를 구성하는 개별 종목들도 연일 약세다. 에코프로비엠의 경우 이달에만 11.04% 하락했으며 포스코퓨처엠(-10.27%), 에코프로(-11.04%), 에코프로머티(-9.76%), 포스코홀딩스(-4.96%) 등도 떨어졌다.
이렇게 2차전지 관련주들의 주가가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은 전방산업인 전기차의 캐즘(chasm) 등 업황 둔화가 이어지고 있는 동시에 국내 기업의 점유율마저도 감소세를 기록하면서 실적 우려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공장 가동률은 일제히 하락세를 기록했다.
각 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 3분기 누적기준 가동률은 전년 동기 대비 9.5%포인트(p) 하락한 59.8%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삼성SDI는 68.0%, SK온은 46.2%를 나타내며 작년 대비 각각 9.0%포인트, 48.7%포인트 급감했다.
2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 기업들도 수요 감소에 실적이 직격탄을 맞았다. 에코프로비엠은 3분기 적자로 전환하며 영업손실이 412억원을 기록했다. 포스코퓨처엠도 에너지 소재 부문(양·음극재)이 적자로 전환하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2% 감소한 14억원에 그쳤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있는 점도 2차전지 업계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소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전기차에 대한 지원을 대폭 축소하고 배터리 소재에 대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방안의 골자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한 최대 7500달러(약 1079만원) 규모의 보조금(소비자 세금 공제)을 폐지하는 것과 모든 배터리 소재에 관세를 부과하고 동맹국들과는 개별적인 협상을 통해 면제하는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중국산 저가 배터리에 밀려 경쟁력을 상실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과 탄소 규제가 없다면 미국 전기차 시장 성장성이 둔화될 수 있고 차별적인 보조금이 사라지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저렴한 중국 배터리 공급망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2차전지 업종은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은 미국 등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고성장과 국내 기업의 높은 점유율에 대한 기대감에 의지하고 있다며 관련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보수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발(發) 불확실성으로 국내 2차전지 업종의 주가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양극재 기업들은 리튬 가격이 하락하는 사이클 동안 중국과 한국 업체 간 제품 가격 격차가 확대되는 등 내년에도 추세적 하락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