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속 노정관계 악화…동력 상실한 노동개혁 [길잃은 방향타]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입력 2024.12.18 17:00
수정 2024.12.18 19:26

민노총, 무기한 파업·한노총, 사회적대화 전면 중단

계속고용 로드맵 마련·노동약지원법 제정 등 중단 위기

계속고용 대국민 토론회 연기…노사정 대타협 미지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단체 회원들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민의힘 해체를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여파로 정부가 추진해 오던 노동개혁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국정 운영을 주도할 콘트롤타워 부재로 정책 추진 동력을 잃게 된 것과 함께 노사정이 합의 중인 사안들 역시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현재 탄핵소추안 가결로 노동계가 당분간 투쟁 강도를 낮출 것으로 보이나, 노조 및 시민사회 반발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등 실질적인 추진에 있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18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오는 19일 중앙집행위원회(중집)를 열어 총파업을 중단할지 여부를 논의한다.


앞서 민주노총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총파업을 결의했다. 이들은 “이 땅의 모든 국민과 민중들은 이번 계엄을 계기로 윤석열의 종말을 선언할 것”이라며 “자기 권력의 위기 앞에서 계엄이라는 비상식적이고 반민주적인 조치를 통해 자신의 반민주적 독재를 자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노동계는 노사정 사회적 대화도 중단했다. 근로시간 개편이나 정년연장 논의 등 산적한 노동현안에도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그간 노사정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계속고용에 대한 사회적 대화를 추진해왔다. 고용노동부는 연내 계속고용 로드맵을 마련하기 위해 노사정 합의문이나 공익위원 권고문 등을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경사노위 및 노동계 대표로 참여하는 정부 위원회 등에 불참하기로 했다. 노사정 사회적 대화가 사실상 올스톱 수순을 밟았다.


한국노총은 회견문에서 “윤석열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윤 정부를 사회적 대화 상대로도 인정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의 사회적 대화 참여 중단으로 경사노위는 12일 개최 예정이었던 계속고용 및 정년연장 관련 대국민 토론회를 내년 1월로 잠정 연기했다.


올해 들어 윤 대통령이 새롭게 내세운 과제인 노동약자 지원도 안갯속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약자 지원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있는 플랫폼노동자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을 노동 약자로 규정하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 재정 사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윤 대통령은 민생토론회에서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노동약자들을 보호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노동약자들에 대한 지원체계를 전반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노동약자지원법 제정을 주문한 바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선포 이후로 국회 업무가 멈춰 입법이 무기한 중지 된 만큼 해당 법안 논의 진전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이 가운데 고용부는 국민이 불편함이 없도록 정책 추진을 흔들림 없이 견지하겠다는 방침이다.


김문수 고용부 장관은 “계속고용·노동시장 격차해소 등 미래세대를 위한 합리적 제도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 노사가 함께 사회적 대화를 다시 이어가달라”고 요청했다.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