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는 구매, 보수는 불매? 선결제 연예인 광고 리스트 공유…정치적 갈등으로 [D:이슈]
입력 2024.12.18 08:48
수정 2024.12.18 10:51
곽경택 감독, 국민의 힘 곽규택 의원과 뜻 다름 빠르게 밝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시위 참가자들을 위해 연예인들이 음식과 음료를 '선결제'한 것과 관련해 뜻하지 않은 '불매'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행동이 정치적 갈등으로 번지며, 선결제한 연예인이 광고모델로 나오는 상품의 불매운동과 이에 맞불 형식의 구매 움직임을 촉발시킨 것이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연예인의 행보가 소비로 연결되면서, 소비자 행동이 양극화되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연예인들의 선결제는 주로 국회의사당 주변 매장에서 이루어졌다. 아이유의 소속사는 13일, 추운 날씨에 시위에 참여한 팬들을 응원하기 위해 여의도 소재 매장 다섯 곳에 빵 200개, 떡 100개, 음료 200잔, 국밥 200그릇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아이유는 팬덤인 유애나를 대상으로 따뜻한 먹거리와 핫팩을 제공하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소녀시대 유리도 같은 날 팬 소통 플랫폼을 통해 당산역 인근 김밥집에 팬들을 위한 김밥을 선결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밥 먹고 배 든든히 해. 안전 조심, 건강 조심해. 다만세 잘 불러봐"라는 글을 남겼다.
박찬욱 감독 또한 국회의사당 근처 베이커리에서 당일 생산된 모든 빵을 구매해 시위 참가자들에게 나눠줬다.
뉴진스도 새롭게 개설한 SNS 계정을 통해 팬덤 버니즈를 위한 선결제를 진행했다. 뉴진스는 응원봉만 있다면 팬덤에 관계없이 누구나 수령할 수 있도록 했다. 뉴진스가 결제해둔 음식은 김밥 110인분과 음료 100잔, 삼계탕 100그릇, 온반 50그릇, 만두국 50그릇, 아메리카노 50잔, 오곡라떼 50잔, 청귤차 50잔 등이다. 연예인들의 선결제 행렬은 단순한 응원을 넘어 정치적 연대의 메시지로 해석되었다.
이 같은 연예인들의 선결제 소식이 알려지자, 보수 진영에서는 해당 연예인과 관련된 광고 제품 불매 움직임이 급속히 번졌다. 극우 성향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아이유의 앨범 및 음원은 물론 광고 모델 제품인 우리은행과 하이트진로 등 특정 기업 리스트가 공유되며 불매 운동이 시작됐다. 소녀시대 유리 역시 활동 중인 광고 제품이 언급되면서 보수 진영에서 사용하지 말자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반면, 진보 진영은 이에 맞서 빠르게 '구매 독려'에 나섰다. 불매 대상에 오른 기업 제품을 '사야 할 리스트'로 재정비해 맞불 구매 운동을 펼쳤다.
반대 사례도 등장했다. 연예인은 아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 입장을 공개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의 처가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가공업체 푸르밀이 불매 운동 대상이 되었다. 평소 윤 대통령 지지 의사를 밝혔던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의 뷰티 브랜드 역시 불매의 타깃이 되면서 대체 제품을 추천하는 움직임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확산됐다. 그러나 반대 정치성향의 네티즌들은 오히려 구매 유도 글을 올리고 있다.
영화 '소방관'의 곽경택 감독은 탄핵 투표에 불참한 동생 곽규택 감독으로 인해 논란에 휘말렸다. 한때 영화 불매 움직임이 일었지만, 곽경택 감독이 공개적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곽규택 의원과는 선을 그으며 논란은 빠르게 진화됐다.
연예인들의 선결제는 시위를 응원하는 의도로 시작됐지만, 정치적 논쟁과 소비 양극화를 불러왔다. 연예인과 광고 제품이 특정 정치적 메시지와 연결되면서 불매와 맞불 구매가 벌어지는 것은 이전보다 연예인들의 영향력이 단순한 엔터테인먼트에 그치지 않고 정치적 영역으로 확장됐다.이 현상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갈등 지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연예인의 정치적 행보가 광고 제품과 브랜드에 미치는 파급력은 이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소비자의 구매 결정이 정치적 입장과 연결되며 나타나는 이러한 현상은, 향후 기업들의 브랜드 전략과 연예인의 활동 방식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