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이 이재명 법관 기피 받아준 까닭은? [법조계에 물어보니 589]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4.12.18 09:10
수정 2024.12.18 09:16

수원지법, 이재명의 대북송금 법관 기피 신청 수용…대법 판단 나오기까지 2~3개월 재판 중단

법조계 "통상적으로 기피 신청 안 받아들여져…공범 사건 맡았다고 수용? 납득 어려워"

"재판부, 내년 2월 법원 인사 앞두고 두 달 안에 결론 어렵다고 판단한 듯…부담 느꼈을 것"

"재판, 2~3개월 뒤 재개돼도 인사 이동 겹치면 상당기간 장기화 전망…이재명, 계속 재판 늦출 듯"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으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법관 기피 신청이 17일 수원지법에서 받아들여져 재판이 중단됐다. 법조계에선 내년 2월 법원 정기 인사가 얼마 안 남은 만큼 두 달 안에 결론을 내기 힘들다고 판단한 재판부가 부담을 느껴 기피 신청을 수용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재판이 2~3개월 뒤에 재개되겠지만 인사 이동과 겹쳐 재판부가 바뀔 수 있고,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이 대표가 계속 '지연 전략'을 쓴다면 재판은 상당 기간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이날 이 대표의 제3자 뇌물 등 혐의 사건 4차 공판준비기일에 "피고인의 법관 기피 신청은 통상 절차에 따라 판단 받도록 하겠다. 이재명 피고인 부분은 재판 절차가 중지된다"고 밝혔다. 법관 기피 신청의 경우 재판 지연 목적이 명백할 경우 해당 법관이 이를 간이 기각할 수 있지만 재판부는 이 대표의 법관 기피 신청이 간이 기각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 대표의 법관 기피 신청은 수원지법의 다른 재판부가 신청 사건을 배당 받아 결정하게 되고, 대법원 판단이 나오기까지 대략 2∼3개월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이 대표 측은 전날 형사소송법 제18조에 따라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다며 재판부에 법관 기피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장형 변호사는 법관 기피 신청 사유로 "현 재판부는 이화영의 선행 사건에서 이재명 피고인에 대한 유죄 예단을 곳곳에서 드러냈다"며 "현 재판부는 사실관계가 동일한 이화영의 1심 사건을 심리 및 판결했기 때문에 전심 재판에 관여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 때문에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의 법관 기피 신청은 재판부를 선택하겠다는 특혜 요구와 다름없다. 기피 신청권 남용에 해당한다"며 재판부에 간이 기각 결정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또 "피고인은 기소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조차 밝히지 않았고 이번 법관 기피 신청으로 본건은 또다시 두 달 이상 재판이 공전할 것"이라며 "기소된 이후 1년 동안 한 번도 공판 기일이 잡히지 않은 전례 없는 재판 지연이 초래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김재식 변호사(법무법인 에이펙스)는 "통상적으로 대부분의 재판부 기피 신청은 잘 받아 들여지지 않는다. 피고인과 법관이 가족이나 친척 등 긴밀한 관계이거나 사건과 이해관계가 있는 등 사유에 한해 제한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다른 공범 사건의 재판을 맡았다는 이유로 예단을 갖게 된다는 명확한 근거가 없는데도 이러한 결정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며 "물론 재판부의 판단은 존중돼야 하지만, 일반 법조인이 보기엔 충분히 의아할 만한 결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2월 법원 정기인사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사건을 맡은 재판부 입장에선 두 달내 결론을 내기 힘들 것으로 판단, 부담을 느껴 기피 신청을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있다"며 "실제로 인사이동이 이뤄지면 재판장과 배석 판사들이 부서 이동 혹은 법원 전출될 수 있기 때문에 사건 역시 다른 재판부로 넘어가게 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재판이 2~3개월 뒤 재개된다고 해도 그때 되면 법원 정기인사 시즌과 맞물려 재판부가 바뀔 가능성도 있고, 새 재판부가 다시 사건을 검토해야 하는 등 재판이 언제 정상 진행될 지 알 수 없어 하세월이 걸릴 것이다"며 "이 대표 입장에선 어떻게든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빠르게 진행하고 탄핵까지 이끌어낸 뒤, 주요 재판의 진행 속도를 최대한 늦춰 선고가 나오기 전 대선을 치르고 싶을 것이다"고 전했다.


검사 출신 서초동의 또 다른 변호사는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계속 재판 지연 작전을 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바로 판단하기에 부담을 느낀 법원이 기피 신청을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 대표 입장에선 1건이라도 유죄 선고 건수를 줄이는 게 대선에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내린 선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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